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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서점을 구하라!”

등록 2020-06-05 04:59수정 2020-06-05 10:19

백원근의 출판풍향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내 대형 인터넷서점들이 상당한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상반기(5월까지) 실적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마냥 다행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도서관이 상당 기간 문을 닫은데다, 지역 서점들의 판매 기회가 온라인 판매로 옮겨간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장에서 새로운 구매력이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유통 경로가 인터넷서점으로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된 양상이다.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폐업 직전인 지역 서점이 늘고 있다. 그 영향은 출판 생태계 전반에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것이다.

미국에서는 지난달까지 미국서점협회가 중심이 되어 전국적으로 ‘독립서점을 구하라’ 캠페인을 펼쳤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중소서점들을 지원하기 위해 출판사와 작가, 독자 들이 약 124만 달러를 모았다. 최고 인기 작가 중 한 명인 제임스 패터슨이 50만 달러를 쾌척했고, 영화 프로듀서이자 책벌레이기도 한 할리우드 스타 리스 위더스푼이 홍보대사를 맡았다. <퍼시 잭슨> 시리즈로 유명한 릭 라이어던 부부는 10만 달러 상한액의 매칭 기부를 선보였는데, 일반인이 기부하는 만큼 비례해 기부하는 방식이다. 지역 서점이 없었다면 자신의 영예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기부 작가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지역 서점들은 스스로 모금 활동을 하기도 한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마커스서점은 20만 달러 모금 목표로 3일 현재까지 752명이 참여해 16만 달러를 모았다. 출판산업자선기금의 모금에는 출판사와 개인들이 참여해 서점 종사자의 의료비와 생계비를 보조했다.

일본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지역 서점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 일본에서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휴업에 들어간 서점이 5월 초 기준으로 1천여 곳이 넘었다. 4월 말에 유명 작가인 오가와 요코 등이 참여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서점지원기금’을 만들었다. 5월 말까지 4476명으로부터 4755만 엔을 모았다. 참여 서점에서 책을 살 수 있는 도서교환권 등을 붙여 3천 엔부터 시작하는 다양한 액수의 코스를 개설했다. 한편, 아동서 출판사로 유명한 포플러샤는 도매상 토한이 운영하는 전자 상거래 장터에서 독자가 구매할 지역 서점을 ‘내 서점’으로 등록한 뒤 자사의 책을 온라인으로 주문할 경우 해당 서점에 정가의 20%에 해당하는 수익을 환원하기로 했다.

지역 서점의 폐업은 소매점 한 곳이 사라지는 숫자의 문제를 뛰어넘는다. 시민 가까이에 있는 독서문화의 거점이자 출판시장의 최전선인 서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독자들이 기왕이면 지역서점을 이용하는 ‘착한 소비’, 지역 서점의 온라인 판매와 정기구독 캠페인 등을 지원하는 ‘맞춤형 정책’, 지역 서점의 판매 마진을 높여주는 출판계의 ‘출판 생태계 조성’, 건재한 인터넷서점과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서점 상생기금 출연’이 맞물리면 좋겠다. 이제 방역 모범국에서 멋진 서점문화를 가진 나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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