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개국과 동시에 대형 방송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일제히 첫 방송을 시작한 1일 <티브이조선>은 오후 3시40분 개국 프로그램으로 내보낸 <출발! 세상에 없던 티브이>의 위아래 화면이 약 10분간 뒤바뀌는 대형 방송사고를 냈다. <채널에이> 등 다른 종편에서도 지역에 따라 화면과 소리가 따로 나오거나 화면이 갑자기 끊기는 현상이 빚어졌다. 이런 사고 외에도 잦은 편성변경, 재방송으로 방송시간만 채우는 부실 편성도 시청자 불만을 사고 있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무리하게 개국을 앞당긴 종편의 준비 부족이 방송사고와 부실방송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티브이조선은 지상파 방송에서는 좀체 보기 어려운 방송사고를 계속 냈다. 개국 프로에서 아나운서의 상반신이 화면 아래로, 하반신이 위로 올라가는 방송사고를 낸 것을 시작으로 오후 4시10분께부터는 소리가 자주 끊기는 음향사고를 냈다. 끊임없이 터지는 방송사고에 티브이조선은 결국 “본 방송국 사정으로 화면이 고르지 못합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라는 사과 자막을 올렸다. 이날 본방송을 앞두고 오전부터 시작한 시험방송 중에도 채널에이 등 일부 종편은 화면이 갑자기 엉뚱한 화면으로 전환되거나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등의 방송사고를 냈다.

시청자단체인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의 윤정주 소장은 “최소한 1주일 이상 시험방송을 실시해 다양한 방송 환경에 따른 대응방안을 갖췄어야 했는데 개국만 서두르다보니 여기저기서 사고가 터졌다”며 “이 정도의 준비밖에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성의와 능력이 없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잦은 편성변경도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날 오전 <제이티비시>는 ‘편성 변경 알림’ 제목의 긴급 보도자료를 냈다. 이날 오후 4시 방송 개시 직후인 4시45분 사실상의 개국 프로그램으로 내보내겠다고 예고한 <제이티비시에 바란다>의 방송을 하루 늦춘다는 내용이었다. 대신 제이티비시는 이날 밤 11시20분에 방송하려 했던 <특집 티비시, 제이티비시로 부활하다>로 빈 시간대를 채운 뒤 이 프로를 원래 시간대에 재방송하겠다고 밝혔다. 제이티비시 관계자는 “방송사 사정으로 예고했던 프로그램을 내보내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부 종편은 개국 당일까지도 주간 단위 방송 편성표를 확정하지 못했다. 티브이조선은 개국 당일인 1일 오후에야 4일치(1~4일) 편성표를 공개했고, 제이티비시는 이날 오전 주간 단위 편성표를 급히 바꿨다. 채널에이 역시 개국을 하루 앞둔 30일 밤 9시30분께 4일치 편성표를 확정할 수 있었다.

방송 편성표를 보면 조중동 종편은 지상파와 달리 24시간 종일방송을 할 수 있음에도 밤 12시께부터 오전 6시까지는 방송을 편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종편의 경우 개국을 앞둔 지난달 중순까지 방송 스튜디오조차 마련하지 못한 준비 부족이 부실 편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제이티비시 쪽은 “지금은 일시적인 개국 편성이며 방송이 안정화되면 점차 방송시간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사 스스로 본방송 기간인데도 방송의 안정성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통위 핵심관계자도 최근 “1일이 개국날이라지만 사실상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까지는 시험방송 기간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더기 재방송 편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채널에이는 개국 다음날인 2일 낮 12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5시간을, 토요일인 3일에는 전체 방송시간(21시간)의 절반인 10시간30분을 재방송으로 채우겠다고 예고했다. 일요일인 4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티브이조선과 제이티비시의 재방송 편성 비율은 채널에이보다는 적었지만 티브이조선은 <말아톤>과 <웰컴 투 동막골>, <미녀와 야수> 등 그동안 지상파와 케이블 티브이 등이 여러 차례 방송했던 영화로 빈 시간대를 메우겠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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