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개관한 서울 성동구의 구립 ‘와글와글도서관'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책을 읽고 촉감판 놀이를 하고 있다. 온돌 바닥에 좌식 테이블, 빈백 소파를 갖춰 발달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다. 정용일 기자
당신은 공공도서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아는 항목을 헤아려보자. ①빌리고 싶은 책을 예약 신청하면 문자로 알려준다. ②없는 책은 다른 도서관에서 빌려서 무료로 대출해 준다. ③거동이 불편한 사람이나 임산부 등에게는 빌리고 싶은 책을 지정 장소에 무상 배달해준다. ④다양한 전자책, 오디오북을 제공한다. ⑤학습에 필요한 이러닝 콘텐츠를 제공한다. ⑥영화 및 음악 자료를 디브이디(DVD) 또는 웹사이트로 이용할 수 있다. ⑦특정 주제를 기획하여 책을 전시하는 북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⑧독서 모임 및 휴식을 위한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⑨직업 탐구 및 스타트업 준비를 위한 자료와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⑩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위의 10가지 공공도서관 서비스 중 몇 가지나 알고 있는지 서울시민(성인) 2000명에게 물었다. 놀랍게도 4개 이하로 안다는 비율이 78.7%로 대부분이었다. ‘전혀 모른다’가 12.7%였고, ‘알고 있다’는 비율은 1~2개가 34.4%로 가장 많고 ‘모두 안다’는 0.9%에 그쳤다. 서울기술연구원이 지난 5월 펴낸 ‘3차 서울시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2024~2028) 수립연구’의 시민 조사 결과인데, 도서관 마케팅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라 하겠다.
이 조사에서 서울시민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38%였다. 이용률은 학력‧소득과 정비례했고 연령과 반비례하여 양극화가 뚜렷했다. 도서관 이용 목적은 2순위까지의 복수응답 기준으로 ‘자료 대출‧이용’이 71.6%, ‘공간 이용’이 49.7%로 나타나 ‘공간 이용’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한 앞으로 공공도서관 정책에서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는 ‘도서관(특화도서관 등) 및 장서 보유량 확충’, ‘도서관 리모델링 등 시설환경 개선’ 순으로, 시민의 기대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 도서관 공통의 과제다.
보고서는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의 시사점으로 ‘매력적인 제3의 공간 변신’(복합문화센터와 리모델링), ‘도서관 자료의 충실한 확충’(자료 다양성과 최신성 확보), ‘이용률 제고를 위한 홍보‧서비스 강화’, ‘공공도서관 독서‧문화‧교육 프로그램의 질적 제고’ 등을 제시했다. 볼 만한 최신 도서와 자료가 충분히 있고, 머물고 싶은 쾌적한 공간에서 각종 프로그램으로 평생학습과 삶의 재충전을 응원하고 시민을 환대하는 도서관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도서관은 이러한 시민 요구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을까. 도서관에 대한 인식, 예산, 진화를 위한 실행력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주 제주도에서 제60회 전국도서관대회가 열렸다. 3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총 59개의 발표회가 있었는데, 대부분 사업 성과를 공유하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시민이 도서관을 이용하도록 할지, 도서관의 역할과 위상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나아가 도서관 금서 민원 정책이나 관종별 사서 확충 문제에 대한 대응을 비롯해 산적한 현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찾기 어려웠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시민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의 본령에 서서, 도서관을 찾기 어려웠던 시민에게도 도서관이 팍팍한 삶에 윤활유와 지렛대가 되도록 먼저 손짓하며 다가가야 한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