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입문서 <와인 1학년>(2019) 표지사진. 인터넷 교보문고 화면 갈무리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두 번은 언급하게 되는 책이 있다. 바로 만화 <신의 물방울>이다. 2005년 처음 출간된 이 만화는 2014년 44권으로 완간됐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가 사망하기 직전 남긴 묘사를 근거로 그의 두 아들이 ‘12사도’로 불리는 열두 병의 와인과 신의 물방울로 불리는 최후의 와인 한 병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이 과정 자체도 재밌지만 만화에 등장하는 와인에 관한 상식들 덕분에 자연스레 공부도 된다.
책에 소개된 와인을 찾아 마셔보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만화라는 생각에 쉽게 집어들었다가는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신의 물방울>은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재밌는 공부도 가능한 책이다. ‘와린이’(와인+어린이)가 읽기엔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도 엄청난 장면 묘사가 터져나오는 모습들이 그저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니까.
‘와린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 입문서는 <와인 1학년>과 <와인은 어렵지 않아>라는 책이다. <와인 1학년>은 수많은 와인 품종을 캐릭터로 만들었다. 와인에 대한 설명이 글과 만화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와인 산지나 제조법은 몰라도 마시고 싶은 와인 정도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와인은 어렵지 않아> 역시 그림과 함께 읽는 와인 정보서다. 와인을 따는 방법, 보관 방법부터 시작해 와인 산지와 품종별 특성, 와인을 구매하는 방법, 어울리는 음식을 찾는 방법까지 모든 정보를 망라해 친절히 알려준다.
와인 입문서 <와인은 어렵지 않아>(2019) 표지사진. 인터넷 교보문고 화면 갈무리
스스로 ‘와린이’에서 벗어났다는 판단이 든다면 그때는 <신의 물방울>도 재밌을 것이다. 이쯤 되면 와인 교과서라고 불리는 <와인바이블>이라는 책도 읽어볼 만하다. 미국인 저자는 주로 프랑스와 미국 와인을 집중해 다루는데, 그 외 주요 산지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와인에 대한 체계를 잡기 좋은 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고 난 후에는 책장에 꽂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면 좋다. 오늘 보르도 생테밀리옹 지역의 와인을 마실 예정이면 목차에서 그 부분만 한 번 더 읽어보는 식이다.
<와인폴리>도 <와인바이블> 못지않게 교과서급이다. 와인을 산지별로 분류하지 않고 스타일과 품종에 초점을 맞춰 정리했다. 각 품종에 대한 특징도 인포그래픽으로 예쁘게 정리해 눈에 쏙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입문 과정이 끝났다면 와인 산지에 집중해봐도 괜찮다. <프랑스 와인 여행>은 프랑스 9대 와인 산지의 와인 이야기와 와이너리 투어에 대한 정보를 담았다. 와이너리 117곳에 대한 정보는 물론 산지별 와인의 역사, 대표 와인, 등급 체계 등 와인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프랑스 와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물론 와이너리 투어에 대한 ‘로망’이 생기게 된다.
‘국가대표 1호 소믈리에’라고 불리는 정하봉 소믈리에가 쓴 <삶에는 와인이 필요하다>도 와인과 소믈리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소믈리에를 ‘와인을 추천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더욱 생생한 체험을 들려준다. 그가 설명하는 와인 매너와 테이블 매너도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와인에 대한 그의 애정과 열정에 감탄하게 된다. 책 제목처럼 삶에는 와인이 필요하다. 와인에는 공부도 필요하다. 새해엔 와인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