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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완벽에 가까운 노장들의 ‘내공’

등록 2008-07-10 18:28수정 2008-07-11 09:51

ⓒ토마스 횝커/매그넘포토스
ⓒ토마스 횝커/매그넘포토스
이상벽이 본 ‘매그넘 코리아’
우리 것은 대개 작고, 좋게 말하면 아기자기하다. 사람도 그렇고, 새들도 나무도 모두 자잘한 편이다. 게다가 요새 촛불시위다 뭐다 해서 마음까지도 콩알만 해진 우리들한테 세계 최고 수준의 매그넘 작가들이 카메라를 들이댔다. 세계 각국 안 가본 데가 없는 그들이 손바닥만한 이 땅 위에서 과연 무엇을 보고, 그것들을 어떤 식으로 그려냈을까?

무엇보다 그들만의 감성지수가 궁금했다. 또 하나 예술성에만 몰두하기보다 현장성과의 융합이 매그넘의 작업 방향이라니 그 점도 호기심거리였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느낀 감동은 오히려 노장들만의 내공지수(?)였다. 스무명 대가들이 서로 다른 주제를 정해 거리 풍경에서부터 종교, 사회, 군대, 사랑과 결혼 풍속에 이르기까지 카메라가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기왕 판을 벌인 김에 우리 코리아는 이방인들 앞에 모든 걸 깡그리 내보여줬다.

전시는 벨기에 출신의 아리 그뤼에르부터 매우 강한 흡인력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한강 둔치공원 인공 풀장, 그리고 여행객들의 다채로운 실루엣이 뒤섞인 인천 국제공항 대합실 풍경이 단연 압권이다. 색채의 마술사답게 한쪽은 원색적 이미지로, 그러나 공항 풍경에선 거의 무채색으로 딴 짓을 한 게 재미있다. 소재를 찾아내는 혜안과 함께 독자적인 앵글, 색으로의 최종 마무리가 완벽에 가깝다고나 할까.

이상벽 방송인·사진가
이상벽 방송인·사진가
몇 걸음 지나면 이내 낯익은 얼굴들이 나타난다. 매그넘 유일의 흑인 작가인 일라이 리드의 한국 연예산업 르포. 배우 안성기와 홍콩 배우 류더화의 부조화 속의 조화, 그리고 다분히 원로 이미지로 그려진 가수 양희은의 라디오 진행 모습. 황진이로 분한 탤런트 송혜교도 있고 …. 이어 프랑스 작가 장 고미의 비릿한 갯벌 사진들도 특유의 짙은 푸른빛으로 발걸음을 세운다.

이윽고 남산타워를 담은 토마스 횝커의 작품이 ‘펑’ 소리를 내듯 다가선다. 그렇다. 소리가 엄청 큰 사진이다. 땅덩어리는 좁지만, 하늘만은 드넓은 서울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구름 한 점 없이 탁 트인 서울 하늘이 장관이다. 그 거대한 공간 아래로 섬세한 질감의 그물이 깔려 있고, 사이사이에 수직선을 세웠다. 그중에서도 서울의 상징인 남산타워의 상층부를 가장 무게 있는 선으로 표현했다. 절묘한 역광이다. 횝커 사진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한가운데다 꽂은 두 시민 남녀. 면(面), 선(線)과 함께 마무리에 해당하는 화룡점정의 극치다. 감히 대가들의 작품을 놓고 왈가왈부한다는 게 어떨지 모르지만, 아무튼 스무명의 거장이 헤집고 다닌 코리아는 찍을 게 꽤 많아 보였다.

지난주 나 역시 뉴욕에서 사진전을 열고 돌아왔기에 솔직히 기가 꺾이는 기분도 없진 않았지만, 매그넘 멤버들이 전시장 앞에서 팬 사인회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넌지시 동지애 같은 걸 느꼈다면 일방적인 환상일까.

하기사 우리가 누군가. 세계 제일의 정보기술 강국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카메라를 보유한 사진 대국이 아닌가. 부존자원이라곤 없는 나라지만 인적 자원, 그중에서도 손끝 하나만큼은 초정밀 기능 보유국이라고 자부할 수 있으니 매그넘의 이번 한국 상륙 작전은 결코 우연일 수 없는 시의적절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방송인·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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