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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신형 크루즈에 무슨 일이…‘에어백 문제’로 암초 만난 한국GM

등록 2017-03-01 16:44수정 2017-03-01 19:27

사전계약 받고 시승행사까지 열었는데
차량 인도 미루고 생산 전격 중단
“일본 다카타 에어백 고정 볼트 문제” 추정
한국지엠 “경미한 품질 문제로 에어백 결함 아냐”
지난 2월8일 자동차 담당 기자들이 신형 크루즈를 시승하고 있다. 한국지엠 제공
지난 2월8일 자동차 담당 기자들이 신형 크루즈를 시승하고 있다. 한국지엠 제공
지난 1월 출시된 쉐보레 신형 크루즈가 예기치 않은 장애물을 만났다. 신차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지엠(GM)이 생산라인을 멈춘 것이다. 차량 인도도 그만큼 늦어지게 됐다. 예정대로라면 신형 크루즈를 사전계약한 소비자들은 2월 중에 차량을 인도받아야 했지만 재점검 뒤로 미뤄졌다.

한국지엠은 최근 참고자료를 내어 “무결점 품질 확보 후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한다는 경영진의 방침에 따라 쉐보레 올 뉴 크루즈의 고객 인도를 3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현재 회사 쪽은 신형 크루즈의 생산라인을 세우고 전수검사를 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양산된 신형 크루즈는 1천여대로 현재 야적장에 대기중이다.

9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한 신형 크루즈는 국내 준중형차 시장을 장악해온 현대차 아반떼의 아성을 무너뜨릴 다크호스로 주목받던 차다. 지난해 르노삼성이 SM6를 통해 기존 중형차의 ‘차급 파괴’를 주도한 것처럼 한국지엠도 신형 크루즈로 준중형과 중형 사이의 새로운 차급에 도전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본격 출고를 앞둔 지난달 초순 신형 크루즈 부품에 문제가 생겨 생산을 멈췄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았다. 이때만해도 어떤 문제인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회사 쪽은 “경미한 초기 품질 문제가 대두됐다”고만 전했다.

신형 크루즈에는 6개의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 쉐보레 누리집 캡처
신형 크루즈에는 6개의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 쉐보레 누리집 캡처
회사 쪽이 언급한 품질 문제는 에어백과 관련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만약 ‘에어백 결함’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 신형 크루즈에 장착된 에어백은 전세계적으로 초대형 리콜 사태를 촉발한 일본 다카타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사 임원은 “에어백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다카타 에어백 결함 이슈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 테스트 과정에서 80도 이상 고온에 장시간 노출했을 때 에어백을 고정시키는 볼트에 이상이 생기는 문제가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설명만으로는 에어백 부품인 볼트의 문제인지 공정 과정의 오류로 차량에 부실하게 장착됐기 때문인지, 아니면 또다른 원인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자동차 동호회 사이트 등에서는 신형 크루즈의 에어백이 전개될 때 쉽게 찢기는 문제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회사 쪽은 에어백 말고도 신형 크루즈의 품질 전반에 대해 전면적인 재점검을 벌이고 있다. 회사 쪽은 “전수 조사가 종결되어 완벽한 품질이 확보되었음이 최종 판단될 때까지 고객 인도는 물론 생산 또한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가 신차 출시 이후 사전계약까지 받은 상황에서 생산을 중단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품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소비자한테 부실한 제품을 넘기기 전에 생산을 중단한 것은 그나마 잘 판단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지엠이 일시 생산중단이라는 조처를 전격적으로 취한 데는 이 사안의 폭발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일본 자동차 에어백 제조업체인 다카타의 제품 결함은 세계적인 안전 이슈로 번진 사안이다. 다카타는 에어백 분야의 세계 2위 업체로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이 이 회사 제품을 쓰고 있다. 2014년 미국에서 다카타 에어백이 터지면서 나온 금속 파편에 운전자가 사망한 이후 지금까지 비슷한 사고로 10여명이 사망했고 적어도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다카타는 전세계 자동차에 장착된 결함 제품 6천만개를 리콜하는 중이고 최근 미국 정부에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국내에서 보고된 피해 사례는 아직 없다. 국토해양부는 2015년에 이어 지난해 다카타 에어백을 장착한 일부 차량에 리콜을 명령했다. 한국지엠 쪽은 “리콜 대상이 된 에어백과 크루즈에 장착된 에어백은 같은 회사 브랜드이지만 전혀 별개의 제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카타 제품이 장착된 만큼 신형 크루즈에 발생한 문제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올해 첫 신차인 신형 크루즈를 앞세워 사상 최대 판매고를 경신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18만대를 팔아 2002년 회사 출범 이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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