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머는 머리싸움을 한다고 말하고선 박치기를 시도한다. <에이머>는 전통 마스크 히어로의 진지함을 소년만화 정서와 결합시켰다.
천만 관객을 눈앞에 둔 <어벤져스 2>와 함께 슈퍼히어로 장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 틈새를 노려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웹툰 <에이머>를 영업하려고 한다. 다만 간과해선 안 될 것은 어벤져스 멤버들은 코스튬 히어로지만 <에이머>의 히어로 ‘에이머’는 마스크 히어로라는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가 유니폼에 가면을 써도 그가 스티븐 로저스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이언맨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코스튬 히어로다. 하지만 <에이머>의 조준은 흰색 비니를 눈까지 눌러쓰고 슈퍼맨과 배트맨이 그러하듯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에이머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이것은 마스크 히어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마스크 히어로는 ‘소 시리어스’하다. 사실 요즘 대중들에겐 전투를 치르고 함께 파티를 즐기는 어벤져스 같은 코스튬 히어로가 대세인 듯싶지만, <에이머>의 구동인 작가는 전통 마스크 히어로의 진지함을 소년만화의 정서와 결합시키며 상당히 유쾌한 히어로물을 만들어냈다.
<에이머>의 주인공 조준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초인적 능력을 각성하고 언젠가 그 힘을 쓸 날만을 기다리며 사는 고등학생이다. 그의 능력은 음속으로 날 수 있다는 것과 다이아몬드 수준 내구성의 박치기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 가공할 힘은, 하지만 쓸 일이 없다. 혹성 앙뜨와네트의 외계인들이 지구에 도착하기 전까진. 작품 소개에도 있듯 이들이 조우한 것은 ‘작은 우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힘이 있는 누구나 영웅의 길을 택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조준은 기다렸다는 듯 비니를 눌러쓰고 에이머로 변신해 외계인과 대립한다.
재밌는 건, 과거의 마스크 히어로들이 좀 더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혹은 자기 주위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썼다면, 조준은 “신분이 알려져 영웅이 됐을 경우 영웅의 본질이 퇴색되는 것을 우려해” 마스크 히어로가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왕도 소년만화’(우정, 모험, 근성 등이 표현되는 소년만화)의 다수가 그러하듯 어느 정도 ‘중2병’ 같은 면이 있다. 하지만 ‘나의 지구는 소중해!’를 외치는 중2병 주인공만이 지구를 지켜내는 소년만화처럼 에이머 역시 오직 그 하나의 신념으로 앙뜨와네트 선봉대의 리더 팜킨, 강력한 전투요원 레오트랑 등과 맞선다. 자기희생에는 어느 정도 자기만족적인 요소가 있다. 소년만화 스타일의 <에이머>는 오히려 이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동시에 ‘나는 영웅이다!’라는 조준의 독백처럼 그것의 오글거림을 희화화한다. 그래서 에이머의 처절한 전투는 외롭거나 심각하다기보다는 어딘가 신나고 즐겁다. 물론 <어벤져스 2>나 <다크나이트> 같은 깊은 성찰까진 없을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 우리가 동경하던 슈퍼히어로란 이렇게 신나는 존재 아니었나.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