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결국 논란이 끊이지 않던 ‘세타2 엔진’의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에 응하기로 했다. 자발적 리콜 형식을 띄고 있지만 이번 사안은 사실상 강제 리콜 대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7년 첫 출시된 세타2 엔진은 2009년에 개량형이 나왔으나 수년 전부터 엔진 내부에서 심한 소음이 나거나 주행중 시동꺼짐 현상이 일어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국토교통부와 현대·기아차는 다음달 22일부터 세타2 엔진이 장착된 5개 차종을 리콜한다고 7일 밝혔다. 대상 차량은 17만대가 넘는다. 국내에서 이뤄진 리콜 중 세번째로 많은 규모다. 리콜 시행 시기는 개선된 엔진 생산에 소요되는 기간, 엔진 수급 상황, 리콜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해 정해졌다. 해당 차량 소유자는 차종에 따라 현대·기아차 서비스센터에서 전액 무상으로 수리받게 된다. 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엔진을 교환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리콜 사상 엔진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의 엔진은 현대·기아차의 경기 화성 엔진공장에서 만든 것이다. 국토부는 세타2 엔진을 장착한 현대·기아차의 일부 모델에서 엔진 소착(마찰열로 인해 접촉면이 달라붙는 현상)으로 인해 주행중에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신고가 잇따르자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통해 제작결함 여부를 조사해왔다.
엔진 내부에는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시키기 위해 커넥팅 로드라는 봉과 크랭크 샤프트라는 또다른 봉이 베어링을 통해 연결돼 있다. 베어링과 크랭크 샤프트의 원활한 마찰을 위해 크랭크 샤프트에 오일 공급 구멍을 만들어 두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고성우 국토부 담당 사무관은 “구멍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금속 이물질로 인해 크랭크 샤프트와 베어링의 마찰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소착 현상이 발생해 주행중 시동꺼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고속도로를 달리던 기아차 K5와 K7 차량에서 주행 중 화재가 일어나거나 소음이 발생해 시동이 꺼지고 견인된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제작결함신고센터에 접수된 문제의 차량에 대한 현지조사와 운전자 면담 등을 통해 세타2 엔진에서 소착 현상이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 제작결함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난달 말 국토부에 보고했다. 국토부는 세타2 엔진의 리콜이 필요한지를 결정하기 위해 오는 20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대차가 지난 3일 국토부에 리콜 시행 의사를 밝힌 데 이어 6일 리콜계획서를 제출함에 따라 제작결함 조사를 종료하고 시정계획의 적정성만 평가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주력 차종에 들어가는 엔진 결함을 이제서야 인정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다. 세타2 엔진의 결함 문제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고 미국에선 2015년 9월 대량 리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현대차 직원의 내부자 고발이 불거지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진행한 리콜과 이번 국내 리콜은 결함 발생 원인이 다르다”며 자발적 리콜임을 강조하지만, 국토부가 결함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에 리콜을 결정한데다 미국에서 먼저 리콜에 들어간 뒤라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현대차는 북미에서 추가로 신고된 세타2 엔진 결함 문제로 리콜 여부를 협의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건은 크랭크 샤프트 핀의 표면이 균일하게 가공되지 않은 게 원인으로 추정되며, 해당 차량은 쏘나타(YFa)와 싼타페(AN), K5(QF), 쏘렌토(XMa), 스포티지(SL) 등 5개 차종의 130만대에 이른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