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모 기자가 자신이 만든 ‘캐리돌’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좌 순실, 우 근혜’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이 남자. 어딘가 예사롭지 않다. 바로, 원하는 모든 사람을 인형으로 창조하는 ‘캐리돌’의 아버지 <시사인> 양한모 기자다. <캐리돌 뉴스>(에스비에스 플러스(SBS+), 에스비에스 펀이(funE), 에스비에스 시엔비시(CNBC). 수 밤 11시)에 등장한 모든 인형이 이 남자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빚었다”는 박근혜부터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에 대선주자들까지, 지금껏 만든 캐리돌만 400개가 넘는다.
‘캐리돌’은 ‘캐리커처’와 ‘돌’(인형을 뜻하는 영어 doll)의 합성어로, 양 기자가 만든 말이다.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신문지를 찢어 뭉치고 붙인 뒤 마지막에 한지를 붙여 완성한다. 다양한 색의 한지로 색깔을 낸다.
<캐리돌 뉴스>는 1주일에 나흘 동안 촬영해도 빠듯하다. 양 기자는 더 바쁘다. “제작진이 대본 내용을 대충 설명해주면 거기에 맞춘 캐릭터를 뽑아내서 일단 제작에 들어갑니다.” 캐리돌 하나 만드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인물이 정해지면 포털 이미지 검색으로 나온 사진은 죄다 찾아보고 포인트를 잡는다. “사람 얼굴의 균형이 깨져 있는 부분을 정확히 뽑아내서 확대합니다. 큰 건 더 크게, 작은 건 더 작게.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균형이 깨져 있는 부분이 많으니까 쉽고 재미있게 그렸어요.” 얼굴의 윤곽을 봐야 하기에 화장한 여자, 어린아이, 노인은 특히 어렵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 만들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화장도 머리도 곱게 하고 우아한 자태로 들어서니까 처음 취임했을 때는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난감했죠.” 프로그램에서는 “인중과 아이라인에 포인트”를 뒀다. “탄핵 얘기 나오기 직전까지는 (박 전 대통령이 화장할 때) 눈꼬리 부분을 위로 올렸는데 이후는 낮추거나 약하게 그리더라고요.” 눈·코·입이 다 큰 김성준 <에스비에스(SBS) 8시 뉴스> 앵커도 힘들었다.
양한모 기자와 그가 만든 실물 크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캐리돌
시사잡지 <시사저널>의 표지에 쓰려고 만든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캐리돌을 만든 지 20년. “예전에는 신문 한 부면 캐리돌 하나를 만들 수 있었는데 요즘은 신문이 얇아져서 한 부로는 안 된다”고 한다. 캐리돌 역사에 신문의 역사도 녹아 있는 셈이다. “요즘은 신문 구하기도 귀해지더라고요. <한겨레>는 읽어보고 찢습니다.”(웃음) 캐리돌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요즘 같은 첨단 시대에 그는 왜 캐리돌을 만들까. 그는 “손맛이 주는 따뜻함이 있는 것 같다. 인형의 피부 질감 등이 살아 있어 정겨움이 느껴진다”고 했다. 매년 캐리돌 전시회를 열었던 그는 5월 대선 뒤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리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관련 전시회에 참가한다. 김재규의 수감 당시 모습을 캐리돌로 표현한다. 그는 “박정희 시대의 종식을 뜻하는 전시회다. 이제는 좀 부드러운 사람들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웃었다.
글·사진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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