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디자인에 광활한 실내를 자랑하지만, 주행 능력은 다소 아쉽다.”
쌍용자동차의 신차 토레스를 지난 5일 직접 시승해본 뒤 요약해본 한 줄 평이다. 토레스는 쌍용차가 4년 만에 내놓은 신차다. 위기에 빠진 쌍용차의 구세주로 등장했다. 5일 공식 출시 전까지 무려 3만여대가 넘는 사전 계약이 이뤄졌다.
인천광역시 영종도에 있는 네스트 호텔 주차장에서 만난 토레스는 강인하고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근 스포츠실용차(SUV) 시장의 주류가 된 유선형 디자인과는 차별화된다. 정통 에스유브이 디자인을 원하는 소비자의 갈증을 해결해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운전석에 오르자 시야가 탁 트였다. 날렵하고 넓은 대시보드와 상단을 평평하게 깎은 운전대 덕분이다. 에어컨 등 공조 기능을 작동하는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고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 디지털 인터페이스 아래 스마트폰 2대까지 무선 충전하는 공간을 마련해 편의성도 높였다.
이날 시승 구간은 네스트 호텔에서 인천 연수구 부근을 찍고 돌아오는 약 60㎞ 구간이었다. 영종도의 좁은 도로와 뻥 뚫린 인천대교 도로를 두루 경험해볼 수 있었다.
일단 출발은 경쾌했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자 육중해 보이던 차체가 가볍게 치고 나갔다. 토레스에는 친환경 1.5리터(ℓ) 터보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쌍용차는 설명회에서 “업그레이드 튜닝으로 기존 엔진 대비 출발 시 가속성능을 10% 향상시켰다”고 했다. 시속 100㎞를 넘는 고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잘 달렸다.
그러나 속도가 올라갈수록 저속 주행 때 만큼의 가속감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고속에서 풍절음이 들리는 점도 아쉬웠다. 커브 구간에서는 차체가 바깥쪽으로 기우는 롤링도 경험했다. 브레이크는 다른 브랜드 차량보다 조금 깊게 밟아줘야 했다.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밟았을 땐 제동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출발지로 돌아와 살펴본 뒷좌석은 매우 넉넉했다. 무릎과 앞 시트, 정수리와 천장 사이에 주먹 3개씩 들어가는 공간이 나온다. 사소하지만 정통 에스유브이의 정체성을 녹인 공간도 눈길을 끌었다. 뒷좌석 에어컨 송풍구 아래 작은 도구를 수납하는 공간을 마련해뒀다. 뒷좌석에서도 토레스의 정체성을 구체화하려는 고민이 묻어났다.
트렁크 공간도 넓었다. 703리터(ℓ) 공간에 골프백 4개, 여행용 손가방 4개, 여행용 가방을 모두 실을 수 있는 크기다. 뒷좌석을 접으면 적재 용량이 1662ℓ까지 확대된다. 성인 남성이 누워 충분히 휴식을 취할 만한 공간이다.
토레스의 장점으로 디자인과 공간을, 단점으로 주행 능력을 꼽았는데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가격이다. 토레스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있게 아웃도어를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기본 가격은 2740만원(티5)과 3020만원(티7)부터 시작한다. 경쟁 모델인 현대자동차의 ‘투싼’이나 기아의 ‘스포티지’보다 저렴하다. 다소 아쉬운 주행 능력을 저렴한 가격이 상쇄해준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