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괴물’ 종편 출범|투자한 기업 살펴보니
동아·매경 “저축은행 살리자” 화답
‘유성’ 등 투자기업에 유리한 보도도
동아·매경 “저축은행 살리자” 화답
‘유성’ 등 투자기업에 유리한 보도도
종합편성채널(종편) 4사에 투자한 기업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을 통해 드러난 종편 투자기업을 보면 사실상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기업(케이티캐피탈)이나 친엠비(MB) 인사가 이끌고 있는 금융사, 부실사태를 빚었던 저축은행 등의 투자가 도드라진다.
가장 눈에 띄는 그룹은 금융권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종편 사업자 선정 직전인 지난해 10월 “(종편이) 다른 경쟁 미디어를 압도할 킬러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생존의) 관건인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종편 사업자 선정 직후 “사업자 선정 결과는 업계의 1~2개 허가 예상보다 많은 수준”이라며 “종편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두 금융사는 종편들의 사업성 자체를 어둡게 평가했으서도 지난해 12월 종편 사업자 선정 당시 ‘종편 심사위원회 평가 점수’에서 종편 4곳 가운데 3·4위에 그친 두 종편(<채널에이>, <매일방송>)에 투자했다. 이들 금융사가 속한 금융그룹의 수장은 금융계의 ‘엠비(MB) 인맥’으로 꼽히는 인사들이어서, 이들이 종편사를 돕기 위해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지난 9월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과 토마토저축은행 등 부실 저축은행들도 종편에 거액을 투자했다. 제일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동아일보>가 대주주인 <채널에이>에 30억원, <매일경제>가 대주주인 <매일방송>에 10억원을 투자했다. 토마토저축은행은 지난 4~5월 매일방송과 <중앙일보>가 대주주인 <제이티비시>에 각각 20억원씩 투자했다. 지난 1분기 현대스위스저축은행(25억원)과 솔로몬저축은행(10억원)도 매일방송 지분에 투자했다.
종편의 대주주인 일부 신문사는 공교롭게도 지난 5월 저축은행 뱅크런 사태 때 ‘저축은행 살리기’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는 지난 5월5일치 허승호 편집부국장의 ‘제일저축은행 구하기’ 제목의 칼럼에서 “은행 경영의 부실 때문이 아니라 심리공황 때문에 발생한 뱅크런을 방치해 지불불능 위기에 빠뜨린다면 한국의 금융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당국이 제일저축은행을 ‘무조건’ 구해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썼다. 매일경제 역시 5월6일치 서양원 금융부장의 ‘저축은행 뱅크런은 공멸’ 제목의 칼럼에서 “우량은행으로 분류되는 제일저축은행의 예금인출 사태는 ‘이상 과열’ 상황”이라며 “정부는 반드시 제일저축은행 뱅크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부품업체 유성기업도 지난 2월 동아일보 종편 <채널에이>에 10억원을 투자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유성기업 파업사태 때 동아일보는 노조 파업으로 인한 기업 손실을 강조하며 사쪽 입장에 선 보도를 했다. 한진중공업도 지난 2월 30억원을 매일방송에 투자했다. 이 종편의 대주주인 매일경제에서도 한진중 사태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태섭 동의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자사 종편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일부 신문이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보도를 했다면 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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