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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재와 10대 여고생이 함께 떼창을! - 콜드플레이

등록 2016-11-25 13:53수정 2016-11-26 14:22

록밴드가 20년 이상 전성기를 구가한다는 건 100m 달리기에서 올림픽 3연패를 하는 일과 비슷하다. 후자의 경우 육체의 노화가 걸림돌이 되고 전자의 경우 에너지의 고갈이 문제다. 그 유명한 비틀스도 데뷔 후 채 20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체했고 레드제플린도 마찬가지였다. 20년 넘게 활동하는 팀도 꽤 있으나 대부분 휴지기를 갖거나 멤버 교체 등으로 팀 자체가 바뀌는 경우가 많고 원년 멤버로 꾸준한 전성기를 유지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오늘 칼럼에서 소개할 팀 ‘콜드플레이’(Coldplay)도 그런 그룹이 될 것 같다.

1998년에 그룹이 만들어졌으니 이제 결성 20주년이 코앞이다. 1집 <패러슈트>(Parachute)를 발표하면서 그들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 음반이 발표된 해가 2000년. 얼터너티브록과 브릿팝이 휩쓸었던 1990년대가 가고 새로운 밀레니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은, 괴물 신인밴드의 등장이었다. 딱 적당하게 우울한 도시적 감수성과 군더더기 없는 연주가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는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세기말이라는 요란한 클럽에서 막 나온 음악팬들을 라운지클럽처럼 편안한 느낌으로 맞아주었다.

앞에서도 말했듯, 데뷔 이후부터 이들은 큰 부침 없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꾸준히 음반을 발표해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세계투어를 벌여 거대한 공연장을 꽉꽉 채웠다. 더 고참인 유투(U2)와 그린데이도 여전히 성업 중이었지만 콜드플레이의 팬층이 더 어리고 넓었다. 물론 그들의 음악은 록음악도 아니고 ‘계집애’들이나 좋아하는 말랑한 음악이라며 폄하하는 ‘메탈돼지’들(나를 포함한)도 많았지만, 이런 성차별적인 발언은 늘 유치한 시기심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그들도 잘 알고 부끄러워했을 것이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콜드플레이는 전성기를 구가해왔다. 이들의 탄생을 목도하고 초기 히트곡들을 따라 부르던 푸릇푸릇 20대들은 40대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었고, 이들의 중고생 자녀들이 콜드플레이의 신곡에 열광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시점에 드디어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공연이 성사되었다. 바로 며칠 전에 예매가 시작되었는데….

한마디로 난리다.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서버가 다운되고 표는 매진. 배우 박신혜, 가수 윤하도 티켓 예매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중고거래 장터 시장에는 벌써부터 수십만원의 가격에 표가 거래된다. 공연이 내년 4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암표 가격이 백만원대를 돌파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물론 나도 티켓을 못 구했다.

원래 음악, 특히 록음악은 특정 세대의 추억을 동력으로 삼는다. 그러기에 왕년의 록스타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그들의 전성기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가 주축이 되고, 더 어린 관객들은 뒤늦게 ‘옛날 노래’들을 듣고 팬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콜드플레이는 다르다. 40대 아재들도 10대 청소년들도 콜드플레이의 전성기를 공유한다. 인터넷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공연장을 간다는, 혹은 가고 싶다는 학생들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공연장에서 울려 퍼질 떼창은 그래서 더 감격적일 것임이 틀림없다.

안타깝게도 공연 티켓은 한정되어 있다. 지극히 운이 좋거나, 두 시간 공연에 수십만원의 돈을 치를 정도가 되거나, 마우스 클릭의 달인인 경우를 제외하면 공연장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 어느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을 많은 분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드리기 위해 콜드플레이를 즐기는 특별한 방법 두 가지를 알려드리겠다.

먼저, <보이후드>라는 영화를 소개한다.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무척이나 특이하다. 한 소년이 성인으로 자라나는 드라마틱한 성장 과정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놀랍게도 촬영 기간이 무려 10년이 넘는다. 영화 스토리상의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이 같다는 얘기. 긴 세월 동안 실제 배우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늙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 있다. 아버지 역으로 등장하는 이선 호크의 늘어가는 주름살이 신기하고도 안타깝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제작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이랄까.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도 마찬가지다. 실제 촬영 당시 인기가 많던 노래를 편안하게 깔아놓는다. 이 영화가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흐르는 음악이 바로 콜드플레이 1집 수록곡 ‘옐로’다. 20년 가까이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음악을 해온 콜드플레이와 한 소년의 실제 성장기가 겹치는 셈이다.

두 번째로 추천해드리는 콜드플레이 아이템은 올해 초에 열렸던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 쇼 영상이다. 슈퍼볼 50주년이라는 기념적인 행사였는데, 콜드플레이가 헤드라이너였고 함께 나오는 가수가 무려 비욘세와 브루노 마스! 인터넷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콜드플레이 팬이 아니더라도 놓치지 말고 감상해보시길. 써놓고 보니 127번쯤 본 진부한 홍보문구 같지만, 정말로 이 시대 최고의 팝스타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공연이다.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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