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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홈술’ 확산…마오타이·기린 웃고 버드와이저·하이네켄·아사히 울었다

등록 2020-07-23 11:33수정 2020-07-23 14:13

신민정의 마감세일
‘코로나가 글로벌 주류사의 엇갈린 실적’

마오타이 제조사, 중국 시총 1위 등극
가정용·선물용으로 주로 구매되면서 거리두기 여파 피해가
글로벌 맥주 업계 1·2위 AB인베브·하이네켄은 ‘울상’
일본에선 11년 만에 기린이 아사히 제치고 점유율 1위 올라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코로나19로 글로벌 주류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판매망을 갖춘 대형 주류사들은 술집 폐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지구 반대편에선 탄탄한 내수에 힘입어 기업가치가 급등한 곳도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10여년 만에 맥주회사의 순위가 바뀌는 ‘사건’도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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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타이가 중국 증시 1위가 된 이유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대표적인 주류사는 증류주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중국의 ‘구이저우 마오타이’다.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22일 기준 시가총액은 2조1천억위안(약 359조원). 한국의 삼성전자(327조원)나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인텔(307조원),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카콜라컴퍼니(247조원) 같이 이름난 기업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시총 1위의 비결은 코로나19 시국에서도 치솟는 주가다. 22일 이 회사의 주가(1678.08위안)는 올 초 대비 48.5%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후베이성 봉쇄를 일부 해제한 3월17일 종가와 비교해봐도 60.5%나 오른 상태다.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상업은행이자 줄곧 시총 1위를 지켜온 중국공상은행(299조원)마저 제쳤다. 지난 1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산하의 에스엔에스(SNS) ‘쉬에시샤오즈’가 전 구이저우 마오타이 회장 일가의 부정부패 혐의를 전하면서 이튿날 주가가 7.9%나 하락한 일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구이저우 마오타이는 중국 시총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 상승 배경엔 우선 안정적인 실적 영향이 크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한 224억위안(3조8천억원), 순이익은 16.7% 증가한 131억위안(2조2천억원)이다. 같은 기간 칭타오맥주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9%, 34.7%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증류주 마오타이. 구이저우 마오타이 누리집 갈무리
중국 증류주 마오타이. 구이저우 마오타이 누리집 갈무리

업계에서는 증류주 마오타이의 ‘성질’이 실적에 한몫했다고 본다. 고급술인 마오타이는 애초에 가정 안에서 소비되거나 선물용으로 주고받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식당 폐쇄 등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래 걸리는 제조공정도 마오타이의 가치를 올리는 데 한몫했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인 53도짜리 ‘페이톈’의 경우 제조공정이 최소 5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수년째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이톈 500㎖의 정가는 1499위안(약 25만원)인데, 상하이 일부 상점에서는 2800위안(약 48만원)으로 두 배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및 코로나19로 국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마오타이 구매로 몰려갔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따라 중국인의 분노가 높아지면서, 이들이 애국심에 따라 자국 브랜드 및 제품들을 소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외여행도 할 수 없어지자 국내에서 사치품 구매로 대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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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셧다운…글로벌 주류사는 울상

중국과 달리 대부분의 글로벌 주류사들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맥주 업계는 최근 하드셀처(알코올에 탄산수와 과일맛을 첨가한 술)가 인기를 끌면서 가뜩이나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앤하이저부시 인베브에서 생산하는 버드와이저 맥주.
앤하이저부시 인베브에서 생산하는 버드와이저 맥주.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앤하이저부시 인베브’는 지난 5월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9.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주력 시장인 미국과 브라질에서 타격이 컸다. 미국에선 하드셀처 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장 점유율이 빠지고 있고, 브라질에선 지난 3월 상당수의 술집과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1~3월 동안 수익이 10% 감소했다. 회사 쪽은 4월에도 술집과 식당 폐쇄가 이어지고 제품 생산도 일부 중단됐다는 점을 들며 “2분기는 더 나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하이네켄 맥주.
하이네켄 맥주.

세계 2위 맥주 업체인 ‘하이네켄’의 전망도 어둡다. 하이네켄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2.5%나 감소했을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주력시장인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폐쇄 기간 동안 알코올 판매를 금지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경쟁사 ‘칼스버그’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발렌타인 등을 생산하는 프랑스 주류업체 ‘페르노리카’, 조니워커 등 위스키로 유명한 글로벌 주류회사 ‘디아지오’도 고전 중이다. 페르노리카는 지난 분기 매출이 14.5% 감소했고, 인도·아프리카 등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디아지오는 시설 가동 중단 및 술집 수요가 줄면서 아예 올해 연간 매출 및 이익 전망치를 내놓는 걸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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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맥주 업계에선 11년 만의 ‘지각변동’

일본에서는 코로나19로 맥주 업계 순위가 바뀌는 일이 발생해 시장이 떠들썩하다. 지난 15일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는 업계 2위였던 ‘기린맥주’가 ‘아사히’를 제치고 11년 만에 상반기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린의 점유율은 38%, 아사히는 34%로 추정된다.

기린맥주(왼쪽)과 아사히맥주.
기린맥주(왼쪽)과 아사히맥주.

이 같은 점유율 역전은 두 회사의 전략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는 ‘슈퍼 드라이’ 제품군을 필두로 음식점 판매에 보다 주력해왔는데,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타격을 입게 됐다. <니혼게이자이>는 “자가격리, 재택근무 등으로 음식점 주류 소비가 침체되면서 슈퍼 드라이 비중이 높은 아사히의 타격이 컸다. 예전부터 불안하다고 평가받았던 ‘외다리 타법’의 약점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대회 스폰서였던 아사히가 별다른 광고효과를 보지 못한 점도 시장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 분석했다.

기린이 출시한 제3의 맥주 ‘혼기린’.
기린이 출시한 제3의 맥주 ‘혼기린’.

반면 기린은 일반 맥주보다 가격이 저렴한 ‘제3의 맥주’(맥아 함량을 낮추거나 맥아가 아닌 다른 곡물을 써서 만든 술)로 눈을 돌린 것이 이번 국면에서 주효했다. 경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저렴한 술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데, 기린이 밀고 있는 제3의 맥주가 일본 소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24병들이 기준으로 제3의 맥주가 일반 맥주보다 1천엔(1만1천원) 이상 저렴하다. 제3의 맥주 브랜드를 가진 기린이 이 덕분에 마이너스 폭을 최소화했다”고 전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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