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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학술

평화에 매진한 아메리카 선주민, 존 모호크

등록 2021-05-08 09:43수정 2021-05-08 21:50

[토요판] 박홍규의 이단아 읽기
(42) 존 모호크(1945~2006)

인디언 부족연맹 추장 겸 학자
분쟁 조정·전통문화 부활 이끌어
‘롱하우스 합의’는 평화학의 모델
존 모호크. 유튜브 갈무리
존 모호크. 유튜브 갈무리

이 연재를 시작한 지 두 해가 다 되어 가는데 왜 더 빨리 이 사람에 대해 쓰지 않았을까 하며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존 모호크도 그 한 사람이다. 최근 인디언 거주지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더욱 크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존 모호크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인디언 착취 피해를 말해주는 증언자이다. 그가 15년 전에 죽었고, 이제는 잊힌 탓일까? 30여년 전 하버드에서 만난 잘난 사람들 누구보다도 나에게는 반갑고 고마운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그 얼굴도 잊어버릴 정도로 내가 늙은 탓인가? 전세계의 선주민들과 연대하여 환경파괴, 인종차별, 기후변화, 식민지 침략, 폭력, 이라크전쟁, 세계화 등에 반대하는 광범한 인권운동을 펼친 그가 우리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탓인가? 세상의 모든 정보가 다 있다는 인터넷을 뒤져도 그에 관한 한글 정보는 없다. 어디 그뿐인가? 인디언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기껏 흘러간 인디언의 옛 노래 정도다. 특히 인디언 지성에 대해 우리는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미국 아나키즘 교육학의 태두인 조엘 스프링과 함께 모호크는 항상 내 마음속에 있었는데 왜 그를 찾지 않았을까?

인터넷에 모호크가 나오지만 그것은 인디언 종족명이고 존 모호크와는 무관하다. 존 모호크의 부족인 세네카족과 함께 모호크족도 호데노소니 연맹의 하나로 존 포드가 감독하고 헨리 폰다가 주연한 <모호크족의 북소리>에 백인들을 해치는 악한 인디언들로 나온다. 1945년 뉴욕주 세네카족 거류지에서 태어난 모호크는 호데노소니 연맹의 추장으로서 평생 미국 인디언 민족운동을 이끈 작가, 가수, 언론인, 역사가, 교육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제분쟁 조정자이자 인디언 전통문화 연구자였다. 1968년 하트윅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1970년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 캠퍼스에서 인디언 역사를 연구했다. 1973년에 라코타수족에 의한 운디드니 점거 항의 운동에 동참한 6개 부족 대표단에 들어갔고, 사우스다코타주의 파인리지 인디언 거류지의 운디드니에서 조정 활동을 했다. 운디드니는 1889년 인디언 학살로 유명한 사우스다코타주의 작은 인디언 마을이며, 이에 관한 책인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인디언 기록문학’이다. 운디드니 학살범인 제7기병연대는 약 60년 뒤 한국에서 노근리 학살 사건을 일으킨다. 그리고 20여년 뒤인 1973년에 인디언들은 운디드니에서 미군에 또다시 무참하게 진압된다. 물론 인디언 학살은 지난 1세기 만의 일이 아니라 5세기 동안의 일이다.

인디언 전통작물 널리 알리기도

모호크는 1977년에 호데노소니의 발전을 위해 인디언법률지원센터를 창립하고 그 대표로 취임했고, 1978년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선주민회의에 호데노소니 대표로 참석해 국제기준의 확립을 위해 노력했다. 그 회의에 발표된 글을 모은 <의식화를 위한 근본적 요구>의 권두논문에서 모호크는 인디언의 수난사와 함께 미국 연방헌법의 모델이자 평화적인 국제연합의 원조인 호데노소니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1980년에는 ‘미국과 이란의 위기 해소를 위한 위원회’에 참가해 테헤란에서 평화 교섭을 했다. 1981년 캐나다 퀘벡주가 라케트포인트에 있는 모호크족의 영토인 오카에 침범하여 모호크족과의 무력충돌로 빚어진 첫 ‘오카의 위기’에도 교섭자로 나섰다. 특히 1983년에는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정부와 미스키토 사람들 사이의 갈등 협상을 도왔으며, 북미 원주민 전통주의자들과 정부기관 사이의 무장 교착 상태에서 평화 가이드로 일했다. 또 ‘살라망카 토지임대위원회’의 일원으로 세네카족 영토 반환운동에 참여하고 1988년 교섭자로 ‘살라망카 조정법’의 성립을 위해 노력했으며, 콜롬비아와 이란의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호데노소니 대표로 양국에서 교섭을 했다. 호데노소니의 회의장인 롱하우스의 합의에 의한 화평조정 시스템에 따른 그의 세계평화 추구 노력은 평화학의 모델이 되었다.

