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직장의 직원들 평균 나이가 60살이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장 나이 말고 전 직원의 평균 연령 말이다. 심지어 남자 직원의 비율이 80%가 넘는다면? 하필 이 회사가 교육, 부동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4차 산업혁명 속에 미래 먹거리를 고민해야 하는 회사라면? 이 회사를 믿고 당신의 미래를 맡길 수 있나? 세상에 그렇게 편향적인 직원 구성을 가진 회사가 어디 있냐고? 여기 떡하니 있다. 우리 대한민국 국회가 딱 이 꼴이다.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나이가 59살이다. 장관들의 평균 나이는 아예 환갑이다. 투표권을 가진 우리나라 유권자 중 2030이 30%에 이르는 인구 구성을 볼 때 이건 왜곡의 차원을 넘은 기현상이다. 미래를 논하기는커녕, 현실 인식조차 힘든, 과거에 붙들린 상황이다.
믿기지 않는 현실을 알려드릴까? 이제 열흘 뒤 뽑힐 21대 국회의원이 될 이번 총선 후보들의 평균 나이는 얼마일까? 55살이다. 임기가 끝날 때쯤이면 딱 지금 20대 국회의원들과 같은 나이가 된다! 소름. 후보들의 성비는? 남자가 81%가 넘는다. 아니 이건 무슨 과학인가? 법으로 정해져 있나? 40%에 육박하는 전과자 비율보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성비와 평균 연령에 나는 더 경악한다.
60살 넘은 노인들을 공격하기 위한 글이 아님은 독자들도 잘 알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남녀노소 다양한 나이대 국민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 모습이 계속 이런 식이어도 되느냐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국가지도자로 활약하는 30대 정치인들까지는 안 바란다. 남녀 비율이 6 대 4 정도가 적당하다는 말도 차마 못 하겠다. 극단적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국회의원 300명을 통틀어 2030 세대 의원이 딱 3명인 우리 국회처럼 말이다. 국회를 가득 메운 어르신들이 대학입시 시스템이나 사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체감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의 주거 현실이 어떤지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을까? 할아버지들이 저출산 문제에 감 놔라 배 놔라 해도 되는 것일까? 나는 여중생 여고생들의 고민을 도무지 체감하지 못한다. 또래의 자식을 키우고 있음에도 그들의 언어조차 모른다. 이제 와서 후보들을 싹 갈아치울 수는 없으니, 이번에 뽑히실 어르신들은 나보다 공감능력이 뛰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걱정을 해서 무얼 하나. 노래나 듣자. 오늘은 청춘의 노래들을 몇 곡 골라봤다. 조건이 두 개 있었다. 아티스트의 나이가 2030 세대일 것. 오롯이 우리말 가사로만 이뤄진 노래여야 할 것. 요즘 노래들이 외국말을 막 갖다 써서 별로라고 투덜거리는 아재들의 편견을 깨트리기 위해서다. 40대 중반의 아재인 필자의 가슴마저 청춘의 두근거림으로 뒤흔드는 노래 몇 곡을 소개한다.
먼저 혁오의 ‘톰보이’를 소개한다. 제목이 떡하니 영어로 적혀 있지만, 노랫말은 오직 우리말로만 새긴 아름다운 시 한 편. 가사를 읽어보며 노래를 감상해보시라. 밴드 혁오의 리더 오혁은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입이 쩍 벌어지는 데뷔 음반으로 한국 록의 금배지를 달았다. 23살 나이에 재선에 성공하는데, 이 노래는 바로 두번째 임기 중에 발표한 청춘사업의 청사진이다. 찬란하도다.
두번째 곡은 십수년 전 혁오처럼 푸릇푸릇한 모습으로 록 국회에 입성해 이제는 4선 의원이자 국회의장이 된 장기하의 노래,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절망과 도전, 무기력이 어지럽게 뒤섞인 데뷔 음반을 발표한 이래 그는 선배들의 전통을 지키면서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불가능한 역량을 보여줬다. 초기 노래에서는 산울림과 송창식이 들리는가 싶었지만, 이 노래가 발표될 즈음부터는 그냥 장기하의 노래다. 제목처럼 노련하게 듣는 이를 갖고 노는 솜씨가 아주 요망지다. 다음 선거도 당선 확실.
마지막 곡은 역시 다선의 베테랑 뮤지션 선우정아의 노래 ‘봄처녀’. 제목처럼 요즘 같은 계절에 듣기 딱 좋은 노래. 5년쯤 전에 이 노래를 처음 듣고 나는 한국말을 다시 봤다. 아니, 우리말이 이렇게 경쾌하고 흥겨운 언어였나? 오늘의 조건처럼 영어 단어 하나 들어 있지 않은 순수한 우리말로 노래를 부르는데 팝 음악의 온갖 신나는 표현들이 다 떠오른다. 펑키, 댄서블, 그루브…. 재야 활동부터 원내 정치를 아우르는 그의 커리어에 존경을 표하며 앞으로도 국민의 감성 보전을 위해 정진해주실 것을 부탁한다.
외국말 하나 들어가지 않고도, 컴퓨터로 찍어내는 반주가 없어도, 이 젊은 아티스트들은 선배들이 경탄할 노래들을 만들어냈다. 음악에 미쳐 산 지 30년이고 대략 60년대 팝 음악부터 섭렵해 온 필자지만, 이 노래들은 어느 시대 어느 선배들의 노래보다 새롭고 멋지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될 국회의원들이 펼칠 정책은 얼마나 새롭고 멋질까? 기대해도 될까?
이재익 ㅣ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정치쇼>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