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한동원의 영화 감별사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쿠사나기’의 헤어스타일로 분장한 스칼릿 조핸슨의 얼굴은 애니메이션과의 상당히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기억 잃은 주인공의 과거 찾기
원작보다 친절한 플롯 택하며
골수팬용 결정적 장면도 완비 스칼릿 조핸슨의 ‘싱크로율’↑
감정 과잉으로 위화감 들수도
‘잘해야 본전’인 프로젝트 한계
화려하고 거대한 예고편 본듯 그 감정이입을 보조하기 위해 투입된 캐릭터인 ‘닥터 오우레’(쥘리에트 비노슈) 역시 이런 유형의 캐릭터에 으레 따라다니기 마련인 ‘로봇 엄마’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좀 단순화시켜 얘기해보자면 <아이 로봇>의 로봇회사 쪽 연구원 ‘캘빈 박사’(브리짓 모이나한) 캐릭터를 떠올리신 뒤, 거기에 회사 쪽과 공모했다는 죄책감을 추가하면 ‘닥터 오우레’에 얼추 근접하겠다.) 쿠사나기에 거의 버금가는 중요 캐릭터인 ‘바토’(필루 아스베크)에 대해서도 그의 상징이라 할 기계의안(일명 ‘잠들지 않는 눈’)을 하게 된 사연부터 친절하게 소개해 올리고 있는 한편으로, 인물 구성이 지나치게 복잡해질 것을 의식한 듯 ‘토구사’라든가 ‘이시카와’ 같은 캐릭터는 거의 등장시키지 않고 있다. 더하여, 과학기술과 인간정체성에 대한 성찰 같은 테마나, 근 미래의 가상 국가들 사이 치열한 외교전이나 정치적 음모나 암투 같은 골치 아픈 소재들 역시, 살짝 흔적만을 남겨둔 채 “너의 기억이 아니라 행동이 너를 규정하는 거야” 같은 주제요약 대사로 간단하게 퉁치고 넘어간다. 그리고 이러한 일반 관객들에게 친절하기 위한 설정의 반대쪽에는, 골수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설정들 또한 갖춰져 있다. 앞서 말했듯 <공각기동대>와 <이노센스>에서 추출해낸 결정적인 장면들을 약간씩 변조시켜 재현하고 있는 것을 위시하여, 홍콩의 번화가와 주거밀집지역을 골고루 담은 로케이션, 그 상공을 날아가는 스태빌라이저 장착된 헬기의 거대한 실루엣,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개인적 서명처럼 등장시키는 견종인 바셋하운드의 오마주풍 출연, 그리고 빌딩 꼭대기에서 광학위장술을 쓰며 강하하는 쿠사나기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그 결정적 장면까지, 영화는 팬들을 상대로 꼭 살려야 할 장면과 설정들에 대한 설문조사라도 한 듯 영화 곳곳에 골고루 원작의 지문을 뿌려놓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그뿐인가. 영화는 온통 홀로그램으로 도배가 된 미래 도시의 이미지(맞다. <블레이드 러너>의 엘에이(LA)를 지배하던 네온사인은 홀로그램으로 대체된다)부터, <매트릭스>의 시각적 계승자를 자임하는 듯한 초고속촬영 슬로모션, 그리고 앞서 말한 ‘쿠사나기’의 과거와 그를 둘러싼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까지(<공각기동대 어라이즈>의 그 과거와는 전혀 다른 과거다), ‘이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에 대한 의욕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시종 차갑고 차분한 어투와 표정을 하고 무시무시한 몸액션을 보여주던 원작의 ‘쿠사나기’와는 달리 <고스트 인 더 쉘>의 ‘메이저’(스칼릿 조핸슨)는 희로애락을 여과 없이 표현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종 차갑고 차분한 어투와 표정을 하고 무시무시한 몸액션을 보여주던 원작의 ‘쿠사나기’와는 달리 <고스트 인 더 쉘>의 ‘메이저’(스칼릿 조핸슨)는 희로애락을 여과 없이 표현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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