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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생막걸리 10일만 제맛…냉장유통이 ‘월드스타’ 열쇠

등록 2009-12-14 21:44

10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2009년도 햅쌀막걸리 출시’ 기념행사장에서 고객들이 햅쌀막걸리를 살펴보고 있다. 이번 행사는 농림수산식품부와 신세계백화점 공동으로 열렸다.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10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2009년도 햅쌀막걸리 출시’ 기념행사장에서 고객들이 햅쌀막걸리를 살펴보고 있다. 이번 행사는 농림수산식품부와 신세계백화점 공동으로 열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특집|우리술] 유통구조와 세계화 방안
전국유통망·냉장시스템 갖춰 국내외 판매 속도전
영세업체 많은 전통주는 인터넷판매 허용이 과제




햅쌀로 빚은 막걸리가 지난 10일부터 이마트, 농협 하나로마트 등 전국 주요 유통매장에서 일제히 판매되기 시작했다. 15개 막걸리 업체가 백화점 등을 통해 예약 주문을 받아 생산한 물량이다. 햅쌀막걸리는 지난달 19일 햇와인 행사인 ‘보졸레 누보’ 출시일에 맞춰 첫선을 보이면서 시중에 ‘누보 막걸리’ 열풍을 불렀다. 막걸리에 대한 열광은 곧 햅쌀막걸리 대량 생산과 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전통주의 위상을 높이고 사라져가는 전통주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햅쌀 ‘막걸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순당, 서울탁주 등 주요 제조업체 34곳이 1200여t의 햅쌀을 써서 이듬해 2월 말까지 막걸리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2009 햅쌀막걸리’ 표시를 붙여 대형마트 등을 통해 유통시키기로 했다. 막걸리가 이처럼 전국 규모의 유통망을 갖추고 팔리게 된 것은 드문 일이다.

막걸리를 빚는 술도가는 전국적으로 780곳에 이른다. 여기서 생산된 막걸리는 주변 지역에서만 주로 팔리고 널리 유통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유통 기한’ 때문이다. 생막걸리의 유통 기한은 열흘에 불과하다. 따라서 생산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마시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나 더운 여름철에 냉장 배송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일반 차량으로 옮기면 쉽게 상할 수 있다. 병에 넣은 뒤에도 막걸리에선 계속 발효가 일어나기 때문에 유통 기한을 넘기면 산화돼 신맛 나는 식초로 변하게 된다. 캔 막걸리는 살균 과정을 거쳐 유통 기한이 여섯 달까지 늘어나지만 이런 공정을 거친 제품에선 생막걸리 특유의 영양소와 맛이 사라져 ‘막걸리다움’이 줄어든다.

힘겹게 찾아온 ‘막걸리 르네상스’가 한때의 열풍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통 기한 연장 기술 등 지속적인 품질연구와 유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전통주 업체 매출 현황
전통주 업체 매출 현황
국순당은 최근 발효 제어 기술을 통해 생막걸리의 유통 기한을 기존 열흘에서 세 배로 늘린 30일로 바꾸어놓았다. 일반적으로는 유통 기한 30일짜리를 생산하지만 최장으로 늘릴 경우 90일까지도 가능하다. 이렇게 생산된 국순당 생막걸리는 지난 5월 전국 유통을 시작해 100일 만에 판매 실적 100만병을 돌파했으며 250일째 되는 내년 1월 말에는 1000만병 판매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순당은 전국적으로 냉장 유통 시스템을 갖췄다. 대개 유제품 업체나 일부 주스 음료 회사들이 냉장 유통망을 갖추고 있지만 막걸리는 지금 같은 대량 수요를 감당한 경험이 없다 보니 거의 모두가 냉장 유통망을 갖추지 못했다. 냉장 유통 시스템은 수출을 위해서도 필수다. 냉장 컨테이너를 이용해야 품질을 보장하고 앞으로 대량 수출도 노려볼 수 있다.

고봉환 국순당 홍보팀장은 “생막걸리의 참맛을 유지하는 냉장 유통망을 전국적으로 적용하고 수출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생막걸리는 영원히 제한된 지역에서 소규모로 팔리는 우리술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냉장 컨테이너는 일반 컨테이너에 비해 60~70% 비싸지만 생막걸리를 맛본 교민과 외국인들의 반응은 살균 막걸리에 대한 반응과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국순당 생막걸리는 미국에서 현재 3.99달러(국내가격 13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현지에서 1.99달러(국내가격 1500원)에 팔리는 소주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을 얻어 냉장 수출 두 달 만에 15만병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냉장 컨테이너 하나에는 생막걸리 2만병 정도를 실을 수 있으며, 2500만원어치가량 되는 물량이다. 국순당은 현재 15개국에 3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고 올해 말까지 50만달러 수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도 일본 현지법인인 진로재팬을 통해 최근 막걸리 수출을 시작했으며, 최고급 막걸리를 개발해 수출에 나서겠다는 뜻도 아울러 밝혀놓고 있다. 이장규 하이트진로그룹 부회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통주 분야 브랜드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최고급 막걸리를 개발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막걸리 시장을 놓고 영세한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수출 사업에 국한하게 될 것이라고 이 부회장은 덧붙였다.

막걸리는 그나마 각광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지만 다른 전통주 업체는 유통망이나 판매경로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내놓은 ‘전통주 국내외 산업현황 및 세계화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전통주 업체의 봄은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전통주 업체들은 무엇보다 제한된 유통 구조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현행법상 주류는 인터넷 등 통신을 통해 판매할 수 없게 돼 있다. 예외 적용을 받고 있는 전통주 또한 우체국을 통한 통신 판매만 할 수 있다. 요즘 급속히 성장하는데다 대형마트 등 대량 유통 경로를 찾기 힘든 영세 업체들로선 인터넷 판매 허용을 바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쪽은 “전통주 시장을 넓힐 수 있도록 인터넷 판매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다.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주세 차등화도 매번 꼽히는 개선 과제다. 현행 주세는 매출액에 관계없이 동일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전체의 38%(2008년 기준)가 연간 매출 1억원 미만인 전통주 업계는 영세 업체에 대한 배려를 호소하고 있다. 수출 유통망과 시스템을 갖추는 데도 기본 1억원이 필요한데 정부가 30%를 지원해준다 해도 매출 1억원에도 못 미치는 업체들이 수두룩한 현재의 영세한 구조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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