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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요즘처럼 심란할 때 위로가 되는 노래, 세라 매클라클런의 ‘에인절’

등록 2020-03-20 17:56수정 2020-03-22 21:57

이재익의 아재음악 열전

세라 매클라클런. 공식누리집 갈무리
세라 매클라클런. 공식누리집 갈무리

이런 시대를 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연초에 남의 나라 이야기로 전해 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바로 내 일상의 숨통을 틀어쥐리라고는 정말 몰랐다. 처음 대규모 전파가 벌어진 중국의 뒤를 이은 우리나라도 아직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미국과 유럽 대륙의 상황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각국의 지도자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지금 인류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잡힌 뒤에는 경제침체가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항공, 숙박, 관광, 외식 등 일차적으로 타격을 입은 산업은 이미 고사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시작에 불과하다.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폭락을 경험한 각국의 주식시장에서 볼 수 있듯, 산업 전반에 괴멸적인 피해가 드러나고 기업의 연쇄도산이 이어질 것이 뻔하다. 그 여파는 그대로 개개인의 삶을 뒤흔들 텐데 그 충격파가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짐작도 할 수 없다. 방송사 역시 기업의 광고로 먹고사는 회사인지라, 순서가 조금 뒤에 있을 뿐 예외일 리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특정 지역에 국한된 위기였던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금융과 부동산 시장을 침몰시켰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모든 분야의 산업으로 피해가 전이되고 있다. 지역과 인종을 가리지 않는 코로나19처럼.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영화 <컨테이젼>과 관련해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다시 읽어보니 메르스 사태를 일종의 예고편처럼 받아들였던 것 같다. 글의 일부를 옮겨본다.

‘새로운 바이러스는 계속 나타날 것이고 에이즈,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 등을 뛰어넘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현실은 언제나 영화나 드라마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부디 메르스 사태가 더 이상의 희생자 없이 진정되기를 빈다.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 아무도 만나지 말라는 영화 대사가 실제로 정부 관계자의 입을 통해 나오지 않기를 빈다.’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 위력을 가진 바이러스가 등장했고 우리 정부뿐 아니라 전세계 정부 관계자들이 ‘사람을 멀리하라’고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현실이 찾아와버렸다. 딱히 해결 방법은 없다. 그때 다뤘던 예언적 영화 <컨테이젼>에서처럼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기다릴 뿐. 그때까지 우리 삶의 터전이 될 수 있으면 덜 망가지도록 안간힘을 쓸 뿐.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일이 있다면, 두렵고 답답한 우리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

세라 매클라클런. 공식누리집 갈무리
세라 매클라클런. 공식누리집 갈무리

원래 마음의 병은 정신없는 폭풍 속에서는 발현되지 않는다. 한바탕 회오리가 지나가고 나면 찾아오기 마련이다. 분노, 절망, 죄책감, 무력감 등의 부정적 감정들 말이다.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다.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제지표를 바라보다 어떤 노래가 생각나서, 목마른 사슴이 샘물을 찾듯 찾아들었다. 세라 매클라클런의 ‘에인절’. 캐나다 출신 가수인 그는 팝페라 가수로 종종 오해받는다. 뮤지컬을 휩쓸고 팝스타가 된 ‘세라 브라이트먼’과 이름까지 비슷해 혼동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은 것이다. 국적부터 음색, 음악 장르까지 둘의 공통점이라고는 거의 없다. 정통 성악가 출신인 세라 브라이트먼과 달리 세라 매클라클런은 로커가 되고 싶어 팝 시장에 뛰어든 대중가수다. 그럼에도 둘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그만큼 이 노래의 분위기가 성스럽고 신비로운가 보다. 사실 이 노래만 빼면 세라 브라이트먼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천상의 목소리와 더 가깝긴 하다.

이 노래는 니컬러스 케이지와 메그 라이언이 주연했던 영화 <시티 오브 엔젤>에 삽입돼 영화보다 노래가 더 유명해진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나도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심란할 때는 종종 이 노래를 듣곤 했다. 되도록 현실 세계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권장한다.

충분히 볼륨을 높여본다. 무시무시한 폭풍 속에서 죽어가던 나를 천사가 안아준다. 온화한 미소를 띤 천사와 함께 폭풍우를 탈출해 날아오른다. 옅은 안개가 드리운 바다 위를 천천히 비행한다. 멀리 동트는 하늘이 흩뿌리는 오묘한 빛이 우리를 감싼다. 황금빛 여명 속에서 들리는 천사의 노래. 이제 폭풍은 사라졌으니 내 품에서 편히 쉬라고 다독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류가 멸망할 리는 없다. 약을 개발하든 매년 홍역을 치르며 버티든, 어떻게든 살아남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수는 늘어나겠지만, 사망자보다는 살아남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거다. 언젠가는 경제도 회복되겠지. 몇 년쯤 지나 어느 날 코스피 지수는 언제 우리가 주저앉은 적이 있냐는 듯 최고점을 찍을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다들 건강히 잘 살아남기를. 그리고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사람들에게 손 내밀어 주기를. 진짜 신은 예배당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있듯이 천사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 손길과 목소리의 주인이 곧 천사다. 이 노래처럼.

이재익 ㅣ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정치쇼>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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