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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시청률 집계 안된 날 ‘희한한 여유’

등록 2011-10-28 20:07수정 2011-12-01 11:20

박상혁의 예능예찬
방송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프로그램을 많은 사람들이 봐주는지 궁금하다. 이를 위해 2000명 정도의 표본 집단을 조사해 전 국민 중 얼마만큼 시청하는지를 추정하는 숫자, 시청률이 존재한다. 요즘은 홈쇼핑처럼 실시간으로도 시청률을 볼 수 있으니 피디들 입장에선 피가 마른다. 최근에는 수시로 시청률이 검색어에도 오르는 걸 보면 일반 시청자들도 관심이 높은 것 같다. 그러나 수없이 쏟아지는 시청률 분석 기사들.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일단 시청률이라고 불리는 숫자가 너무 많다. 매일 아침, 에이지비(AGB)닐슨과 티엔엠에스(TNMS)라는 두 개의 조사업체는 각기 다른 시청률을 발표한다. 두 회사는 또 각각의 전국시청률과 수도권시청률을 발표한다. 피디로서의 경험 치로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은 닐슨보다는 티엔엠에스, 전국시청률보다는 수도권시청률이 높다. 표본 집단의 성격이 다르다는 뜻일 거다. 이밖에 1분당 최고 시청률도 있고 티브이를 켜놓은 가구 중에 특정 채널을 보는 비율인 점유율도 있다. 요즘은 20~40대만을 기준으로 한 타깃 시청률도 등장했다. 여기에 케이블방송이 포함되면 훨씬 더 복잡해진다. 케이블은 유료채널로 방송을 보는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다. 공중파 시청 가구의 80% 정도 된다. 또한 공중파와 달리 광고를 제외하고 시청률을 계산한다. 당연히 단순비교해서는 안 되는 숫자들이다.

이렇게 숫자들이 많으니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숫자를 고르면 된다. 기자들도 그렇다. 그 결과 같은 프로그램에 시청률 급락과 급상승 기사가 동시에 나오기도 한다. 오차의 범위가 존재하는데도 0.1%로 상대프로그램을 압도했다는 인터넷 기사가 ‘태연하게’ 나온다. 알다시피 정보가 많다고 더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창피한 일이지만, 어느 날인가 시청률 조사업체의 시스템이 고장을 일으켜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날이 있었다. 인터넷 기사들은 방향타를 상실한 느낌이었고 방송사 높으신 분들은 딱히 뭐라고 말을 못하는 이상한 분위기였다. 모두가 숫자의 노예인 상황에서 수많은 제작진들이 하루 동안의 희한한 여유를 즐겼다. 올해 12월이면 이 치열한 시청률 전쟁에 종편 4개사가 추가된다. 아전인수에는 천부적인 그들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입장에 따라 숫자를 선택하고 부풀리고 감출 것이다.

원래 시청률은 프로그램에 돈을 대는 광고주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그 자체로 주식 시황판이나 경마 중계처럼 누가 얼마나 이기는지가 더 중요해진 느낌이다. 그러나 시청률은 프로그램의 시시각각 변하는 ‘현재’를 표현할 뿐 프로그램의 가치나 미래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백번 생각해도 내가 보는 프로그램 시청률이 높다고 내가 받는 이익은 없다. 여론조사 결과가 높다고 그 후보가 반드시 당선되는 것은 아닐 뿐 아니라 내가 그 후보를 지지할지의 여부와는 더더욱 상관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숫자에 울고 웃는 서글픈 짓은 그냥 방송사나 광고주들의 몫으로 남겨두자. 에스비에스 <강심장> 피디

※이번주부터 박상혁 에스비에스 피디와 대중문화평론가 황진미씨의 칼럼이 번갈아 연재됩니다. 지금까지 좋은 글을 써준 ‘티브이 보는 여자’의 이미경씨, ‘티브이 보는 남자’의 차우진씨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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