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 박명진 문화예술위원장.
박근혜 정권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실행에 옮긴 공공기관장들로서 사퇴 압박을 받아온 박명진(70)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위원장과 김세훈(53)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박 위원장과 김 위원장은 대통령 선거 전인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예술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을 이유로 문체부는 아직 두 사람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9일 영진위 게시판에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 “영진위가 조속한 시일 내에 신뢰를 회복해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공공기관이 되기를 기원한다” 등의 사임의 변을 올렸다.
두 사람은 새 정부가 들어서며 문화계 전반에 대한 개혁이 예상되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매년 2천억원 이상의 문예진흥기금을 집행하는 예술위와 영화계 지원을 맡는 영진위는 지난 정권에서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기금 집행 등 지원 과정에서 실제로 실행에 옮긴 것이 <한겨레> 보도 등에서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두 위원장에 대해서도 사퇴 압박이 일었다.
그동안 영화인 1052인은 가칭 ‘블랙리스트 대응 영화인 행동’을 꾸리고 영진위 사업을 편법으로 운영하며 블랙리스트 배제 실행에 앞장선 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해왔다. 영화인 직능단체 8곳은 김 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무분별한 업무추진비 사용 등 관련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올해 12월30일까지, 박 위원장의 임기는 2018년 6월까지였다. 최원형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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