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단독’ 기사들이 넘쳐납니다. ‘단독’은 원래 언론계에서 특정 매체가 뉴스 수용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실을 홀로 보도했을 때 쓰는 표현으로, 영어 ‘exclusive’에서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전에 언론계 종사자들이 주로 썼던 ‘특종’이란 용어 대신, 요즘은 단독이란 말이 더 자주 눈에 띕니다. 그러나 요즘 독자·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 따위 내용이 무슨 ‘단독’이야?“ “왜 우리가 저런 것까지 알아야 해?”라는 조롱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최근 가장 큰 이슈였던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해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어떤 내용들을 ‘단독’으로 보도했는지 살펴볼까요? <티브이조선>은 4월21일 변호사, 한의사 등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시사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도중에, “성완종, 설렁탕·김치찌개 좋아해”, “성완종, 소박한 한식 즐겨 먹어” 등의 대화 내용을 ‘특종’이라며 자막으로 내보냈습니다. <엠비엔>(MBN)은 4월18일 뉴스에서 ‘수행비서 “4월4일 상황 모른다”’는 ‘단독’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만났을 때 수행했던 비서가 금품 전달 의혹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말했는데, 그게 ‘단독’ 이라는 겁니다. <채널에이>는 4월21일 “성 회장과 함께 점집을 찾았던 승려가 복채 20만원을 대신 내줬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해 종편들은 하루에도 예닐곱개씩 이런 식의 ‘단독’을 쏟아냈고, 다른 많은 매체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론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단독’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영역이 또 있습니다. 연애 뉴스를 보도하는 온라인 매체입니다. 한 온라인 연예매체 기자는 “불과 2~3년 사이 아무거나 다 단독을 붙이는 상황으로 변했다. 예전에는 결혼이나 열애, 톱스타의 복귀 기사 정도가 아니면 안붙였는데, 요즘에는 누가 어디에 특별출연하거나 게스트로 나가거나 배역 물망에 올랐다는 것까지 다 붙인다”고 말했습니다.
보도 경쟁은 언론의 오래된, 어찌보면 기본적인 속성입니다. 하지만 최근 ‘단독’이 남발되고 있는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먼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이 장악한 최근의 뉴스 유통 구조를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한 온라인 매체 기자는 “‘단독’을 붙여야 네이버 뉴스 메인에 걸리기 쉽고, 그래야 페이지뷰 증가로 광고수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충성 독자를 가진 매체가 거의 없고 언론 시장이 제대로 분화되어 있지 않아, 비슷비슷한 매체들이 같은 울타리 안에서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단독’ 경쟁은 한국 언론 특유의 현상으로, 지엽적인 관심사로 사건의 본질을 대체하려는 정치적 의도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독자들을 낚으려는 상업적 의도의 결합”이라고 설명합니다.
국외의 권위 있는 언론사들도 자신들의 보도가 ‘exclusive’라며 자랑합니다. 그러나 ‘단독 딱지 남발’이란 비판은 나오지 않습니다. 시청자·독자들이 그 보도의 가치를 인정해주기 때문이죠. <가디언>은 지난 23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성명 초안을 입수해 유럽 정상들이 난민들에게 단지 5000개의 거처만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난민 문제에 대한 가디언의 비판의식과 취재역량이 멋지게 어우러진 ‘단독’ 보도였습니다. 독자나 시청자들이 인정하는 진짜 단독 경쟁에 집중하는 한국 언론을 보고 싶습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