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으로 고통받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거의 모든 지역, 모든 연령대의 고른 지지를 받아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 속으로 내려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통하는 정부’를 전면에 내세웠다. 국민은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영화계 역시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프리즘이다. 그 안에는 지금 이 시대 우리가 당면한, 그리고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가 담겨 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 평론가, 감독 등 영화인들의 추천을 받아 새 대통령과 앞으로 입각할 장관들, 정책 입안자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를 추려봤다. 이름하여 “이 영화만은 꼭!” 영화가 새 정부와 국민 사이에 또다른 ‘소통의 길’이 되기를 희망하는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버블 패밀리>의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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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장관의 참고서로 권해요…<버블 패밀리> <버블 패밀리>(상영중)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부동산 공화국인 한국 사회를 미시적으로 들여다본 영화다.
개발 붐이 일었던 1980년대, ‘집 장사’로 돈을 불린 감독의 부모는 번 돈을 몽땅 부동산에 투자했다. 하지만 1997년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집안 형편은 급격히 나빠졌다. 허름한 집에 살며 빚에 허덕이면서도 부모는 강남 인근을 고집한다. ‘부동산만이 대박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은 이미 신앙으로 굳어진 터다. 상황은 심각한데, 그 전개는 유머가 넘친다. 아빠는 딸이 영화를 제작하려고 모은 돈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엄마는 남의 행사장에서 부동산 전단을 돌리다 쫓겨난다. 집안에는 가훈처럼 ‘계약’이란 액자가 걸려 있다. 이런 ‘웃픈’ 상황에 처한 것이 이 가족만의 일일까?
김영진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감독은 가족의 모습을 통해 허황한 부동산 대박의 꿈을 좇는 서민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며 “국가가 지난 몇십년 동안 ‘주거’를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가족과 공동체를 무너뜨렸는데, 이제 ‘부동산 자본주의는 그만!’을 외칠 때다.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참고서가 될 영화”라고 말했다.
<종말의 시대>의 한 장면. 서울환경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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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장관은 아시나요? 국제분쟁의 진실…<종말의 시대> 최근 미세먼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가동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시 가동중단(셧다운)을 지시해 화제다. 환경문제가 한국에서도 생존의 문제가 된 시점에서 영화 <종말의 시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 중인 이 영화는 “물 부족과 해수면 상승뿐 아니라 아이에스(IS)의 준동과 국제적 분쟁의 기저에 환경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다소 논쟁적인 영화다. 기후변화는 전세계 사회 움직임과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결국 물과 식량 부족, 기상이변을 야기하고 이는 결국 인종 간 갈등과 국제분쟁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물이 부족한 이슬람국가에서 아이에스가 댐을 장악·통제하는 방식으로 물 부족을 심화시키자 사람들은 농경지를 버리고 도시로 떠난다. 그러나 도시엔 일자리가 부족하고, 먹고살 길이 막막한 사람들의 심리를 아이에스가 파고든다.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과거 정부에서 퇴보한 환경의 문제가 새 정부의 주요 이슈가 된 것을 환영하며, 더 깊은 통찰을 위한 생각거리를 던지는 차원에서 이 영화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파란 나비효과>의 한 장면. 인디플러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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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부 장관 손잡고 보세요…<파란 나비효과> <파란 나비효과>(6월22일 개봉)는 지난 대선 핵심 쟁점이었고, 새 정부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사드(THAAD) 배치 문제를 다룬다.
아이를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평범한 일상을 살던 엄마들, 정치·사회적 관심이 거의 없던 경북 성주의 젊은 엄마들은 왜 거리로 나섰을까. 처음엔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 전자파가 걱정됐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사드는 한반도에 배치할 이유가 없는 무기다. 엄마들은 사드 반대 운동에 참여하며 단순한 님비를 넘어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하는 놀라운 변화와 성장을 이뤄나간다.
박문칠 감독은 “사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외교·안보 사안이기 때문에 국민적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엄마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최고의 안보는 사드가 아니라 평화’라는 말 속에 있다.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무기가 아니라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피의 연대기>의 한 장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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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복지부 장관도 함께 외쳐요, “생리”…<피의 연대기> 지난해 저소득층 학생들의 ‘깔창 생리대’가 문제가 됐고 최근에는 생리컵 수입이 논란이 됐지만, 여전히 ‘생리’에 대한 근본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새달 1일 열리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될 <피의 연대기>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피 흘리는 운명’을 타고난 여성들이 ‘피를 더 잘 흘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또 미국, 스웨덴 등의 공공기관에서 무료 생리대를 나눠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생리대는 소비재가 아닌 필수품이기에 생리대값 논쟁 역시 ‘여성’의 영역이기 전에 ‘복지’의 영역이 아니냐고 묻는다.
조혜영 프로그래머는 “생리용품을 리뷰하는 유튜브 채널 방문자가 100만을 넘어서는 등 언급 자체가 터부시됐던 생리 문제가 이제 공개적인 장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이 영화는 피 흘릴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만큼 여성부뿐 아니라 복지부에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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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장관의 시급은 얼마인가요?…<가현이들> 알바 인구 200만 시대, 문재인 대통령은 30분 배달제 폐지를 골자로 한 ‘알바존중법’과 최저시급 1만원을 주요 청년 공약으로 제시했다. 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 영화 중 하나인 <가현이들>은 ‘45초 햄버거’로 유명한 맥도날드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알바노조·알바연대 활동에 참여한 윤가현 감독과 두 명의 이가현을 통해 알바 노동을 이야기한다. 아직도 사회에선 용돈벌이 취급을 하지만,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 알바를 선택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점주의 문자 한 통에 해고를 당하고, 노동청에 진정을 넣어봤자 ‘좋은 게 좋은 거니 타협하라’는 어이없는 종용을 받기 일쑤다.
윤가현 감독은 “알바를 노동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과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근로감독관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다”며 “알바 노동은 10대부터 70대까지 전 세대의 노동이 돼 가고 있는 만큼 새 정부가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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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도 억울한 일 있겠죠…<재심> 문 대통령은 새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교수를 임명하고,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전 특검 수사팀장을 임명하며 ‘사법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법조 시스템 개혁 목소리도 높다.
영화 <재심>은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돈 없고 ‘빽’ 없는 변호사와, 살인자로 몰려 10년을 복역한 청년의 진실 찾기를 그린다. 사법 피해자 구제의 필요성에 공감을 끌어내며 관람객 240만명을 모았다. 문 대통령 역시 관람자 중 한 명이다. 정지욱 평론가는 “이 영화는 법이 정말 만인에게 평등한지를 물으며, 돈 없고 빽 없는 자에게 법은 오히려 횡포일 수 있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정의로운 법조인이 그런 이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더불어 증명하는 영화인 만큼 새 정부의 사법개혁에 전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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