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에서 40대 남성은 백화점 이용률이 가장 떨어지는 고객층으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최근 이어진 111년만의 기록적 폭염이 40대 남성들을 백화점으로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쪽도 “신기한 현상”이라며 더위를 날 새 옷을 사려는 구매 심리가 유인 동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7월 매출을 분석해 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신세계백화점 남성의류 군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2.9% 뛰었다. 이는 백화점에서 파는 전체 제품군 가운데 가전(18.9%)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신장률이다. 가전은 에어컨이나 선풍기 때문에 여름철 항상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이지만, 남성의류가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2위를 차지한 것은 백화점에서 사실상 처음 발생한 ‘이변’에 가깝다.
백화점은 원인을 폭염으로 보고 있다. 날씨가 너무 더운 나머지, 여름을 날 수있는 반팔셔츠 등 새 옷을 장만하려는 중장년 남성 고객이 몰렸다고 보고 있다. 실제 나이대별로 매출을 분석했더니, 40대의 매출 신장률이 12.1%로 1위였고, 60대가 11.2%로 2위였다. 주요 고객층인 30대는 9.8%에 그쳤다. 40대 ‘아재’들이 남성의류군 매출 신장의 ‘1등 공신’이 된 것이다.
주로 팔리는 옷은 마 소재의 셔츠와 땀 배출이 잘되는 기능성 셔츠, 통풍성이 좋은 그물 소재 재킷이다. 신세계백화점 박제욱 남성의류팀장은 “중·장년층 남성이 주요 고객인 남성 클래식 장르 매출이 15%이상 늘었고, 2030세대가 잘 찾지 않는 반팔 남방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상품 출시나 신규매장 개장 등 남성의류 쪽에 특별한 이슈가 없었음에도 전체 제품군에서 2위의 신장률을 보인 건 사실상 백화점 최초의 사건이다”며 “애초 의류구매를 잘 하지 않았던 40대 남성들이 이번 더위를 못 이기고 여름 옷을 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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