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잠실점 제타플렉스 1층에 문 연 보틀벙커에서 고객들이 와인을 고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급성장 중인 국내 와인시장 공략을 위한 주요 유통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대형마트 1층 공간을 초대형 와인 전문점으로 꾸미고, 편의점까지 와인 전문점을 개점하는 등 기업들이 와인 유통을 유망사업으로 꼽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27일 유통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주 영업을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 잠실점(제타플렉스)의 와인전문점 ‘보틀벙커’가 와인 업계에서 화제다. 고객이 진입하는 마트 1층 공간의 70%(약 400평)를 할애해 4천여종 와인을 구비한 압도적인 매장 규모부터가 눈길을 끈다. 1만원대 데일리 와인부터 1억원대 초고급 와인세트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와인에 큐아르(QR)코드를 붙여 정보를 제공하고, 일정 금액을 충전한 뒤 80여종의 와인을 시음하는 코너도 운영한다. 개점 당일인 24일 오전부터 매장 앞에 긴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전국 이마트 등에 ‘와인앤모어’ 점포 40여곳을 운영하며 올해 매출 2천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세계엘앤비(L&B) 아성을 위협할 매장으로 평가된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편의점 업계도 와인 사업에 적극적이다. 세븐일레븐은 27일 서울 강남구 케이티(KT)강남점에 와인 전문점 ‘와인스튜디오’를 열었다. 30여평 공간에서 300종이 넘는 와인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치즈·살라미 등 식품도 판매한다. 세븐일레븐은 업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카페형 점포 등 다양한 특화매장 운영도 시도 중이다. 이번 와인 전문점도 운영 상황을 고려해 매장을 확대한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마트24는 전국 매장에서 지난 1~11월 사이 와인 230만병을 판매해 한 해 판매목표 300만병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고, 지에스(GS)25는 늘어나는 와인 수요에 대비해 와인과 위스키 등 주류를 아무 때나 원하는 시간에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게 해주는 ‘와인25플러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 와인시장의 호황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홈술·혼술 문화가 확산한 것과 관련이 있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11월까지 와인 수입액은 약 5억1천만달러(약 6천억원)로 지난해 수입액 3억3천만달러를 이미 훌쩍 넘었다. 지난해 와인 판매량을 병(750㎖) 수로 환산하면 7300만병에 해당한다. 이창균 롯데마트 홍보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와인 시장은 이커머스 구매가 불가능한 특성 등으로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며 “큰 규모 매장을 열어 수도권 전역 고객을 유입하려는 대형유통사들의 전략과 작은 규모 전문점을 다양한 권역에 두고 지역 소비를 유도하는 편의점 업계의 전략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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