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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아줌마 파마’한 홍길동?

등록 2008-01-20 21:24

발칙한 상상력의 퓨전사극 ‘쾌도 홍길동’
발칙한 상상력의 퓨전사극 ‘쾌도 홍길동’
발칙한 상상력의 퓨전사극 ‘쾌도 홍길동’
멋진 등장을 위해 스스로 머리 위로 낙엽 뿌리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불세출의 영웅이 있으니 그 이름은 바로 ‘홍길동’. 홍길동이 뜨자 시청률도 떴다.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한국방송 2텔레비전 <쾌도 홍길동>(홍정은·홍미란 극본, 이정섭 연출)의 시청률은 15.6%(에이지비닐슨 미디어리서치 기준). 지난 해 <달자의 봄> 이후 10개월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회복하며 한국방송은 그간의 미니시리즈 부진을 만회했다.

<쾌걸 춘향> <환상의 커플>로 고정팬을 거느린 일명 ‘홍자매’ 작가의 힘과 강지환·성유리·장근석의 호화 캐스팅이 밑천이 됐다.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을 모태로 태어난 <쾌도 홍길동>은 여전히 ‘호부호형’하지 못하는 홍길동(강지환)이 주인공이지만 원전과는 태가 좀 다르다. 활빈당을 조직해 부패한 양반네들을 혼내는 고전 속 홍길동은 난세의 영웅인데 반해 드라마 속 홍길동은 ‘길동이에게 시집보낸다’고 하면 우는 아이도 눈물을 뚝 그치게 하는 말썽꾼이기 때문이다. <쾌도 홍길동>은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과 고전 속 캐릭터를 재해석하고 패러디 하며 만화 같은 상상력으로 배꼽을 잡게 하는 힘을 보여준다.

원전서 ‘이름’만 빌린 현대적 주인공
격구장엔 캐디 있고, 무희는 ‘섹시댄스’
“세태 풍자 통해 원전 의미 살릴 터”

■ 사극과 현대극의 이종배합= 코믹 퓨전 사극을 표방한 <쾌도 홍길동>은 뚜렷한 시대적 배경이 없다보니 사극이라도 고증의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거창하기보다 재밌는 사극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고 싶었다”는 제작진의 바람대로 사극의 틀을 가져왔으나 모든 걸 재창조해냈다. “기존 사극처럼 부채춤을 추는 연회는 하고 싶지 않았다”는 이정섭 피디는 사이키 조명이 돌아가는 나이트클럽 분위기의 기생집에서 무희들이 섹시 댄스를 추게 하고, 격구장엔 골프장처럼 캐디를 등장시켰다. 병풍에 쓰인 글씨를 조합해 눈으로 대화를 나누는 ‘병풍 채팅’도 신선하다. 짧은 파마머리의 색안경을 낀 홍길동, 망사 달린 베레모를 쓴 노상궁 등 캐릭터들이 입고 쓰는 의상과 소품은 ‘퓨전’이란 용어 아래 자유롭게 표현했다.

세태 풍자도 직설적이다. 양반은 우스꽝스럽게, 평민은 생활감있게 그려낸다. ‘권력의 핵심’인 좌의정 대감이 청나라에서 수입한 사인교로 으시대고 한정판매 노리개 선물로 딸을 달랠 때, 전라도 출신 가짜 중국 상인 왕서방은 코에 힘 들어간 목소리로 “비~싼~거”를 외치며 물건을 판다. 진중하진 않아도 발칙한 상상력으로 원전이 가진 주제의식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정통 사극의 분위기가 깨지니 시청자들의 반응도 분분하다. ‘왠만한 개그 프로그램보다 웃긴다’(송인표)부터 ‘옛날인지 오늘날인지 구분이 안 된다. 온 가족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김재석)는 의견도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라온다.

발칙한 상상력의 퓨전사극 ‘쾌도 홍길동’
발칙한 상상력의 퓨전사극 ‘쾌도 홍길동’

■ 두 남자의 성장드라마= <쾌도 홍길동>은 서자인 홍길동과 적자이면서 서자인 광해군에 의해 어린 나이에 죽은 영창대군을 모델로 만들어진 창휘(장근석)의 성장기를 다룬다. 홍자매 작가는 “서자의 억울함을 안고 사는 길동이와 적자라서 죽임을 당한 창휘가 만나면 극과 극이 통하는 공감대는 물론 절대로 교차하지 못하는 부분이 만드는 갈등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악의 대립 이상으로 등장인물 간의 미묘한 관계가 흥미진진하다’(이주란)는 평도 이 때문이다. 창휘처럼 만들어진 인물인 약장수 이녹은 멍청한 듯하지만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두 남자가 스스로를 깨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큰 힘이 돼준다.

서자로 태어난 신분의 한계를 딛고 사회 부조리에 저항하며 이상국가까지 세워 ‘혁명소설’ ‘사회소설’이라고 불렸던 고전처럼 <쾌도 홍길동>도 활빈당을 조직한 길동이가 구린내 나는 탐관오리들을 조롱하고 불의한 사회를 응징하는 통쾌함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정섭 피디는 “웃음으로만 멈추는 게 아니라 돈 많은 세력가들을 풍자하며 양반들의 권위를 우습게 표현하겠다”고 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올리브나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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