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취업 준비생 정아무개(27)씨는 요즘 때 아닌 ‘끼니 걱정’을 하는 신세가 됐다. 외식 물가가 크게 올라 웬만한 메뉴는 1만원을 훌쩍 넘는 탓이다. 정씨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을 사 먹는 것도 질려 동네 식당에서 제대로 한 끼 먹을라치면 만원으로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만만하게 생각했던 비빔밥이나 짜장면도 한 그릇에 만원 가까이 하니 솔직히 아르바이트로 100만원 남짓 벌며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어 서글프다”고 말했다.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운데, 외식 물가와 가공식품 가격도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짜장면은 평균 7천원에 육박하고, 비빔밥과 냉면 평균 가격은 이미 1만원을 넘어섰다.

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올해 2월 서울지역 기준으로 대표적인 8가지 외식품목 평균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0.4%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짜장면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2월 기준 짜장면 평균 가격은 67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5769원)보다 16.5% 오르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비빔밥은 1만115원으로 8.7% 상승했고, 냉면은 1만692원으로 7.3% 올랐다. 이밖에 삼겹살(200g)은 1만9236원으로 12.1%, 김밥은 3100원으로 10.4%, 삼계탕은 1만6115원으로 11.1%, 칼국수는 8731원으로 9.65%, 김치찌개 백반은 7692원으로 7.5% 상승했다.

다소비 가공식품 가격도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소비자원 보도자료를 보면, 지난 달 참치캔 10g당 평균 가격은 228원으로 전달에 견줘 10.7% 올랐다. 어묵은 100g당 1204원으로, 전달에 견줘 7.2% 상승했다.

소비자원은 “동원에프앤비(F&B)가 참치 가격을 인상했고, 씨제이(CJ)제일제당도 어묵 가격을 올린 것이 인상 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수프(10g·8.5%), 참기름(10㎖·8.2%), 카레(10g·6.9%) 가격도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가 상승했는데, 이 가운데 외식 비용은 7.5%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