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디즈니플러스가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에서 중국 강제 노동 수용소를 언급한 에피소드를 삭제했다. 사진은 한 여성이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이란영사관 앞 벽에 그려진 잘린 머리카락을 든 마지 심슨 삽화를 지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홍콩 디즈니플러스가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에서 중국 강제 노동 수용소를 언급한 에피소드를 삭제해 논란이 일었다.
<로이터> 등 외신은 지난해 10월 방영한 ‘심슨 가족’ 시즌34의 2화 ‘성난 배심원 리사’ 에피소드가 홍콩 디즈니플러스에서 사라졌다고 6일 보도했다. 이 에피소드에는 마지 심슨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강사가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중국의 경이로움을 보라”며 “비트코인 광산,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을 만드는 강제 노동 수용소”라고 말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이는 인권 단체 등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 지역 강제 노동 수용소(신장 재교육 캠프)에 위구르족·카자흐인·키르기스인 등 100만명 이상이 구금됐으며 수감 사유도 석연치 않다”고 주장한 것을 비유한 대사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그동안 수용소에 대해 “신장 재교육 캠프는 직업 교육을 위해 지어졌으며, 극단적 이슬람주의 전파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며 반박해왔다.
홍콩 디즈니플러스가 중국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콩프리프레스>의 지난해 11월 보도에 따르면 홍콩 디즈니플러스는 <심슨 가족> 시즌16의 11∼13화 역시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2화 ‘베이비 인 차이나’는 심슨 가족의 중국 베이징 여행을 다루며, 천안문(톈안먼) 광장에 ‘1989년 이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글귀를 새긴 표지판이 세워진 모습과 전차 대군의 진격을 맨몸으로 막았던 ‘탱크맨’을 연상케하는 장면 등을 담았다. 지난 1989년 인민해방군이 시민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며 많은 사상자를 낳은 천안문 민주화시위를 빗댄 것이다.
<심슨 가족> 시즌16의 12화에 등장하는 장면. ‘1989년 이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글귀가 쓰인 표지판이 천안문(톈안먼) 광장에 세워져있는 모습이다. 애니메이션 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케니 응 홍콩침회대학교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디즈니가 중국 본토에서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 사업 진행 차질을 우려해 에피소드를 적극적으로 삭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모든 에피소드를 삭제하는 건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은 2020년 6월 국가 분열·국가 정권 전복·테러 활동·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이듬해 홍콩 정부는 ‘전영(영화)검사조례’ 개정을 통해 당국이 국가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당시 홍콩 정부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스트리밍 서비스는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황인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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