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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단독] ‘이건희 컬렉션’ 1천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다

등록 2021-04-20 16:30수정 2021-04-21 10:23

이중섭·박수근·피카소·모네…
시가 평가액 1조원대 추산
국내 역대 최대 규모 기증
이건희 컬렉션의 근대미술품을 대표하는 명작인 이중섭의 <황소>.
이건희 컬렉션의 근대미술품을 대표하는 명작인 이중섭의 <황소>.
고 이건희(1942~2020) 삼성 회장의 상속재산 처리 절차가 다음주 초 발표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건희 미술 컬렉션의 주축을 이루는 한국근대기 명작 미술품들과 19세기 말~20세기 초 서양미술품 1천여점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다. 또 그림, 조각품, 도자기 등 국보와 보물 문화재 수십여점, 고미술 컬렉션 수백여점도 국립중앙박물관 기증 목록에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미술관·박물관 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역대 최대 규모의 기증 사례다.

박수근 작 <앉아있는 여인>.
박수근 작 <앉아있는 여인>.
<한겨레>가 문화체육관광부와 삼성그룹 내부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삼성가 쪽은 지난 2월께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의를 벌여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김환기, 모네, 피카소 등 국내외 거장들의 주요 명작과 한국과 서양의 근대미술 컬렉션 작품 상당수를 기증·인도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증 목록에 거론된 작품은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 연작 중 일부와 아이들의 군상도 및 은지화, 김환기 말년기의 푸른 점화 대작, <앉아있는 여인> <나무와 두 여인>을 비롯한 박수근의 시골사람 연작과 <나목> 연작, 이인성의 꽃과 풍경 그림, 천경자의 정물 그림, 이응노의 콜라주 작업, 유영국의 산 그림 등으로, 삼성가가 소장한 근대미술 컬렉션의 주요 수작들이 망라되어 있다. 여기에 인상파 화가 모네, 입체파 거장 피카소 등 근대기 서구 거장들의 A급 작품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고 문체부와 삼성 쪽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건희 고미술 컬렉션의 핵심인 겸재 정선의 걸작 <인왕제색도>. 감정 평가에서 400억~1000억대의 고액이 책정돼 기증 여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건희 고미술 컬렉션의 핵심인 겸재 정선의 걸작 <인왕제색도>. 감정 평가에서 400억~1000억대의 고액이 책정돼 기증 여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지난달부터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삼성 쪽과 고미술품 및 고고유물 인수 협상을 벌여 조선시대 거장들의 회화와 불상, 불화, 고대 무덤 출토 금제 유물 등 특A로 통칭되는 일급 소장품들 다수를 기증품 목록에 확보했다고 문체부 관계자는 전했다. 미술시장에서는 기증 대상 작품들의 가치가 어림잡아 시가 평가액만 1조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문체부와 삼성 쪽 설명을 종합하면, 근대미술사 전문가인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내부 참모들 도움을 받아 삼성 쪽 수장고의 작품 목록을 살펴보고 기증할 작품을 골랐다. 이를 바탕으로 두달여 동안 작품 선정과 기록, 인도 작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윤 관장은 이에 대해 “삼성 쪽이 주는 기증 대상 목록을 받아 확인했을 뿐, 내가 직접 작품들을 일일이 선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가 쪽은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등 일부 지역 미술관들에도 이쾌대, 이인성, 김환기, 유영국, 천경자, 서진달, 서동진 등 지역 출신 대가들의 작품을 기증하기로 하고 작품 목록과 인수인계에 대한 마무리 협의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주 목요일이나 금요일께 1천점 넘는 기증 작품의 인수인계 작업이 일단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삼성가 쪽에서 상속재산 처리에 대해 발표하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지방미술관에서 세부 기증 내용을 후속 브리핑하는 형식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건희 컬렉션의 일부인 김환기의 푸른 점화 <19-VIII-72 #229>.
이건희 컬렉션의 일부인 김환기의 푸른 점화 <19-VIII-72 #229>.
이 회장이 1980년대부터 고미술은 물론 동서양·한국의 근현대미술을 두루 포괄하면서 수집해온 미술품 컬렉션은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한국화랑협회 등 3개 민간 감정기관의 시가 평가 작업을 통해 수량이 대략 1만3000여점에 달하며 시가 총액은 최소 2조5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서화, 전적류 등 고미술품이 1만점이고, 한국 근현대미술품이 2천여점, 서양 근현대미술품이 900~1천점으로 추산된다. 이번에 1천점 넘는 작품들이 기증되는 건 국내 근대미술품 컬렉션의 대부분이 국립기관의 공공유산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뜻한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로 일했던 미술사연구자 ㅊ씨는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은 근현대 미술 명품들의 소장량과 질적 수준에서 삼성리움과 비교상대가 되지 못할 정도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며 “이번에 한국과 서양의 근대미술 명품들을 대거 기증받음으로써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명실상부 최고 컬렉션이자 세계 굴지의 미술관으로 우뚝 서게 됐다”고 평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증받을 유물들의 세부에 대해 일체 함구 중이다. 다만 감정가 400억~1천억원에 책정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 고려불화인 수월관음도 등 국보로 지정된 최상급 회화 명품들이 협의의 핵심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기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삼성미술관리움 제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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