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광희동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6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핑 조작을 문제로 러시아의 출전을 금지했다. 다행히 개인 자격으로 선수들의 출전이 허락되긴 했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는 이들에겐 가슴 철렁한 소식이다. 이날 서울 중구 광희동 평창 감독단 사무실에서 만난 송승환(60)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은 “(뉴스를 접하고) 선수단 입장시간이 좀 줄어들겠구나 싶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올림픽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개·폐회식은 주최국의 정체성을 세계인에게 가장 강력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올림픽 최대 문화이벤트다. 런던올림픽(2012년) 개막식은 비틀스, 제임스 본드, 해리 포터를 내세워 문화강국으로서 영국의 위세를 한껏 과시했다. 수만 명의 일사불란한 집체극으로 ‘중화제국’의 부활을 선언한 베이징올림픽(2008년)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의 위상을 세계에 뽐냈다. 그렇다면 평창은 세계인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게 될까?
“88서울올림픽 땐 전통 말고는 보여줄 콘텐츠가 없었어요. 30년이 지난 지금은 케이팝, 미디어아트 등 현대적인 자산이 많아졌죠. 우리의 전통부터 현대문화까지 아우르며 과거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개·폐회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폐회식의 슬로건은 각각 ‘피스 인 모션’(행동하는 평화), ‘넥스트 웨이브’(새로운 미래)다. 올림픽 조직위원회와의 보안약속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행사 당일까지 비밀이다. “흔히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하는 데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한국적 요소가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려면 글로벌 감각이 가미돼야 해요.예산이 600억원으로 다른 올림픽보다 금액이 적고 출연 인원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감독단과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를 계속 고민했죠.”
그가 주목한 것은 개·폐회식 행사장 시설이 오각형 구조라는 점이다. 여러 동선을 구상해 이색적인 연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회식 끝나고 축구하고, 마라톤 끝나면 폐회식 하던 직사각형 하계올림픽 시설과 달리 경기가 모두 야외에서 이뤄지는 겨울올림픽이잖아요. 전용시설로 만드는 만큼 땅을 파고 리프트를 설치해 사람들이 아래에서 등장하도록 하는 등 공연무대의 입체적 묘미를 살렸죠.”
올림픽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성화 점화 같은 순간에 나오는 ‘와우 포인트’(감탄사가 나오는 장면)도 신경 썼다. “올림픽은 주최도시 강원도의 색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브랜드, 전 세계적인 축제라는 의미에서 필요한 글로벌 보편성까지 아울러 보여줘야 해요. 그 속에서 한국인의 열정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보여줄 계획입니다.”
개회식을 불과 60일 앞둔 지금, 프로그램 시나리오는 모두 완성됐다. 이미 지난 1일부터 경기도 일산에서 종합리허설도 진행 중이다. 내년 1월15일부터는 평창에서 숙식하며 본격적인 현장 리허설을 하게 된다. “일을 맡은 지 2년이 넘었으니 긴 시간인데 ‘디 마이너스(D-) 며칠’로 다가오니까 가슴이 철렁해요. 하루하루, 시간이 금쪽같죠. 지금은 골든타임이에요.”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