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사회단체 40여개로 구성된 미디어행동과 전국언론노조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사 앞에서 문화방송의 미디어렙 설립과 직접 광고영업 움직임을 규탄하고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SBS 이어 MBC까지 “광고 영업”
종편 직접영업 물꼬 트자 지상파 가세 ‘쩐의 전쟁’
“공영방송 보호받으면서 이익창출에 혈안” 비판
지역·종교방송 등 ‘작은언론’ 생존 벼랑끝 몰려
종편 직접영업 물꼬 트자 지상파 가세 ‘쩐의 전쟁’
“공영방송 보호받으면서 이익창출에 혈안” 비판
지역·종교방송 등 ‘작은언론’ 생존 벼랑끝 몰려
<에스비에스>(SBS)에 이어 <문화방송>(MBC)마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방송광고 시장이 약육강식의 시장논리만이 지배하는 ‘전쟁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종편) 4사가 일찌감치 광고 직거래에 돌입해 있고 에스비에스는 지난달 27일 자사 미디어렙(미디어크리에이트)을 설립하고 직접영업을 공식화했다. 정치권이 미디어렙 입법을 미적거리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종편에 이어 거대 지상파 방송사마저 광고를 직접 파는 이전투구 경쟁에 나선 것이다. 그간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지상파 연계 광고판매 방식을 통해 광고 수입을 배분받아온 지역·종교방송을 비롯해 작은 언론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화방송은 국회에서 미디어렙 처리가 계속 미뤄지고 있고 에스비에스가 자사 렙을 세운 마당에 마냥 입법을 기다릴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언론단체와 학계에선 공영방송으로서 방송의 공공성과 언론 생태계를 위한 사회적 역할을 스스로 저버린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인숙 경원대 교수는 “공영방송을 표방한 채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건 보호받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건 창출하겠다는 이중적 태도”라며 “현재 방송광고 시장 상황은 무법 상태라기보다는 법이 미비된 상태다. 새 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존 법이 준거 틀이 되어야 하는데 그 틈새를 비집고 자사 이익을 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방송마저 광고 직접판매에 나설 경우 그동안 언론계와 정치권에서 공감대를 얻어온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체제 구상이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종편채널의 미디어렙 위탁에 반대하는 한나라당도 1공 1민 체제를 지지하고 있다. 지상파가 저마다 자사렙을 설립하기보다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을 각각 1개의 미디어렙 틀에 포괄하고, 방송사 지분을 엄격히 제한해야 그나마 광고경쟁 체제의 부작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것이 1공 1민 렙 체제다. 종편 위탁 의무화를 두고 여야 입장이 갈리고 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문화방송이 자사 렙을 설립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두 지상파 방송이 자사 렙을 설립하면, 앞으로 국회에서 1공 1민 체제의 법안이 만들어지더라도 이들이 자사 렙이 존재한다는 현실론을 펴면서 상황을 어렵게 할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해법의 실마리를 종편채널의 미디어렙 위탁에서 찾아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지상파들이 자사 렙 설립에 나서는 핵심 명분은 종편의 직접영업이다. 뉴스 보도 기능까지 갖춘 종편 4곳이 광고 직접영업을 시작한 터에 ‘손 놓고 당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항변이다. 많은 언론 전문가들은 종편과 민영 방송사를 1개의 민영 미디어렙으로 포괄하고 문화방송 등은 공영렙에 포함하는 방식의 체제가 그나마 방송의 공공성 훼손을 최소화할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지상파의 직접영업은 코바코의 광고 독점 판매에 위헌 판단을 한 헌법재판소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헌재 결정은 미디어렙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되 방송 공영성과 여론의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방송 제작 및 편성은 광고 영업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연우 대표는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의 자사 렙 방식은 직접영업과 다를 바 없다. 자회사 방식의 렙은 편성·제작과 광고 영업을 분리하는 칸막이 구실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언론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앞에서 이 방송사의 자사 렙 설립 움직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자사 렙 설립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스스로 포기한 김재철 사장 등 문화방송의 몇몇 간부가 전체 구성원의 뜻과 상관없이 자본으로부터의 독립까지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김 사장이 직접영업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전체 언론인이 힘을 모아 김 사장 퇴진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허미경 최성진 기자 carmen@hani.co.kr
언론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앞에서 이 방송사의 자사 렙 설립 움직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자사 렙 설립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스스로 포기한 김재철 사장 등 문화방송의 몇몇 간부가 전체 구성원의 뜻과 상관없이 자본으로부터의 독립까지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김 사장이 직접영업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전체 언론인이 힘을 모아 김 사장 퇴진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허미경 최성진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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