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국내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쏟아진다. 예전에는 ‘대작’이라고 부르는 작품 위주였다면, 이젠 크고 작은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영화계 인력들이 오티티 드라마를 만드는 일도 일반화 됐다.
장점도 많지만 오티티 드라마들이 갈수록 식상해지는 단점도 생겼다. 그동안 오티티 드라마들은 티브이에서는 볼 수 없는 소재로 차별화가 뚜렷했다. 요즘은 소재 선택에서 차이가 없다. 굳이 이 영화를, 이 소설을 시리즈로 만들었나, 싶은 작품도 나온다. 영화 구성과 드라마 구성의 구분 없는 작품도 많다. 최근 나온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욘더>와 <몸값>으로 오티티 드라마를 만들면서 기억해야 하는 것들에 이야기를 나눴다. <몸값>은 14분짜리 단편영화를 모티브로 했다. <욘더>는 소설이 모티브로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다.
주제 의식 좋은 <욘더>, 드라마 구성으론 지루한 감이
정덕현 평론가 = 이준익 감독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는 도전 자체가 화제였다. 국내 드라마업계에서 잘 시도하지 않은 공상과학(에스에프·SF) 장르이고,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담은 휴먼드라마라는 자체만으로 가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대중적인 차원에서 보면 조금 긴 분량의 영화를 시리즈 방식으로 잘라놓은 듯한 느낌이다.
남지은 기자 =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 죽음 이후의 세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시대와도 잘 맞았다. 하지만 의미 외에는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느낌이다. <욘더>는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로 만들어 짧고 굵게 임팩트를 주는 게 나았을 것 같다.
정덕현 평론가 = <욘더>는 영화인들이라면 박수칠만한 걸작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사후 세계에 대한 설계를 ‘기억을 업로드하는 기술’을 통해 그려냄으로써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기억이 계속 살아있고(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것이지만) 그 기억과 소통할 수 있다면, 남은 자에게 망자는 인식론적으로 봤을 때 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영원히 죽지 않는 기억의 세계는 과연 천국인가. 그런 철학적 질문들이 작품 안에 녹아있다. 하지만 <욘더>는 드라마적으로 보면 지루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드라마는 일상에서 접하는 것이기 때문에 몰입과 이완의 적절한 균형이 요구된다. 그게 아니면 채널은 쉽게 돌아간다. 그런 점에서 <욘더>의 영화적 선택은 드라마라는 시청 방식과는 엇박자를 내는 면이 있다.
남지은 기자 = 드라마 시리즈로 만든다면 오히려 ‘욘더’의 세계를 더 많이 보여주면서 현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곳이 죽음 이후의 세계였다거나, 아니면 욘더의 세계와 그곳으로 가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엮어서 뭔가를 보여주는 식으로, 좀 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졌어야 한다. 이야기가 풍부해야 하는데, 설정만 있고 이야기가 없는 느낌이다. 영화 관계자들이 오티티에서 드라마를 만들 때는 예술성을 생각할 것인지, 대중성을 생각할 것인지 고민에 빠질 것 같다.
정덕현 평론가 = 오티티 드라마를 보면 드라마는 드라마만의 방식과 정서가 있는데, 영화의 방식을 그대로 가진 작품을 드라마 틀에 맞춰 내놓은 이런 선택이 과연 괜찮을까 싶은 면이 있다. <욘더>는 그래도 진정성도 있고 완성도도 높지만, 오티티를 기회로 영화업계가 단순히 영화적 방식으로 내놓은 작품을 자르거나 늘려서 드라마로 내놓는 일이 잦아지면 오티티 드라마가 부조화를 이루게 된다. 극장을 매개로 해온 영화와 티브이를 전제한 드라마는 분명한 장르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단편영화를 드라마 시리즈로 연결하려 노력한 <몸값>
정덕현 평론가 = <몸값>은 그런 점에서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를 수용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동명의 14분짜리 단편영화 <몸값>이 원작인데 6부작 안에서도 구성이 다채롭다. 원작의 내용을 1회에 압축한 후, 나머지 5회 분량을 드라마에서 새로운 서사로 채웠다. 원조교제에서 시작해 장기경매로 넘어가면서 몸값 이야기로 반전을 보여준 원작 내용에,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새롭게 구성했다. 주제의식은 자본화된 세상에서 값으로 매겨지는 몸이라는 동일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원작과는 다른 구성과 소재가 더해져 드라마의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남지은 기자 = 단편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터라, 굳이 이 좋은 작품을 왜 드라마로 만들려고 하나 우려했다.(단편 안 보신 분들 꼭 보시라. 왓챠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원작의 좋은 점을 수용하려고 노력한 게 보이더라. 단편에 나온 배우들이 드라마에도 나오고, 단편 약 14분을 원테이크(신을 자르지 않고 한 장면으로 연결해 촬영)로 담았는데, 드라마 <몸값>에서도 그런 시도가 보인다. 지진이 난 이후부터는 인위적인 느낌이 나기는 하지만 6부에서 예상하지 않게 상황이 바뀐다. 그간 볼 수 없던 장르 전환물을 시도하는 장르라고 할까. 재미 여부를 떠나 단편영화를 드라마로 만들면서 새로운 걸 시도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정덕현 평론가 = 현재 드라마와 영화는 오티티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영상 소비 방식의 변화 등으로 산업의 영역이 점점 중첩되고 있다. 단순히 헤게모니 싸움이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업계에 대한 존중과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간 드라마업계를 낮게 바라보던 영화계의 시선도 바뀌어야 하고, 단지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접근은 더더욱 피해야 한다. 드라마가 가진 가치와 위상을 충분히 인정하고 그간의 업계가 해왔던 노력을 존중하는 전제가 없이는 케이(K)-콘텐츠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 총평
정덕현 평론가 = 영화 저 세상으로 간 드라마 <욘더>와 드라마로서도 제값 하려 노력한 <몸값>
남지은 기자 = 영화였으면 더 좋았을 <욘더>와 드라마로서 새 장르 시도한 노력 보이는 <몸값>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