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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헤비메탈로 해탈한 사나이, 신대철 - 시나위②

등록 2018-11-10 05:00수정 2018-11-11 10:17

[토요판] 이재익의 아재음악 열전
시나위 1집 음반 낼 때의 멤버들. 왼쪽부터 김형준(키보드), 강기영(베이스), 김민기(드럼), 신대철(기타), 임재범(보컬). <한겨레> 자료사진
시나위 1집 음반 낼 때의 멤버들. 왼쪽부터 김형준(키보드), 강기영(베이스), 김민기(드럼), 신대철(기타), 임재범(보컬).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칼럼에서는 시나위의 결성 순간부터 4집 음반까지의 이야기를 했다. 지금 보면 4집 음반 멤버들 중에 제일 눈에 띄는 사람은 베이스를 맡은 서태지이지만, 그때만 해도 서태지는 엄청난 경력의 형들 사이에 끼어 있는 10대 꼬마에 불과했다. 이미 당대 최고의 보컬이었고 음반의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한 김종서도 시나위 안에서 신대철을 넘어설 순 없었다. 시나위는 어디까지나 신대철의 그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될 성싶은 떡잎이라는 것을 알아본 김종서와 서태지가 동반 탈퇴한 사건은 신대철에게 꽤나 타격이 컸다. 게다가 김종서가 ‘대답 없는 너’로 가요발라드의 새 지평을 열고, 서태지는 한술 더 떠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서 가요계 전체를 점령해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때 시나위는 뭘 했느냐. 무려 5년을 쉬었다.

시나위가 다시 활동한 시점은 1995년. 보컬에 손성훈, 베이스에 정한종, 드럼에 신동현을 영입해 5집 음반을 만든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얼터너티브 스타일로 변한 시나위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녹음 상태가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손성훈의 목소리도 음악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는데 음반이 나오자마자 탈퇴해 솔로 활동을 시작해버렸다. 어이없는 상황에서 급하게 구한 보컬리스트가 바로 시나위의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마이크를 잡은 김바다님 되시겠다.

이제는 끝나버린 줄 알았던 시나위는 다시 비상했다. 김바다라는 걸출한 보컬리스트는 새 시대의 록음악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는 임재범의 터프함과 김종서의 고음을 동시에 갖춘 보컬리스트였다. 감상하는 맛이 끝내줬다. 음반으로도 들어도 좋고, 공연장에서 들어도 기가 막혔다. 거칠고 불안정한 상태로 음을 쭉 뽑아 올리는 창법은 세기말의 혼돈을 표현하기에는 아주 그만이었다. 사춘기의 추억이 결합되지 않아서 그렇지, 음악성으로만 보면 김바다와 함께한 시절이 황금기가 아닐까 싶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록팬들도 시나위 최고의 보컬로 김바다를 꼽는다.

그렇게 잘 어울리는 김바다였는데, 겨우 두 장의 음반을 함께하고 그룹을 나간다. 마치 김종서와 서태지가 그랬듯, 베이시스트 정한종과 함께 시나위를 나가서는 아예 둘이 새 그룹을 만든다. 이건 무슨 평행이론도 아니고! 팀 이름은 ‘나비효과’. 노래가 무척 괜찮았다. 내가 막 방송사에 입사해 피디(PD)로서 일을 막 시작하던 무렵이었는데 나비효과의 노래를 자주 틀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록발라드 ‘첫사랑’ 같은 노래는 요즘도 심심찮게 신청곡으로 올라온다. 나비효과 시절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김바다는 대중가수로서의 매력도 충분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강추하는 노래는 ‘나만의 너라고’. 지금도 듣고 있는데, 숨은 명곡이라는 구태의연한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김바다의 탈퇴와 함께 시나위는 다시 기나긴 침체기에 빠진다. 새 보컬리스트들을 계속 영입하며 활동을 이어갔지만 솔직히 뭐 언급할 필요를 못 느낄 정도다. 곡도 노래도 연주도 다 별로였다. 그야말로 암흑기.

무척이나 긴 세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시나위를 다시 대중 앞에 서게 한 계기는 티브이(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였다. 보컬에 다시 김바다를 부르고 드럼은 남궁연에게 맡긴 진용으로 시즌2의 출연자로 나섰다. 시나위의 초대 보컬리스트 임재범이 시즌1을 통해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 반면, 시나위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중적인 인기의 척도로 보면 시나위보다 시나위를 거쳐 간 아티스트들이 더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나위가 없었다면 임재범도, 김종서도, 서태지도, 김바다도 없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런 시나위의 심장이자 머리인 신대철은 어떤 사람일까?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헤비메탈 밴드를 이끌어온 남자의 인생은 과연 어떠할까? 한때 제법 북적였던 헤비메탈 신은 지금 외딴곳에 버려진 성이나 마찬가지다. 동지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칼과 창을 다듬고 성곽을 정비하면서 전투를 기다린다. 이쯤 되면 인생이 헤비메탈. 그의 뚝심에 건배하고 싶다. 현역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로 무대를 누비는 그를 다시 보고 싶다.

신대철과 관련한 에피소드 두개. 그가 아버지 신중현에게 기타를 사사할 수 있었던 건 대마초 덕분이란다. 평소에는 얼굴 보기 힘들었던 아버지가 대마초 파동으로 활동을 못하고 집에서 쉴 때 기타를 처음 배웠다는데, 대한민국 최고의 기타리스트에게 매일 몇 시간씩 개인과외로 기타를 배우고 나니 이미 고등학교 때 기타로는 적수가 없었다고.

그의 아버지가 신중현이라는 사실은 다들 알면서도 어머니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드러머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고인이 되신 명정강님. 1960년대 여성 밴드 블루리본에서 드러머로 활동했던 그녀는 신중현과 결혼해 아들 세 명을 낳는데 모두 대단한 뮤지션이 되었다. 장남이 신대철, 둘째 아들이 신대철 못지않은 기타리스트 신윤철, 셋째 아들 신석철은 정상급 드럼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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