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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단독] 결함 신차 교환해도 공지 않고 모른척…반토막 ‘레몬법’

등록 2022-10-13 16:29수정 2022-10-14 02:48

신차 결함 반복되면 교환·환불해주는 ‘레몬법’
자동차업체 “기밀 유출, 악용 우려해 반대” 입장
중재 판정서 공개해 다른 소비자 판단 도와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차량 구입 후 1개월 안에 동일한 결함이 반복될 경우 새 차로 교환해주거나 문제 차량을 환불해주는 ‘한국형 레몬법’(자동차관리법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조항)의 ‘중재 판정’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 권리가 침해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한겨레>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레몬법 관련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보면, 관련 전문가 그룹이 소비자와 자동차 제조사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중재 판정서’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레몬법은 2019년 1월 시행된 제도로, 신차 구매 후 일정 기간 내에 동일한 하자가 반복되는 경우 교환·환불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출고 후 1년 이내 또는 주행거리 2만㎞ 이내 차량이 대상이고, 동일한 중대 하자 2회(중대 하자 외 3회) 이상 발생 경우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 중재 신청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중재 판정서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련 법 조항을 마련할 때 판정서 공개 시 부작용이 크다는 자동차 업계의 의견이 반영된 탓이다. 당시 완성차 회사의 의견을 취합해 전달하는 데 관여했던 완성차 회사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국토부가 중재 내용을 공개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기밀이 유출될 수 있고, 블랙컨슈머 등에게 악용될 소지가 너무 크다는 논리로 방어했고, 이 의견이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2019년 4월1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수입차 본사가 있는 빌딩 앞에서 경실련과 소비자정의센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4월1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수입차 본사가 있는 빌딩 앞에서 경실련과 소비자정의센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그동안 소비자 권리 확대를 위해 중재 판정서 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법안 시행 직전 발간된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는 제도의 공정성 보장을 위해 “사실 조사 결과나 중재 판정의 과정 등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적었다. 지난해 9월 발표된 레몬법 관련 논문에서 임수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공개 원칙 때문에 동일한 하자를 호소하는 동종 차종 소비자들은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형편이다. 다른 제조사가 갖지 못한 독점적인 특허기술과 관련된 하자가 아니라면, 중재부의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소송이 아닌 비공개가 원칙인 중재 절차여서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지만, 다른 중재 절차에서는 판정서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기업 간 분쟁을 중재하는 대한상사중재원도 개인정보 등을 제외한 중재 사례를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정준호 변호사(법무법인 평우)는 “법원에서 공보 판사가 판단해 유의미한 판결 사례를 알리는 공보 판결처럼, 레몬법 중재 판정서도 공개해 소비자가 중재 신청하기 전에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허영 의원실 제공
허영 의원실 제공
중재 판정서가 공개되도록 제도 개선이 돼도, 공식적인 중재판결이 거의 나오지 않아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레몬법이 시행된 지 4년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까지 교환·환불 판정을 받아낸 사례는 단 10건에 불과하다. 중재 과정에서 제조사와 소비자가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올 8월까지 판정 전에 합의됐다는 이유로 신청을 취하한 사례는 213건에 이른다.

허영 의원은 ”중재 신청이 취하되면 하자 규명 작업도 멈추는 것으로, 만약 다른 차들에서도 동일한 하자가 반복됐는데 비밀리에 합의로 무마할 수 있다는 것은 제작사 입장에서나 반길 일이다. 중재 전 조정 제도를 공식적으로 만들어, 조정·중재 판정서가 공개된다면 제도의 투명성과 효용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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