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지난 주 문 연 맥스 광주 상무점. 롯데마트 제공
연초부터 ‘유통 공룡’ 롯데의 진격이 심상치 않다.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부터 대형매장 리뉴얼까지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코로나19 이후 구겨진 오프라인 유통 강자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롯데마트는 20여개 매장의 리뉴얼 작업을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해 리뉴얼을 마친 10여개 매장을 포함하면, 롯데가 운영하는 마트 4곳 중 1곳 이상을 새로 정비하는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창고형 할인점 ‘맥스’의 등장이다. 기존 빅마켓의 상호를 맥스로 바꾸면서 창고형 할인점이 없는 지방 상권을 겨냥한 게 특징이다. 광주 상무점과 전주 송천점이 지난주 문을 열었고, 27일엔 목포점, 3월 말엔 창원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창고형 할인매장을 기본으로 하이마트·보틀벙커·한샘 등 특화 매장을 함께 입점시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지역 쇼핑 명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개점한 서울 제타플렉스(롯데마트 잠실점)는 롯데가 제시한 미래형 오프라인 마트의 모습이다. 이커머스 강세 속에 오프라인의 강점으로 꼽히는 주류, 신선식품, 리빙, 애완동물 관련 매장을 강화했다. 매장의 얼굴인 1층 공간 70%를 할애해 와인매장을 꾸미고, 수족관을 만들어 활어를 판매하는 콘셉트의 신선식품 매장 등이 눈에 띈다.
롯데가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한겨레> 자료사진
롯데의 과감한 ‘미니스톱 배팅’은 편의점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씨유(CU)와 지에스(GS)25 양강 체제 속 기세에 밀려 부진을 거듭하던 미니스톱 인수 예상가는 2천억원대였는데, 롯데가 3130억원을 써내며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미니스톱 인수가 절실한 신세계(이마트24)가 제시한 2천억원 초중반대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롯데의 공격적인 투자는 젊은층 소비가 집중된 편의점 등 전국 소매 유통망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니스톱 2600개 매장 인수로 세븐일레븐 총매장 수는 약 1만4천개로 늘어난다. 매장 수가 늘수록 유통비가 줄고 상품 판매 경쟁력은 높아져 편의점 매장수는 업계 경쟁력과 매출에 비례한다. 전국 유통망을 활용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팔고, 배송·세탁·상품대여 등 서비스 영역을 넓히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매장 수 증가가 핵심이다.
유통업계에선 이커머스로 소비의 중심 추가 넘어간 상황에서 백화점의 고급 상권부터 마트 같은 지역 상권, 편의점 등 소매 상권까지 오프라인에 적극 투자하는 롯데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롯데의 공격적인 투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계열사 대표들에게 주문한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와 궤를 함께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마트는 “오프라인에서만 얻을 수 있는 체험 요소 등을 리뉴얼 과정에서 녹여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을 늘려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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