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모델이 된 맥주 클라우드. 롯데칠성음료 제공
하이트진로만 활짝 웃었다. 코로나19로 유흥시장이 위축된 탓에 하이트진로를 제외한 오비맥주와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주류업체들의 영업실적은 좋지 않았다. 지난해 부진했던 업체들은 티브이(TV) 광고를 시작하는 등 올 맥주 성수기를 앞두고 ‘절치부심’ 마케팅전에 돌입했다.
오비맥주는 15일 기존 갈색 병에서 투명 병으로 바꾼 ‘올 뉴 카스’의 첫 티브이 광고를 공개했다. 앞서 지난달 말부터 서울과 수도권에서
출시된 ‘올 뉴 카스’가 이달 중순부터 전국으로 판매가 확대되는 걸 계기 삼아 홍보 강화에 나선 모양새다. 광고 영상은 ‘카스’(CASS)를 뒤집은 ‘싹(SSAC)’이라는 글자가 투명 병을 돌아 다시 ‘카스’(CASS)로 바뀌는 장면을 보여준다. 오래된 브랜드 카스를 ‘싹 바꿨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1994년 출시된 카스는 그간 ‘갈색 병’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가 올해 투명 병으로 교체하면서 이미지 변신 중이다. 업계에선 카스의 변화가 2019년 출시된 뒤 단시간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하이트진로의 ‘테라’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투명 병으로 바꾼 카스를 알리는 TV 광고장면. 오비맥주 제공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오비맥주의 카스가 여전히 국내 라거 맥주 시장 절반가량을 차지한 선두지만, 하이트진로가 ‘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 등의 열풍으로 점유율을 40% 초반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본다. 클라우드가 나머지 10%가량을 차지한다. 이에 오비맥주는 지난 1월 100% 국산 쌀을 쓴 맥주 신제품 ‘한맥’을 초록 병에 담아
출시하기도 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이날 ‘클라우드’와 ‘클라우드 생드래프트’의 광고모델로 ‘방탄소년단’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광고 영상은 오는 16일 공개된다. 롯데칠성은 출시 7주년을 맞아 클라우드의 패키지를 새로 단장하고, ‘프리미엄 맥주’를 내세운 ‘클라우드 생드래프트’도 공격적으로 띄우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유흥시장 침체 속에서 하이트진로와 나머지 업계의 실적은 엇갈렸다. 오비맥주 매출은 1조3529억원, 영업이익은 2945억원으로, 각각 1년 전보다 12.3% 28% 줄었다. 소주 ‘처음처럼’과 맥주 ‘클라우드’ 등을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별도 기준)도 같은 기간 매출(2조1620억원)이 7.7% 감소했다. 영업이익(972억원) 감소율은 10%가 넘는다. 반면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매출(2조493억원)은 1년 전보다 12%, 영업이익(1808억원)은 125.2% 증가했다. 특히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판매 수량이 1억병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13억병을 넘어선 바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