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전용 매장, 로봇 접객, 무회전 초밥….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국내외 카페와 식당 체인이 비대면으로 속속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감염병의 위험성을 절감한 업계에서는 비접촉식 서비스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받아들인다.
■ ‘테이크 아웃’이 아닙니다…‘픽업’ 서비스 등장
지난해 11월 문을 연 미국 뉴욕 펜 플라자의 스타벅스 픽업 전용 매장. 스타벅스 누리집 갈무리
카페, 베이커리 체인은 잇따라 픽업(pick up)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 내놓는 픽업 서비스는 음식물 포장을 넘어, 주문·결제도 미리 앱으로 처리해 매장에서 직원과 고객의 접촉을 최소화한 게 특징이다.
세계 최대 카페 체인 스타벅스는 지난 6월 픽업 전용 매장을 대거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타벅스 픽업’은 앱으로 주문한 뒤 매장에서 음료만 받아들고 나가는 소규모 점포다. 앞서 스타벅스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11월 뉴욕 펜 스테이션에 첫 픽업 전용 매장을 선보였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이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10일(현지시각) 주주 서한을 통해 “스타벅스 픽업은 앱 결제를 선호하는 고객이나 (배달 앱) 우버이츠로 음료를 배달받고자 하는 고객에 맞춘 서비스”라며 “대도시에서 전통적인 스타벅스 매장과 픽업 매장이 혼재한다는 포트폴리오 변화가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될 거라 본다”고 했다. 스타벅스는 향후 1년 반에 걸쳐 북미 지역에 50개의 픽업 전용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픽업 서비스 ‘바로픽업’. 파리바게뜨 제공
국내에서도 픽업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비대면 서비스 선호가 높아지면서 ‘바로 픽업’ 서비스를 강화한다고 8월27일 밝혔다. 파리바게뜨는 앱으로 주문·결제 후 매장에서 수령하는 해당 서비스를 2018년 선보였는데, 이용자 수가 늘면서 최근 배달앱 요기요, 배달의민족과 제휴를 맺는 등 픽업 서비스 비중을 키우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오전 시간대 이용률이 전월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픽업 서비스 이용 시 매장 내 체류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어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 전통의 비대면 서비스 드라이브스루도 강세
드라이브스루를 강화한 타코벨 ‘고 모바일’ 매장 조감도. 타코벨 누리집 갈무리
9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의 비대면 서비스 드라이브스루도 코로나19 국면에서 더 각광받고 있다.
지난 8월20일(현지시각) 미국의 멕시코 음식 체인 타코벨은 내년에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강화한 ‘고(Go) 모바일’ 매장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매장은 평균 230㎡(약 70평)인 기존 타코벨 매장보다 작은 123㎡(37평)이지만, 식당 좌석을 줄이는 대신 드라이브스루 레인을 2개로 늘린 게 특징이다. 마이크 그램스 타코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드라이브스루 수요가 사상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타코벨의 올 2분기(4~6월) 기존 매장 매출은 8% 감소했으나,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한 차량은 전년 동기 대비 480만대나 늘었다고 한다.
미국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도 드라이브스루 서비스 ‘쉑 트랙’을 도입한다. 맥도날드, 웬디스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이 일찌감치 드라이브스루를 강화한 것과 대조적으로,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쉐이크쉑은 아직 드라이브스루를 도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드라이브스루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내년까지 매장 절반에 쉑 트랙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랜디 가루티 쉐이크쉑 최고경영자는 지난 7월 말 콘퍼런스콜에서 “(드라이브스루 인기가) 영원하진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 나라에선 드라이브스루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대면 접객 중시’ 일본에 등장한 로봇과 무회전 초밥
모스버거의 원격 음성 로봇. ANN뉴스 갈무리
대면 서비스를 중시하는 일본의 식당들도 기계를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모스버거 운영사인 모스푸드서비스는 지난달 일부 점포에서 원격 음성 로봇을 시범 도입했다. 사람이 로봇을 원격 조종해, 고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주문을 받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식이다. 지난 7월29일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는 “사람 간 접촉을 줄이는 것 외에도, 1명의 종업원이 여러 점포에서 일할 수 있어 점포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가정식 전문점 야요이켄은 지난 6월부터 기계 아래에 그릇을 놓고 버튼을 누르면 밥이 그릇에 떨어지는 밥 리필 기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동안 손님이 직접 주걱으로 밥을 리필할 수 있었는데, 여러 고객이 하나의 주걱을 쓰는 걸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한다.
회전 초밥 체인 겐키스시 일부 점포에선 기존의 회전 초밥 서비스를 중단하고 고객이 주문한 초밥을 레일에 실어 자리로 배달해준다. 겐키스시그룹 유튜브 갈무리
쉼 없이 초밥 접시가 돌아가던 회전초밥집은 ‘무회전 초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 회전 초밥 체인 겐키스시, 하마스시 등은 지난 3월부터 일부 점포에서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운영방식을 바꿨다. 미리 만들어놓은 초밥이 회전 레일을 돌아가는 게 아니라, 고객이 자리에서 터치패드로 주문하면 초밥이 회전 레일을 타고 주문한 고객에게 전해지는 식이다. 겐키스시는 자사 누리집에서 “일부 점포에서 고객이 자유롭게 초밥을 가져갈 수 있었던 서비스를 중단하고 주문한 초밥만을 제공하고 있다”며 방역 차원에서 거리두기 좌석, 계산대 앞 가림막 설치, 현금 결제 시 돈 접시 사용 등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전 초밥 접시 개수를 인공지능(AI)이 판별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지난 8월20일 <아사히신문>은 오사카시에 있는 회전 초밥 업체 쿠라스시가 지난 봄부터 레일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접시 수와 재료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밥 접시를 덮은 뚜껑을 여는 행위, 재료를 표시한 큐아르(QR)코드를 카메라가 스캔해 가격을 자동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업체 쪽은 “손님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외식산업에서의 생존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