1987년 모호크는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 캠퍼스 운영에 참여하고, 1989년 미국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버펄로대학센터의 ‘아메리카인디언 학생 프로그램’의 공동책임자가 되었고, 버펄로대학센터가 그 뒤 아메리카연구대학으로 발전하자 그 책임자로 2년간 일하며 인디언을 비롯한 선주민의 권리에 대해 많은 저술과 강연을 하고, 뉴욕주 교육위원회에서 학교 교과서의 인디언 부분 서술에 대해 조언했다. 그의 대표적인 저술은 2000년에 낸 <유토피아의 유산: 서양세계의 정복과 억압의 역사>이다. 그 책에서 모호크는 천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민족 학살은 유럽 백인사회의 이념에 근거한 것으로 ‘사랑’을 설교하는 종교가 그 학살을 정당화하고, 유럽의 유토피아 사상이 역설적으로 현대의 세계화와 전쟁, 학살, 경제적 착취, 식민지화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모호크는 1967년부터 1983년까지 자신이 창간한 인디언 저널인 <아퀘사스네 노트>(Akwesasne Notes)의 편집인, 1987년부터 1995년까지 인디언 신문인 <데이브레이크>의 편집인을 지냈다. 또 오래전부터 인디언의 지병인 당뇨와 심장질환 그리고 비만(모호크 자신도 비만이었다)의 예방을 위해 거류지를 중심으로 한 인디언 전통식에 의한 국제적 슬로푸드운동에 참가한 그는 1997년부터 캐터로거스 인디언 거류지(Cattaraugus Reservation) 농장에서 ‘호데노소니 흰옥수수 계획’(IWCP)과 ‘소나무 카페’(Pinewoods Cafe)를 설립하고 호데노소니 전통 식재료 판매를 촉진하여 거류지의 농업을 지원하고 전통작물을 소생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2002년에는 뉴멕시코대학교 건강과학센터와 의과대학 졸업식의 강연자로 초청받기도 했다.

“적이 인간임을 인정해야 평화 가능”

그는 죽기 한 해 전인 2005년에 쓴 <평화로 전환한 전사들>(The Warriors Who Turned to Peace)에서 호데노소니의 전사들이 평화조정을 거쳐 살육을 중지한 얘기를 인용하면서 미국의 대테러전쟁을 비판했다.

“당신은 적이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적과 평화를 이룰 힘이 있다. 그들이 살고 싶어 하고 자녀들이 살기를 원하는 이성적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은 그들에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당신의 힘을 강화시킨다.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 능력을 갖지 못하고,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소통해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자신의 힘을 파괴할 것이다. 현대적 사고로 ‘우리는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자신의 힘을 빼앗는 것이다. 그들과 협상해야 한다. 그들은 당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과 협상하려면 그들이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피의 불화를 멈출 희망을 가지려면 당신은 그들의 인간성을 다루어야 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협상은, 모든 면에서 사람들이 손실을 입었고 그들의 손실이 충격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정의는 영국과 유럽의 역사에서 매우 위험한 단어다. 그러나 호데노소니의 정의는 우리 모두가 어떤 것들이 옳고 바르고 긍정적이라는 데 동의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 목록은 길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위에 쌓아나가야 할 것이다. (중략) 호데노소니 평화의 법칙은 인간관계가 정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미완성인 것처럼 평화가 정적인 조건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고 가정한다.”

▶ 박홍규: 전 영남대 교수(법학). 노동법 전공자지만, 철학에서부터 정치학, 문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관심의 폭이 넓다. 민주주의, 생태주의, 평화주의의 관점에서 150여권의 책을 쓰거나 번역했다. 주류와 다른 길을 걷고, 기성 질서를 거부했던 이단아들에 대한 얘기를 격주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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