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북상하는 제8호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이 모두 결항한 가운데 제주공항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휴가철을 맞아 반짝 회복세를 탄 항공·여행업계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울상을 짓고 있다.
26일 항공정보포털을 보면, 지난 주말(22∼23일) 국내선 항공 여객 수는 18만235명으로 22만4778명이었던 전주 주말 대비 약 20% 줄었다. 지난 2월 말 이후 국내 항공사들은 국제선 노선을 줄이고 국내선 여객에 의존해 온 터였다.
특히 국내선 노선을 대폭 늘린 저비용항공사들의 타격은 더 크다. 진에어는 코로나19 전 4개였던 노선을 13개로, 티웨이는 4개에서 8개로, 제주항공은 6개에서 8개로 늘렸다. 김포-여수, 광주-양양 등 기존에는 수익성이 좋지 않아 취항하지 않았던 지방 노선에까지 뛰어들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부산-김포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코로나19 전 4개에서 지금은 6개로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국내선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 지난주부터 예약센터를 통해 취소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데, 수요까지 더 줄면 상황이 많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9월 신규 항공권 예약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진에어 관계자는 “국내선은 탑승 며칠 전에서 2주 전 사이 정도의 짧은 기간을 두고 예약하는 고객이 많은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9월 신규 수요가 더 감소할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동남아 등 국제선 확대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국제선과 국내선을 모두 늘리려고 내부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 주요 여행플랫폼 중 한 곳에선 지난주 숙박 상품 예약 취소율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 플랫폼 관계자는 “17일부터 일 평균 예약 취소율의 2배 이상으로 예약 취소가 급증했다”며 “장마 때보다 취소율이 높고, 지난 3월과 유사한 수치”라고 말했다. 또다른 여행플랫폼들은 취소 규모 등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렸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전까지 7~8월 국내 숙박은 지난해 수준으로 수요를 회복한 상태였다”며 “지난주부터 신규 숙박 예약이 전주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취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특히 많이 발생한 서울·경기 지역은 평소 이 지역으로 여행을 오는 수요보다 이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지역별 큰 편차 없이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국외여행 상품 판매가 중심인 여행사들은 이미 지난 3월부터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3~7월 다섯달 동안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모객 실적은 전년 대비 99% 줄어들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국내여행 패키지 상품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원래 수요 자체가 적어 수익에 큰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폐업한 여행사는 444곳으로 168곳이었던 지난 1분기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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