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 업체의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앱에서 주문하면 사이드 메뉴가 공짜.”
외식업계에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띄우기 마케팅이 한창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영향력이 커진 주요 배달 앱들의 잇따른 수수료 인상으로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커지자, 이를 기회로 자사 앱을 띄워 브랜드별 영향력 향상과 가맹점주 수익개선 등을 꾀해보자는 것이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자사 앱 강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치킨·피자·햄버거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반복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만큼, 배달 앱에 준하는 혜택을 줄 경우 배달 앱 주문 수요가 자사 앱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은 구매 횟수에 따른 멤버십 등급제를 적용해 적립 포인트와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비비큐(BBQ)도 신메뉴 출시 등 정기적인 이벤트 기간을 정해 자사 앱 주문 시 사이드 메뉴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롯데리아와 크리스피크림도넛 등을 운영하는 롯데지아르에스(GRS)는 매월 날짜를 정해 버거와 음료 가격을 할인해 주고, 피자알볼로는 자사 앱 가입자에게 5천원짜리 할인 쿠폰과 스파게티 등을 무료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비비큐와 교촌치킨은 지속적인 이벤트를 통해 이미 전체 회원 수를 각각 300만명 안팎까지 늘렸다.
이처럼 주요 프랜차이즈들이 자사 앱 키우기에 집중하는 것은 가맹점주들의 배달 앱 수수료 부담이 나날이 커지고 있어서다. 배달 앱에서 1만원짜리 상품 주문을 받았을 때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비를 제외하고 중개수수료 1천원에 배달료 2500원가량이 들어가 재료비를 빼면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구조다. ‘한건 배달’ 출혈 경쟁 중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이 수익 증가를 위해 유료 광고 영역을 새롭게 추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배달 앱 영향력이 커질수록 자영업자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들은 “자사 앱이 활성화될 경우 단기적으론 배달 앱 수수료가 줄고 장기적으로 점포 홍보를 위한 배달 앱 광고비를 줄일 수 있어서 가맹점 부담이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소규모 프랜차이즈나 개인 사업자들은 자체 앱을 만들거나 홍보할 여력이 없다는 한계도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돈가스·냉모밀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배달 앱 주문으로 코로나 전과 비교해 매출이 20%가량 늘었지만, 배달수수료와 광고비 지출이 커져 마진은 30% 줄었다”며 “직접 홍보할 수 있는 방법도 딱히 없어서 배달 앱 광고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달 앱 주문'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배달 앱의 편리함 이면에 음식점 사장님들의 수익이 줄어 장기적으로 음식 재료와 질까지 저하될 수 있다”며 “일상 정상화와 함께 직접 식당을 찾거나 픽업 주문을 하는 등 소비자 각자가 배달 앱에 종속되지 않는 소비 방법들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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