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협상 늦어지면 지급도 늦어져
협상 과정에서 압박 카드용 분석
협상 과정에서 압박 카드용 분석
한국지엠(GM)이 희망퇴직 신청자들에게서 ‘퇴직금 지급이 늦어도 민·형사 이의 제기를 않겠다’는 서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엠이 희망퇴직 신청자들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돈마저 정부나 노조와의 협상용 카드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지엠 희망퇴직 ‘사직원’을 보면, ‘퇴직금과 관련하여 관계 법령에서 정한 지급 기한 준수를 원칙으로 하나 업무상 부득이한 사유로 기한을 초과하여 지급될 수 있음을 이해하였으며 이로 인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긴 서약서가 포함돼 있다.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 계획 발표일인 2월 13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한 결과, 전체 노동자의 16%인 2500명이 신청했다. 이들에게 약속한 퇴직금과 위로금은 2~3년치 연봉과 2년치 자녀 학자금 등이다. 애초 계획대로면 희망퇴직 위로금 지급일은 오는 27일이다. 하지만 댄 암만 지엠 총괄사장 등은 최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20일까지 한국지엠 노사가 비용절감 합의를 하지 않으면 법정 관리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 협상이 늦어지면, 희망퇴직 위로금을 못 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또 지급 못 할 경우를 대비해 사직원 안 서약을 통해 미리 ‘방어막’을 쳐둔 셈이다. 더욱이 지엠은 당장의 유동성 문제 해소에 필요한 ‘브릿지론’ 요청도 철회했다. 이에 대해 오민규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자문위원은 “지엠이 지급 불능 위기를 피할 방법을 없애 놓고 연일 부도 압박을 하고 있다”며 “노조 양보와 정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을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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