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산업의 공정 경쟁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쌍용자동차가 왜 살아남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변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은 국산차 국내 판매량 140만6142대 중 88.6%를 차지했다. 르노코리아·한국지엠(GM)·쌍용차는 11.4%에 그쳤다. 르노코리아·한국지엠은 글로벌 본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신차 배정이 이뤄진다. 독자적으로 생산·판매를 실행하는 쌍용차가 회생해야 현대차그룹과 경쟁하며 국내 소비자 편익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쌍용차가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쌍용차 매각을 앞두고 ‘수출·전동화·평택공장’ 등 3가지 열쇳말로 이 회사가 극복해야 할 과제를 분석해봤다.
국내 자동차 업체는 수출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내수 시장이 협소해서다. 지난해 전 세계 승용차 판매량은 8131만대다. 이 가운데 국내 판매량은 147만대로,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반면, 쌍용차는 그간 수출량이 국내 판매량에 못 미쳤다. 2021년 국내서 5만6363대를 팔았지만, 수출은 2만8133대에 그쳤다. 쌍용차는 연간 판매량이 16만대를 넘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판매량 8만4496대의 2배 가량을 팔아야 한다. 수출이 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쌍용차는 유럽 수출이 주력”이라며 “중동, 아프리카 등 최소 2개 지역에서 각각 1∼2만대를 꾸준히 팔수 있는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조립1 공장에서 직원들이 차량 문을 조립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제공
문제는 현지 딜러·정비 네트워크와 부품 공급망 등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쌍용차는 신차 개발에 투자할 금액도 빠듯하다. 대안으로 ‘플랫폼 수출 사업’이 언급된다. 쌍용차가 주요 부품과 차량 뼈대를 만들어 수출하고, 현지 업체가 차량 외관을 얹어 차량을 완성한 뒤 판매하는 방식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한국에서는 지금처럼 완성차를 만들어 판매하고, 수출 시장에서는 플랫폼 사업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수출 시장의 물류망 구축과 마케팅을 현지 업체가 책임지게 되면 (쌍용차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그동안 회생에 집중하느라 전동화 대응에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쌍용차는 2021년 12월에야 중국 전기차·배터리 제조업체 비와이디(BYD)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전동화 대비에 나섰다. 올해 2월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내놨지만 배터리 수급난 탓에 지금까지 156대밖에 출고하지 못했다.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조차 받지 못한 상태이다. 비와이디와 개발 중인 새 전기차 ‘유(U)100’이 향후 쌍용차의 전동화 성공을 가르는 가늠자가 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인수자의 투자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미래자동차학부)는 “쌍용차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관련 기술이 굉장히 취약하다”며 “전기차 등 신차 2∼3종이 나오는 데만 1조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차 홈페이지 갈무리
쌍용차의 경기도 평택 공장도 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공장 부지가 좁고 노후화됐기 때문이다. 1979년 지어진 평택공장은 올해로 43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동차 공장은 용접부터 최종 조립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모든 과정이 1열로 늘어서 있으면 효율이 높다. 하지만 평택공장은 각 공정이 병렬로 늘어서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당장 현 공장을 허물고 새 공장을 지을만한 여력은 안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전문가는 충남 지역에 전기차 별도 법인을 내어 추가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전문가는 “평택이 수도권이어서 각종 지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평택공장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새 전기차 공장이 근처에 있다면 유리할 것이다. 쌍용차 협력사들도 충남 쪽에 몰려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안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과 생산직 전환배치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실행이 가능하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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