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5살이 되는 잔나비띠 다섯 명의 밴드인 잔나비. 왼쪽부터 장경준(베이스), 김도형(기타), 최정훈(리더 보컬), 윤결(드럼), 유영현(키보드). 사진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2016 대충예언, 이 밴드가 뜬다]
③ 잔나비
③ 잔나비
신사동호랭이와 연닿아 작업
합숙 4년차…공연밴드로 거듭나
내년 앨범준비 위해 3~4개월 휴식
“혼자 해본 게 없어서…혼밥 도전” “중학교 때부터 작곡을 했어요. 녹음기에 대고 기타 치고 노래를 해서 유튜브에 올렸어요. 그런데 ‘자작곡인데 한번 들어보삼’ 하는 그런 중학생이 한명 더 있더라고요. 그런데 걔는 편곡까지 해서 완전한 곡을 올렸어요. 설명을 보니 같은 분당에 산대요. 다음날 ‘언어’ 학원에 갔는데 기타를 잡고 잘난 체하는 애가 있었는데 걔였어요.”(정훈) 노래를 하는 최정훈과 기타를 치는 김도형의 만남이다. 도형도 말한다. “나도 정훈의 소문을 들었어요. 건스 앤 로지스, 본 조비 비슷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애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에는 훨씬 더 하드했어요. 그날 만나서 합주실을 갔는데 노래하는 것 보고 충격을 받았죠.” 그렇게 분당의 두 전설은 다른 스쿨밴드에서 활약하다 21살 본격적인 만남을 시작한다. 4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21살 최정훈은 아이돌 데뷔를 앞두고 소속사를 떠났다. 인디에서 활동하겠다고 소속사에 말했다. 밴드를 하고 싶었다. 도형에게 전화를 걸고 도형의 친구 유영현을 만났다.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죽어라 했다. “바로 뜰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재능있는 청년들은 끈질기기도 했다. 같은 집에서 지내며 하루에 한번 회의를 하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하지만 어른들의 시스템은 쉬이 열리지 않았다. 서러움도 당했다. 2013년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팀은 해체당하고 정훈만 재조합된 팀에 들어갔다. 하지만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신사동호랭이가 프로듀서로 붙었다. 각자 파트를 하면서 스네어를 치고 드럼 퀵도 밟아가다가 완벽한 라이브를 하는 팀이 되고 싶었다. 세션으로 참여하곤 했던 정훈의 어릴 적 친구 장경준이 베이스를 잡았고 오디션을 통해 드럼에 윤결을 앉혔다. 몸 가벼운 버스킹 밴드가 아니라 공연 밴드로 거듭난 것이다. 2014년 4월부터 순식간에 싱글 <로켓트><봉춤을 추네><노벰버 레인>을 발표하고 그해 12월 여섯 곡이 담긴 미니앨범 <시 유어 아이스>(See your Eyes)를 냈다. 2015년엔 티브이엔 드라마 음악을 연속으로 만들고 연주했다. <두번째 스무살>의 ‘쿠쿠’(Cuckoo), <식샤를 합시다2>의 ‘파라다이스’, <구여친클럽>에선 ‘알록달록’이 모두 히트곡이 되었다. 스타덤도 경험했다. 이달 초 중국 상하이 단독 공연장은 500명이 넘게 꽉 찼다. 10여명의 팬들은 중국 공연장까지 따라왔다. 공연장에서 파트를 나눠 시키곤 하는 ‘사랑하긴 했었나요…’의 합창은 점점 더 진화해간다. ‘알록달록’ 복잡한 박수를 쳐주고 ‘파라다이스’에서 코러스가 필요 없게 ‘랄랄랄라’ 해준다. 내년 초 일정을 없앤 와중에 하나 잡은 게 1월 중순 팬미팅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24시간 노래만 생각하는 남자들로 소개되었다. “친구도 별로 없고 우리가 하나의 사회예요.” 정훈이 질문의 대부분을 받아 답을 해도, 다른 멤버들이 “그거 아니잖아” 치고 나오지 않는다. ‘합숙’이 이들 노래의 특색이 되었다. “누가 멜로디라인을 잡고 누가 훅을 만들고 바로 편곡이 들어가면서 노래 하나를 완성하는 식이었어요.”(정훈) 읊는 듯하게 시작해 빠르게 진행하고 복잡하게 얽혀들어가다가 갑자기 훅 공기가 빠지듯 풀려나는 완급이 화려한 곡들은 작곡을 하는 여러 명이 만들어낸 조화다. “엄선된 멜로디라인과 충분한 편곡회의”가 이들의 곡 만드는 방침이다. 이미 앨범 3~4개를 내도 될 만큼 곡은 많이 쌓였다. 곡은 습관이어서 일주일을 주면 4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다작 한다고 좋은 건 아니라는 건 곡을 쏟아내던 시절 알게 되었다. “혼자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써보고 싶어요. 아마 앨범은 이렇게 새로 쓴 곡들이 주축이 될 겁니다.”(정훈) 3~4개월의 휴식은 개인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혼자서 해본 게 없어요. 혼술은 좀 해봤지만. 혼자 카페도 가고 혼자 밥도 먹어보려고요.”(도형) 생활계획표대로 살았는데 “이제 생각대로 살련다”.(정훈) 하지만 대체로 건실하다. 레슨을 더 받고(경준) 공부도 하고(영현) 다른 악기도 해볼(결) 작정이다. 헤어진 개인들은 어떻게 다시 합체할까. “쿨한 건 싫어요. 빈티지하지만 촌스럽지 않겠죠.”(정훈) 대(충)예언하건대, 내년 잔나비는 진득하게 좍좍 달라붙는 멜로디라인으로 우리를 흥얼거리게 할 것이다.<끝> 글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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