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한동원의 영화감별사
맘마미아!2
맘마미아!2
<맘마미아!>(2008)가 후속편 <맘마미아!2>로 돌아왔다. 결혼식을 앞둔 딸이 자신의 아빠일 가능성이 높은 세 남자를 초대했던 전편에 이어, 이번에는 돌아가신 엄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호텔을 재개장하려는 딸이 엄마의 젊은 시절을 알아가는 이야기다.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여행 판타지 충족
아바의 히트곡은 물론
알려지지 않은 곡까지 폭염 회피 아이템 넘치지만
<뮤리엘의 웨딩>처럼
“인간의 구질구질한 세계가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
포착하지 못해 아쉬워 또 있다. <어벤져스>에 화려무쌍한 브이에프엑스(VFX·시각적 특수효과)가 있듯 <맘마미아!2>에는 노래와 춤이 있다. 더구나 그건 다름도 아닌 아바의 노래들이다. <맘마미아!2>는 아바 노래, 아바 패션감각, 아바 춤, 아바 뮤직비디오 등등, 아바라는 광맥을 전편 못지않게 알뜰하게 채굴해주고 있다. 영화의 타이틀인 ‘맘마미아’는 물론 ‘워털루’ ‘슈퍼 트루퍼’ ‘안단테, 안단테’ ‘아이 해브 어 드림’ ‘생큐 포 더 뮤직’(음… 한글로 쓰려니 점점 뭔가 난이도가 상승하는… 이하 긴 제목은 그냥 영어로 표기하겠음) 등등의 메가히트곡들 끝에, 하이라이트에서 아바 히트곡의 퀸 중 퀸인 ‘댄싱 퀸’이 등장하리라는 것은 뭐 새삼 얘기할 필요도 없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When I Kissed the Teacher’나 ‘Why Did It Have to Be Me?’ 같은 아바의 잘 알려지지 않은 넘버들 또한 적당히 영화 곳곳에 분산배치 해주고 있어 메뉴 다양성까지 확보되고 있다. 이와 같이 <맘마미아!2>는 이 모든 폭염회피 기능성 아이템을 가짓수에서만큼은 모자람이 없고 시청각에서만큼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푸짐하게, 흡사 호텔 조식 뷔페처럼 영화 내내 아낌없이 제공한다. 그리고 이들을 한 덩어리로 굳혀주고 있는 최종 마감재는 역시나 흡수력 좋고 효과 빠르고 부작용 딱히 없는 이야기 전개, 즉 전형적인 할리퀸 로맨스의 스토리 흐름이겠다. 뭐, 굳이 이 자리에서 할리퀸 로맨스의 클리셰의 세계에 대해 새삼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인데, 젊은 시절의 ‘도나’(릴리 제임스)가 3개국 출신 각종 종합 미남들 사이를 핀볼처럼 왕복운동하고 있는 그 전개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그렇게 쉬운 여자는 아니에요”라는 도나의 대사가 자꾸만 정반대 의미로 들려오는 뇌세포 오동작이 자꾸만 일어나려 하더라만, 역시나 <맘마미아!2>는 그러한 관객의 의식흐름까지 예측해 대응하는 치밀한 서비스 정신을 보여준다. 젊은 도나의 할리퀸 폭주에 스스로 알아서 급브레이크를 밟아주며 급속히 감동 압출 모드로 진입하는 현명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물샐틈없는 고객 서비스를 화려한 불꽃놀이(이 불꽃놀이의 대미는 물론 하늘 가득한 사랑을 형상화한 적색 하트 모양 폭죽으로 장식된다)로 마무리하며 <맘마미아!2>는 피폭염 관광무비로서의 맡은 바 소임을 완벽하게 수행해내고 있었으니, 어찌 아니 고객감동할쏜가. 아바의 음반을 구매했던 이유 그런데 이렇게 적는 동안 필자가 아바의 시디를 구매하게 된 경로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것은 <뮤리엘의 웨딩>을 관람한 여파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주인공 뮤리엘(토니 콜렛)이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자신의 삶을 깨닫고 친구와 고향을 떠나는 장면에서 흐르던 ‘댄싱 퀸’을 듣고 난 여파였다. 정통성 면에서야 아바에 의한 아바를 위한 아바의 영화 <맘마미아!> 1, 2편과 비교도 안 되겠지만, 여전히 필자에게 최고의 아바 영화는 <뮤리엘의 웨딩>이다. 그리고 최고의 아바 장면은 여전히, 휴가지의 콘테스트에서 뮤리엘과 절친이 <맘마미아!>의 세트장에서 곧장 데리고 온 듯한 늘씬 미녀 친구들을 앞에 두고 벌이는 ‘워털루’ 립싱크 공연이다. 그렇다. 땅(호텔)과 바다(고깃배)가 해변에서 만나 한데 어우러지는 <맘마미아!2>의 대규모 ‘댄싱 퀸’ 군무를 보고 난 지금에도 말이다. 얼마 전에 이 무시무시한 폭염맞이 흥행대전의 틈바구니에서 의연하게 개봉됐던 ‘작은’ 영화 <어느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신의 에세이에서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등신대의 인간만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고 했었다. <뮤리엘의 웨딩>이 이 그리스 해변빛 정통 아바무비 앞에서도 그 광채를 잃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러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이 일깨우는 아름다움이야말로 그 어떤 관광무비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체험이기 때문일 것이다. 뭐, 이런 극단적 폭염에는 제대로 된 폭염회피 기능성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긴 하겠다만. 한동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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