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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한국미술사 새로 쓸 ‘초일류’ 컬렉션…‘이건희 미술관’ 건립될까

등록 2021-04-28 18:45수정 2021-04-29 11:19

삼성가 미술품 2만3천점 기증
전용 전시관 마련 눈앞 과제
삼성미술관 꿈꿨던 송현동 땅 물망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적 명품으로 꼽히는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 <여인들과 항아리>. 색면 분할된 배경에 사슴, 여인, 도자기 등을 단순화한 형태로 그려 배치한 가로 568cm, 세로 281cm의 대작이다. 도자기를 든 채 젖가슴을 드러낸 반라의 여인 도상들을 통해 작가는 한국의 전통미를 단순화, 추상화하는 작업 여정을 드러내고 있다. 애초 <중앙일보> 사옥 내부 공간에 걸어둔 것을 보고 “전시 장소가 격에 맞지 않다”며 일부러 떼어 따로 보관했을 만큼 이 회장의 관심이 남달랐던 걸작이다. 그림을 처음 사들인 원래 소장자 쪽에서 구매 전 그림 속 여인의 젖가슴을 지워달라고 주문했다가 이에 반발한 작가가 최종 서명을 하지 않고 팔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적 명품으로 꼽히는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 <여인들과 항아리>. 색면 분할된 배경에 사슴, 여인, 도자기 등을 단순화한 형태로 그려 배치한 가로 568cm, 세로 281cm의 대작이다. 도자기를 든 채 젖가슴을 드러낸 반라의 여인 도상들을 통해 작가는 한국의 전통미를 단순화, 추상화하는 작업 여정을 드러내고 있다. 애초 <중앙일보> 사옥 내부 공간에 걸어둔 것을 보고 “전시 장소가 격에 맞지 않다”며 일부러 떼어 따로 보관했을 만큼 이 회장의 관심이 남달랐던 걸작이다. 그림을 처음 사들인 원래 소장자 쪽에서 구매 전 그림 속 여인의 젖가슴을 지워달라고 주문했다가 이에 반발한 작가가 최종 서명을 하지 않고 팔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큰손’ 컬렉터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컬렉션은 한국 미술사를 새롭게 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문화체육관광부는 28일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 기증 관련 내용을 잇따라 발표했다. 고미술부터 근현대미술까지 1만1천건(2만3000점)에 이르는 기증 폭과 규모는 국내는 물론 20세기 세계 미술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최고의 걸작으로 지목되는 18세기 중순 겸재 정선의 대표작 <인왕제색도>. 비가 내린 뒤 더욱 또렷하게 정제된 서울 인왕산 풍광을 담은 한국 회화사의 간판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최고의 걸작으로 지목되는 18세기 중순 겸재 정선의 대표작 <인왕제색도>. 비가 내린 뒤 더욱 또렷하게 정제된 서울 인왕산 풍광을 담은 한국 회화사의 간판 작품이다.
국내 문화유산과 세계적 대가의 대표작을 추적·수집해온 고인의 컬렉션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어진 국내 3개 민간감정기관의 상속 미술품 실사에서 실체를 드러낸 바 있다. 1만3천점(건)의 규모에 감정평가액이 최소 2조5천억원 이상이라는 추산이 나오자 학계와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기증된 주요 명품들 목록만 봐도 10개 이상의 전문 미술관을 세우고도 남을 분량과 가치를 지녔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이 회장은 컬렉션과 관련해 기증이나 존속 등 특별한 주문을 유언으로 남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유족들은 여러 대표작들을 기증하는 결단을 내렸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한국 회화사 최고 걸작인 겸재 정선의 대표작 <인왕제색도>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 <여인들과 항아리>는 단연코 상징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첫손 꼽히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9~1920). 지베르니 자택에서 연못에 핀 수련을 관찰하며 그린 250여점의 <수련> 연작 계열 작품들 가운데 하나다. 가로로 긴 화폭에 흰색, 초록색, 보라색을 겹쳐 바르는 붓질로 연못의 수면과 수련을 핍진하게 묘사했다. 모네가 백내장으로 시력을 점차 잃어가던 노년기 점차 추상화해가는 작업 양상을 잘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첫손 꼽히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9~1920). 지베르니 자택에서 연못에 핀 수련을 관찰하며 그린 250여점의 <수련> 연작 계열 작품들 가운데 하나다. 가로로 긴 화폭에 흰색, 초록색, 보라색을 겹쳐 바르는 붓질로 연못의 수면과 수련을 핍진하게 묘사했다. 모네가 백내장으로 시력을 점차 잃어가던 노년기 점차 추상화해가는 작업 양상을 잘 보여준다.
서양 거장 컬렉션의 명작으로 첫손에 꼽히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을 전격 기증한 것도 놀랍다. 이 작품은 지베르니 자택에서 연못에 핀 수련을 관찰하며 그린 250여점의 <수련> 연작 중 하나로, 가로로 긴 화폭에 흰색·초록색·보라색을 겹쳐 바르는 붓질로 연못의 수면과 수련을 핍진하게 묘사한 대표작이다. 고갱의 희귀한 초창기 작품과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걸작 <켄타우로스 가족>을 기증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쪽에선 구치소 생활을 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절박한 상황이 반영됐을 것이란 추정도 나오지만, 문체부나 미술계에선 문화유산의 공공적 보존과 전달이라는 고인의 유지를 살리려는 유족들 의지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문체부 관계자는 “삼성이 사실상 예우를 위한 어떤 조건도 걸지 않고 전폭적으로 성실하게 기증 교섭에 임했다”고 말했다.

