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계가 촉각을 곤두세워온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 기증 내역이 28일 공개됐다.
삼성전자 쪽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어 유족들이 미술품 기증 등을 통해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로 했다면서 국보·보물 60건을 비롯한 전통문화유산들과 세계적인 서양 대가들의 양화 작품, 국내 유명 작가의 근대 미술 작품 1만1천여건(2만3천여점)을 국립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전통 유산 컬렉션은 모두 2만1600여점을 국립박물관에 내놓는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대표작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이 기증 목록에 포함됐다.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연작의 일부.
국립현대미술관에는 한국과 서양의 근대 대표 작가들의 작품 컬렉션 1600여점이 들어간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서구의 인상파와 입체주의·초현실주의 거장들의 명작들이다. 삼성가 쪽은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을 비롯해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들을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근대기 대가들의 작품들로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기증품과는 별개로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된다.
삼성 쪽은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어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와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