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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기차 배터리 ‘구매’ 대신 ‘구독’으로…택시·버스 먼저 시행

등록 2021-07-08 16:15수정 2021-07-09 02:40

정부, ‘K-배터리 발전 전략’에 담아 시범 사업 지원
민간, 2030년까지 배터리 분야 40.6조원 투자
엘지(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공장 전경. 엘지에너지솔루션 제공
엘지(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공장 전경. 엘지에너지솔루션 제공

전기 자동차에 장착되는 이차전지를 차량과 구분해 ‘빌려 쓰는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된다. 충전 대기 시간 없이 배터리를 ‘교체하는 서비스’ 사업은 시범 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 엘지(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 제2공장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 유은혜 사회부총리 등 정부 당국자와 엘지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50여개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배터리를 빌려 쓰도록 하는 이른바 ‘구독 서비스’는 차량 가격에서 이차전지 가격을 제외해 판매한 뒤, 이차전지는 소비자에게 리스(대여)하는 방식이다.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시범 사업으로 추진된다. 이렇게 되면 보조금 수령 뒤 차량 구매 가격이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산업부는 예상했다. 이차전지는 전기차 가격의 40%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크다.

산업부 정석진 전자전기과장은 “샌드박스(규제특례)를 통해 이미 시작한 실증 특례 사업들이 (민간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사업 모델들이 개발, 확산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기술 개발과 표준화, 실증을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택시·버스를 대상으로 전기차 이차전지 대여 모델의 사업성을 집중 검증하기로 했다. 택시·버스는 승용차에 견줘 주행 거리(연 7만km)가 길어 2~3년 내 이차전지 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돼 있다.

전기 이륜차, 퍼스널 모빌리티(1인용 이동수단) 등의 배터리를 충전소에서 완충된 이차전지로 교환하는 시범 사업도 추진된다. 전기 이륜차 배터리의 교환형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은 환경부 주도로 지난해 이미 시작돼 올해까지 이어지는 시범 사업을 거친 뒤 본격화된다.

또 1인용 이동수단에 장착되는 배터리의 안전성·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전동보드(킥보드, 세그웨이 등) 배터리를 별도의 ‘안전확인 신고’ 대상 전기용품으로 분류·관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동보드·리튬이차전지 안전기준을 개정해 오는 8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지금은 생활용품인 전동보드의 안전성 평가 때 전지를 포함해 시험하고 있다.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시장 활성화 방안도 추진한다. 올해 중 수도권(경기 시흥), 영남권(대구 달서), 호남권(전북 정읍), 충청권(충남 홍성) 등 전국 4개 권역에 거점수거센터를 구축하고 이차전지 운송, 보관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업화 센터 등을 통해 제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조처다.

정부는 또 전고체, 리튬황, 리튬금속 등 차세대 전지군의 기술 개발을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을 지원하기로 했다. 민간 부문에선 2030년까지 이차전지 연구개발 투자에 20조1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정부는 파악했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배터리 3사와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은 이를 포함해 2030년까지 40조6천억원을 시설 확충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정부는 여기에 연구개발과 함께 세제·금융 지원을 통해 민간부문 투자를 뒷받침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이차전지 전문인력 양성 방안도 마련해 석·박사급 인력을 올해 50명에서 내년 150명 수준으로 늘려 키워내기로 했다. 이를 포함해 산업계 수요에 맞춰 수준별 인력 양성 규모를 매년 1100명 이상으로 잡고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문승욱 장관은 “반도체가 우리 몸의 머리와 같다면 배터리는 동력의 원천인 심장”이라며 “전동화와 무선화, 친환경화 등 산업의 미래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산업인 만큼, 반도체에 버금가는 주력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전방위적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세계는 전기 배터리 전쟁 중?

전기차용을 중심으로 이차전지(배터리) 시장은 빠른 속도로 불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에스엔이(SNE)리서치 자료를 보면,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 규모는 2020년 461억달러에서 2030년 3517억달러로 8배가량 커질 전망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성장세를 더 빠르다. 향후 10년가 10배가량 시장 규모가 불어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에 이차전지 시장 중 전기차용 비중은 2020년 65.9%에서 2030년 86.6%로 훌쩍 뛴다.

이차전지 시장은 한·중·일 세 나라가 독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 비중이 가장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비(B)3에 따르면,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44.1%, 중국 33.2%, 일본 17.4%다. 에너지 밀도 등 제조 기술은 세 나라 모두 비슷하나, 품질관리엔 한국이, 가격(생산단가) 경쟁력에선 중국이 앞선 것으로 업계는 본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으로 좁혀보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엘지(LG)에너지솔루션 29%(1위), 삼성에스디아이(SDI) 6.5%(4위),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4.2%(6위) 수준이다.

시장 양상은 변화하고 있다. 유럽 중심으로 노스볼트 같은 신규 기업의 진입이 활발해지고, 전기차 모델별 독점 공급 중심에서 전기차 기업의 내재화·공급 기업 다변화 쪽으로 옮아가는 중이다. 선도기술 확보를 위한 경쟁 가속화와 함께 이차전지의 생산에서 폐기까지 전체 주기에 걸친 탄소배출을 줄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도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부는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이차전지 기업들의 경쟁이 심해지고 각국 정부도 역내 공급망 확보를 위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배터리 강국이나 소재·부품은 해외 의존도가 높고 시장점유율은 낮다. 산업부에 따르면 4대 배터리 소재 중 음극재는 80.8%(2019년 기준)를 해외에 의존한다. 분리막(69.5%), 전해액(66.2%), 양극재(47.2%)도 의존도가 높다. 4대 소재 시장점유율(2020년 기준)도 8~20%(양극재 19.5%, 음극재 8.3%, 분리막 19.7%, 전해액 12.1%) 수준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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