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싹쓰리’의 가요 차트 싹쓸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등록 2020-08-07 20:09수정 2020-08-08 02:30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 왼쪽부터 비(비룡), 이효리(린다지), 유재석(유두래곤). 문화방송 제공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 왼쪽부터 비(비룡), 이효리(린다지), 유재석(유두래곤). 문화방송 제공

‘이거야 원, 장난이 아니잖아!’

인기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싹쓰리’ 말입니다. 아, 무슨 바퀴벌레 퇴치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냐고요? 아직 모르시는 분들도 물론 있을 텐데요. ‘싹쓰리’는 <문화방송>(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이효리(린다지), 유재석(유두래곤), 비(비룡)로 꾸려진 1990년대 감성의 프로젝트 혼성그룹입니다. 올여름 가요계를 ‘싹쓸이하겠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죠.

안녕하세요. 문화부 김경욱입니다. 오늘은 제가 이 코너를 통해 싹쓰리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1990년대 감성에 맞추고자 제 사진도 그 시절 찍은 것으로 가져와봤습니다. 제 얼굴 사진이 오래돼 보이는 이유입니다.) 올여름 싹쓰리 열풍이 거셉니다. 이들은 예능을 넘어 음원차트, 음악방송까지 차례로 평정하더니, 패션과 유통 등의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며 ‘핫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싹쓰리의 성공은 한국 혼성그룹 역사를 다시 쓰게 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한국 가요계를 휩쓴 뒤 사실상 자취를 감춘 혼성그룹이 이들을 통해 명맥을 다시 이어갈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돌 그룹이 공고하게 장악한 가요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킨 점도 이들의 성과로 꼽힙니다. 데뷔곡 ‘다시 여기 바닷가’는 멜론, 지니, 플로 등 주요 음원 차트에서 3주째 정상을 달리고 있습니다. 후속곡(‘그 여름을 틀어줘’)과 멤버별 솔로곡(‘린다’ ‘신난다’ ‘두리쥬와’)도 차트 최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몰이 중입니다.

싹쓰리는 불과 두달 만에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멤버들은 모두 30~40대 기혼자입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이런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왜 대중은 이들에게 열광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우선 ‘추억’과 ‘향수’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물론 30~40대, 나아가 일부 50대에 한정된 이야기이긴 합니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대중문화의 주류였던 지금의 30~40대들은 ‘그때 그 시절’의 스타일과 노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싹쓰리가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것은 마냥 기쁘고 신나는 일만은 아닙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노랫말도 이런 감수성을 자극합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너와 내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만 가/ 끝난 줄 알았어/ 지난여름 바닷가/ … / 이제는 말하고 싶어/ 네가 있었기에 내가 더욱 빛나 별이 되었다고”(‘다시 여기 바닷가’)

3040세대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튜브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신나는 곡이지만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지나온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흥겹게 춤추는 멤버들을 보는데 코끝이 찡해진다’는 글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10~20대에겐 어떨까요. 1990년대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싹쓰리의 스타일과 음악은 신선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젊은층을 사로잡은 ‘뉴트로’(새로움과 복고를 합성한 신조어) 열풍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멤버들이 린다지, 유두래곤, 비룡 등 ‘저마다의 부캐(부캐릭터) 놀이’를 충실히 이행한 점 역시 10~20대의 환호를 이끌어낸 요소로 꼽힙니다.

멤버들의 ‘스타파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시대의 아이콘’ 이효리는 지난 3년 동안 <효리네 민박>과 <캠핑클럽>(이상 제이티비시) 등을 통해 꾸준히 화제성을 입증해왔습니다. 비 역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과 2017년 미니앨범 <마이 라이프 애>의 실패로 내리막길을 걸어왔지만, 이 미니앨범에 실린 ‘깡’이 최근 역주행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여기에 ‘20년째 전성기’란 수식어가 붙는 ‘국민 엠시(MC)’ 유재석까지 가세했으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죠.

물론 한편에서는 지난 두달 동안 그룹 결성 과정에서부터 앨범 준비 모습 등을 보여주며, 멤버별 캐릭터와 서사를 구축한 ‘방송의 힘’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인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싹쓰리 열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전문가들은 여름 시즌송의 특성상 가을까지 이어지긴 힘들 거라고 전망합니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봤을 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발라드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싹쓰리도 진작부터 여름 한철 활동을 예고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싹쓸이가 불러일으킨 ‘그 시절의 기억’만큼은 보다 오래 간직할 듯합니다. 통 큰 힙합바지에 배꼽티를 입고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좋거든요)” 하던 그 ‘낭만의 시절’을 말이죠.

김경욱 문화부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60대 은퇴 부부, 유럽 자유여행으로 인생 2막 출발 [ESC] 1.

60대 은퇴 부부, 유럽 자유여행으로 인생 2막 출발 [ESC]

오겜2의 ‘리더’ 이정재 “사극 같은 말투, 이유가 있습니다” 2.

오겜2의 ‘리더’ 이정재 “사극 같은 말투, 이유가 있습니다”

‘성추행 논란’ 박범신 작가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 3.

‘성추행 논란’ 박범신 작가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

오해가 신념이 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읽을 것인가 [.txt] 4.

오해가 신념이 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읽을 것인가 [.txt]

송중기, 재혼+임신 동시발표…아내는 영국 배우 출신 케이티 5.

송중기, 재혼+임신 동시발표…아내는 영국 배우 출신 케이티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