스페인 출신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1940년작 <켄타우로스 가족>.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분석학자 오토 랑크에게 영감을 받아 창작한 작품으로 전해진다. 그리스 신화 속 괴수 켄타우로스들이 출산하는 장면을 초현실적인 상상력으로 표현했다. 기형적인 몰골의 사람과 괴수 도상들이 분방하게 얽히고 펼쳐지면서 환각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스페인 출신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1940년작 <켄타우로스 가족>.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분석학자 오토 랑크에게 영감을 받아 창작한 작품으로 전해진다. 그리스 신화 속 괴수 켄타우로스들이 출산하는 장면을 초현실적인 상상력으로 표현했다. 기형적인 몰골의 사람과 괴수 도상들이 분방하게 얽히고 펼쳐지면서 환각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마르크 샤갈이 말년인 1975년 그린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푸른 톤이 배어든 화폭에 빨간 꽃봉오리들이 점점이 피어난 화병이 배치돼 절묘한 색감의 조화를 보여준다. 크기는 작지만 샤갈 특유의 몽환적인 감성이 여실히 느껴지는 그림이다.
마르크 샤갈이 말년인 1975년 그린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푸른 톤이 배어든 화폭에 빨간 꽃봉오리들이 점점이 피어난 화병이 배치돼 절묘한 색감의 조화를 보여준다. 크기는 작지만 샤갈 특유의 몽환적인 감성이 여실히 느껴지는 그림이다.
이번 기증으로 고미술·근대미술 컬렉션 대부분을 국가기관에 떼어준 리움은 이제 현대미술 중심 컬렉션으로 위상 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과제는 막대한 분량의 컬렉션을 정부 당국이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고 유지·전시하면서 고인의 유지를 살릴 것인지로 쏠린다. 당장 제기되는 것이 이른바 ‘이건희 기념미술관’으로 요약되는 전용 수장 전시관 건립 문제다.

이와 관련해 미술계와 문화계에서는 삼성이 실제로 리움의 전신인 삼성미술관을 지으려고 매입했다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포기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미 대사관 직원 숙소 터에 국립서양미술관이나 이건희 기증 기념미술관을 짓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소유했던 이 땅은 최근 서울시가 매입하기로 확정했다. 삼성의 미술관 건립 꿈이 서렸던 땅이라는 상징성에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거의 완공된 서울시 산하 시립 공예박물관, 경복궁, 인사동, 북촌 화랑가 등을 잇는 요지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설득력을 더한다.

박수근의 1954년 작 <절구질하는 여인>. 아이 업고 절구를 빻는 여인의 모습을 갈색조 화면에 소박한 필치로 부각시킨 그림이다. 농촌과 도시의 서민동네를 배경으로 일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많이 그렸던 작가의 1950년대 주요 작품 가운데 하나다.
박수근의 1954년 작 <절구질하는 여인>. 아이 업고 절구를 빻는 여인의 모습을 갈색조 화면에 소박한 필치로 부각시킨 그림이다. 농촌과 도시의 서민동네를 배경으로 일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많이 그렸던 작가의 1950년대 주요 작품 가운데 하나다.

6세기 후반 삼국시대의 국보 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 강원도 춘천 출토품으로 전해진다. 하나의 광배에 삼존상을 붙인 일광삼존불 형식을 띤 것이 특징이다. 국보 129호 금동보살입상과 더불어 이건희 컬렉션의 불상 조각을 대표하는 명품이다.
6세기 후반 삼국시대의 국보 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 강원도 춘천 출토품으로 전해진다. 하나의 광배에 삼존상을 붙인 일광삼존불 형식을 띤 것이 특징이다. 국보 129호 금동보살입상과 더불어 이건희 컬렉션의 불상 조각을 대표하는 명품이다.
이곳이 지역구였던 이낙연 의원이 국립민속박물관 분관 설치를 공약하기도 했으나, 면적이 협소해 실현이 의문시됐다. 문체부도 현재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인근에 향후 물납제 제도화에 따른, 다른 재벌가의 추가 기증 공간까지 염두에 둔 대형 전시관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서울시·정부·종로구청과의 협의만 잘되면 삼성 쪽도 전시관 건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미술계의 중론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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