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외 여행을 자제하는 가운데 1월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3층 여행사 창구가 텅 비어 있다.인천공항/공동취재사진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국내 항공업계가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하고 희망휴직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제주항공은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사내메일을 통해 “지난해부터 항공업계가 공급과잉과 한일 이슈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항공 여행수요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수익성 저하를 넘어 생존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항공산업이 심각한 위기”라며 “위기대응을 위해 경영진이 먼저 임금의 30% 이상을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존에 승무원 대상으로 진행했던 무급휴가 제도를 전직원 대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은 객실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개인 연차와 합쳐 3월 한 달 이내 무급휴가 희망자를 받은 바 있다.
이날 아시아나항공도 국내 정규직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15일부터 29일까지 희망휴직을 할 수 있도록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앞서 티웨이는 지난 5일부터 19일까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3월 한 달 무급휴가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에어서울도 지난 6일부터 19일까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최소 2주에서 3개월까지 희망자에 한해 휴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스타항공도 최소 15일에서 최대 3개월까지 무급휴직을 시행 중이지만 이스타항공의 경우 상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국내 항공사들이 연이어 희망휴직 신청을 받는 이유는 중국 노선 상당수를 중단하거나 축소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노선 감축에 따라 단기 무급휴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2일까지 대한항공은 인천~우한, 인천~장자제, 부산~난징 등 20개 노선을 중단했고 8개 노선을 감편했다. 아시아나는 12개 노선을 중단하고 12개 노선을 감편했다. 제주항공은 중국 본토 12개 노선과 중화권 3개 노선을 중단했거나 중단할 예정이다. 진에어는 코로나 전부터 동계기간 노선 중단에 들어간 인천~홍콩을 포함해 중화권과 중국 본토 4개 노선을 중단했다. 이외에도 에어서울은 2개 있던 중국 노선을, 티웨이는 6개 있던 중국 노선을 모두 중단하는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중국 본토나 중화권 노선을 대폭 줄이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 발표를 보면, 지난달 23일 코로나19 진원지인 ‘우한’ 지역 봉쇄 이후 국내 항공사 8곳의 한-중 노선 운항편수는 이번달 둘째주까지 약 70% 감소했다. 지난달 초 주 546회에서 이번달 첫째주 주 380회로 30% 감소하고 둘째주에는 주 162회로 줄었다. 국내 항공사들은 또 현재 운항하고 있는 중국행 노선에 대해서는 2~3월 환불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운항 노선을 줄이고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는 중국 본토나 중화권뿐 아니라 다른 노선도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와 태국에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생기면서 동남아 노선은 탑승률이 크게 줄었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1~2월은 동남아 성수기이기 때문에 보통 탑승률이 95%는 되는데 최근에는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 수요도 감소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제주도를 찾은 내국인을 5만8660명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1832명이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42.39%나 감소한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노선은 ‘3000원 항공권’까지 등장했다. 지난 10일 예매 기준으로 10일부터 14일까지 한 저비용항공사의 김포-제주 구간 편도 항공 요금 가운데 가장 저렴한 요금은 3000원 또는 3500원이었다. 유류할증료와 공항시설 이용료 등을 포함해도 편도 1만2500원으로, 왕복 2만5000원 정도에 제주도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었던 셈이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과 홍콩 시위 등의 영향으로 항공사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항공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68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12일 공시했다. 1위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은 지난해 영업손실 329억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451억원, 166억원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냈다고 11일 공시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고 당기순이익은 적자폭이 커졌다. 진에어도 지난해 49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그나마 대한항공은 지난해 2909억원의 영업 이익을 봤지만 전년에 비하면 반토막 난 수준이다.
한편 국토부는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사들의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지난 5일 한-중 운수권과 슬롯 미사용분 회수유예 조처를 시행한 바 있다. 대체노선 개설을 위한 사업계획 변경과 수요탄력적인 부정기편 운항 등 행정지원 조처도 취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또 항공업계가 입는 피해 정도에 따라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 유예나 감면 등 단계별 지원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