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준 개정 추진…채널 3개 늘듯
언론단체 “종편 특혜용” 의혹 제기
언론단체 “종편 특혜용” 의혹 제기
이르면 이달 안에 케이블 티브이 방송의 아날로그 채널이 3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일 그동안 유선 음악방송 사업자가 사용해온 주파수 대역을 티브로드, 씨앤앰(C&M), 씨제이(CJ)헬로비전 등 케이블 에스오(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도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에스오가 채널을 늘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음달 개국을 앞둔 종합편성채널(종편)과의 채널배정 협상에 소극적이던 상황에서, 방통위의 이번 조처는 종편 채널협상에 도움을 주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 쪽은 “(종편 등장에 따라) 케이블 아날로그 채널에서 밀려나야 하는 중소 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을 위해 에스오에 추가로 주파수를 배정하도록 하는 ‘유선방송국설비 등에 관한 기술기준 일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이번에 에스오에 문을 여는 주파수 대역(88~108㎒)은 지금까지 음악다방 등에 유료로 음악을 공급해온 음악방송 사업자의 몫이었다. 방통위에 따르면 음악방송 사업자는 2002년 104개까지 늘었다가 11월 현재 12개만 등록을 유지하고 있고, 그나마 이 중 11개는 파산했거나 소재불명 상태다. 방통위는 이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면 기술적으로 에스오가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아날로그 채널은 최소 3개 이상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종편 특혜용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케이블 업계에서 해당 주파수를 계속 요구해왔던 만큼 관련 기술기준 개정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개정안이 처리되면 음악방송과 에스오가 해당 대역을 함께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오는 8일까지 전자공청회를 진행한 뒤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을 경우 방통위 상임위원회 보고와 의결을 거쳐 이달 안에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 기술기준이 개정되면 현재 70개 안팎인 각 에스오의 아날로그 채널은 3개가 늘어나게 된다.
언론단체에선 방통위의 이번 주파수 추가 할당이 케이블 에스오한테는 상당한 ‘혜택’이라는 점과, 결과적으로 에스오와 종편의 채널협상도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종편 특혜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에스오는 아날로그 채널이 포화 상태인데다 계약을 맺고 있는 기존 피피와의 관계도 단박에 끊기 어렵다는 이유로 종편 채널협상에 난색을 표해왔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에스오 쪽에는 종편 4사 가운데 기존 피피인 <엠비엔>(MBN)과 자리를 맞바꾸는 <매일방송>을 제외한 나머지 3개사의 채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며 “종편 개국이라는 변수가 없다면 방통위가 과연 에스오 쪽에 해당 주파수를 선뜻 내줬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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