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2008년 명동성당에서 있었던 ‘메시앙’ 탄생 100돌 기념 연주회를 떠올리며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백건우씨는 “매일 5~6시간씩 피아노 연습을 한다. 음악은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연습을) 하고 하고 또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가 만난 사람]
‘섬마을 콘서트’ 연 피아니스트 백건우
‘섬마을 콘서트’ 연 피아니스트 백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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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지난달 3일 저녁 경북 울릉군 울릉읍 저동항의 촛대바위 아래에 마련한 특설무대에서 울릉도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를 선사하고 있다. 문화방송 제공
난 음악을 베푸는 게 아니라
함께 나누고 싶은 거다
그리고 활력을 얻어가는 거다 -섬마을 콘서트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은 엘리트를 위한 문화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깨뜨리고 싶었다. 나는 클래식 음악은 인간이 창조한 것 중에 가장 훌륭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순수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클래식 음악은 내가 일생을 바칠 만큼 훌륭한 것인데 사람들의 그런 고정관념과 상업적인 이유나 지리적 이유 등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급문화’를 접할 수 있는 인구는 제한되어 있다. 나는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대화는 개인 대 개인이 직접 대면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같이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통하는 사회에서는 그것이 더욱더 귀중하다. 그리고 우리가 절대로 거기서 멀어지면 안 되고. 그래서 나는 그전부터 지방 공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문화란 모든 사람들의 권리 아닌가.” -올해 섬마을 콘서트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 달라. “나를 감동시킨 것은 울릉도의 스펙터클한 자연의 힘과 모습, 또 통영 사량도의 아름다움, 넓고 따뜻하게 품에 안아주는 그런 것이 감동적이었다. 또 섬사람들의 순수한 마음, 따뜻한 마음은 내가 정말 그리던 만남이었다. 사량도의 조그만 마을에 갔더니 온 주민들이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다 나왔더라.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한국인으로 죽을 테니까 그런 것은 특히 나한테는 큰 활력소가 되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인가? “결코 책임감은 아니다.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 나는 계급이라든가 등급을 매기는 것을 싫어한다. 서로 마음을 주는 것은 똑같은 위치에서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고귀한 음악을 들고 섬을 찾아간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내가 사랑하는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을 뿐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 영화배우인 부인 윤정희씨가 지난달 7일 경남 통영시 사량면 사량도 덕동마을에서 열린 ‘섬마을 콘서트’를 앞두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화방송 제공
성공하려는 조급증 탓에
‘예술은 짧고 인생은 긴’ 것 같다
좀더 성실했으면 싶더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는? “요즘은 거꾸로 된 것 같다. 전에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는데 요즘은 ‘예술은 짧고 인생은 긴’ 것 같다.(웃음) 너무 성급히 빨리 성공하려고 하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충분히 알고 좀더 성실한 태도로 음악에 종사해야 된다. 충고하고 싶은 말은 ‘절대로 음악을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실 자기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거든. 참 보잘것없는 존재이다. 요즘 세상이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그런데 자기를 잃지 않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각자의 행복이 있겠지. 거짓없는 행복을 찾아야지.” -제자를 키울 생각은 없나? “나는 레슨을 안 받아도 많이 배웠다. 젊은 피아니스트들도 나한테 레슨을 안 받아도 충분히 생각할 것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공부할 때와는 다르게 요즘 한국에도 좋은 선생들이 많다. 그리고 음악은 자기가 찾는 것이다. 기초적인 것은 좋은 스승한테 다 배우는 것이고 그다음 단계에 개개인이 찾는 것이다. 또 그래야 진정한 음악이 나오게 된다.” 그는 아내 윤정희씨와의 결혼을 두고 “나에게 영원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백건우에게 아내 윤정희는? “인생의 동반자? 윤정희는 윤정희이고 백건우는 백건우이니까.(웃음) 하지만 윤정희씨는 누구보다 예술가의 생활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다. 특히 내 음악을 잘 이해해줄 뿐만 아니라 음악 자체를 굉장히 깊이 이해하고 있다. 어떤 때는 나보다도 음악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웃음)” 그러자 윤정희씨는 “백건우씨는 남편이자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라며 “음식을 너무 잘하기 때문에 그 덕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또 “내가 너무 ‘길치’여서 항상 어디를 갈 때마다 꼭 남편이 손을 잡고 다닌다”고 밝게 웃었다. -연주 생활 이외에는 파리 자택에서 어떻게 소일하는가? “어려서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사실 우리 두 사람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제일 궁금한 것은 남은 인생이다. 세상은 어떤 것이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다른 문화는 무엇이고 그런 것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두 사람이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나는 음악으로 전도사가 되고 싶다. 물론 한 인간으로서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나한테 주어진 인생은 음악이기 때문에 거기에 될 수 있는 한 충실하려고 한다. 내가 어느날 음악보다 중요한 의무를 느낄 때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될 수 있으면 지금의 나 자신은 변하고 싶지 않다. 얼마 전에 슈바이처 박사의 전기를 읽어보니까 종교인이고 철학가이고 음악가이고 의사이고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던 분이었다. 많은 분야에서 뛰어나신 분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존경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그분이 그렇게 모든 생물체를 존중했다는 것이다. 개미떼를 발로 밟지 않고 자라는 풀을 자르지 않고 육체적으로나 영혼적으로나 그렇게 모든 생물체를 존중할 수 있고, 그런 삶을 행동으로써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그렇게 부럽더라.” 그는 9월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의 <4개의 즉흥곡 D.899>, <음악적 순간 D.780> 중 2·4·6번, <3개의 피아노 소곡 D.946>으로 독주회를 연다. 전국 순회 연주회를 마치면 일본, 중국 투어도 예정되어 있다.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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