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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맛있는 식탁을 검색하다, 내 손안의 ‘푸드테크’

등록 2017-01-02 14:13수정 2017-01-02 14:18

[새해 기획] 음식과 IT기술의 만남
(※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 자취생 문현진(24)씨는 끼니가 고민이었다. 자취방 주변 식당은 입맛에 맞지 않았다. 솜씨 좋은 어머니의 밥상에 길들여진 그였다. 고민 끝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요리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장터부터 뒤졌다. 조리법 앱 ‘해먹남녀’를 발견했다. 영양 정보와 요리 동영상까지 있어 초보자도 마음에 드는 요리를 골라 금세 따라할 수 있는 점에 반했다. 다른 이가 올린 조리법에 댓글도 달고 ‘좋아요’도 눌렀다. 자신도 조리법을 올리자 162명의 팔로어가 생겼다.

# 세 살배기 ‘쭌’의 엄마 김지영(가명·33)씨는 밤 9시 자는 아이 옆에서 조용히 스마트폰을 누른다. 식재료 배송 앱 ‘마켓컬리’에서 500g 소포장 감자, 유기농 바나나, 냉동 산딸기, 순두부, 날치알 등을 주문한다. 낮 시간에는 한시도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쭌이 때문에 쇼핑은 먼 나라 얘기다. 밤 11시까지 주문이 가능하고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도착하는 ‘마켓컬리’ 서비스가 고마울 뿐이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해먹남녀는 현재 회원이 100만명을 넘었다. 같은 해 출발한 마켓컬리는 일찌감치 월 매출 20억원을 달성해 대표적인 식품 ‘오투오’(Online To Offline: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가치 창출)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오투오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문해 오프라인으로 제공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주로 모바일 앱을 깔고 몇 번의 터치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골라 주문한다. ‘에어비앤비’(숙박), ‘직방’(부동산), ‘쏘카’(차 공유)와 ‘카카오택시’(택시 호출) 등이 이 서비스에 속한다. ‘배달의 민족’(음식배달), ‘헬로네이처’(유기농 식선식품 배송), ‘포잉’(레스토랑 예약) 같은 음식·식품산업의 오투오 서비스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올해 우리 식품산업의 화두는 이런 배송 위주의 오투오를 비롯해, 첨단 기술과 식품산업이 다양하게 결합한 ‘푸드테크’다.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신조어로 미국 등에선 이미 다양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에선 입체(3D) 프린터로 음식 만들기를 시도하고, 동물의 줄기세포나 식물세포를 배양해 인공적으로 만든 고기인 인조고기로 햄버거를 만든다. 덴마크에선 로봇이 음식을 배달해준다. 스페인에선 입체 프린터로 만든 요리만 제공하는 레스토랑까지 생겨났다.

식재료 주문·레시피 검색·식당 예약
IT와 결합한 식품산업 날로 발전
음식 빅데이터, 날씨 정보 등 활용해
개인 입맛에 따른 맞춤서비스 늘어

로봇·3D프린터가 요리하거나
인조고기 등 먹거리 창출로 진화중

이에 비하면 한국의 푸드테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서정주 케이비(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에선 음식배달, 식당 검색 등 오투오 서비스 위주로 발달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식품산업 전 분야로 푸드테크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공급 방식의 진화는 식품 원료의 생산 및 조리 방식, 레스토랑 등 요식업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신 기술이 결합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은 ‘고작 오투오’라고 쉽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관련 식품업계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오투오 서비스의 중심인 모바일 쇼핑의 월간 거래액은 2016년 10월 3조1647억원이다. 전년 동월 대비 37.4% 증가했다. 이 가운데 특히 먹을거리의 모바일 쇼핑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음식료품은 45.8%, 농축수산물은 59% 증가했다.

식탁에 배달되는 맛집 요리·신선재료

1인 가구가 많이 늘어나고 모바일이 익숙한 20~30대는 한 끼를 먹어도 자신의 취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모습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50~60대의 소비습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푸드테크는 바로 이런 개인의 취향을 ‘저격’한 맞춤서비스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빅데이터 이용은 이제 ‘기본’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위치 기반 서비스, 비컨(블루투스를 통한 근거리통신기술) 등의 기술까지 활용한다.

마장동 한우 브랜드 ‘본앤브레드’의 쇠고기, 디저트 카페 ‘메종 엠오’의 마들렌 등 특화된 식품과 신선제품의 ‘샛별배송’(밤 11시까지 주문하면 이튿날 아침 7시 도착), 소량판매 등이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마켓컬리는 상품의 발주를 머천다이저(MD·상품기획자 겸 관리자)가 아닌 빅데이터 분석가가 한다. 김슬아 대표는 “비가 오는 날에 유난히 잘 팔리는 상품이 있다. 그 정보는 빅데이터 분석가가 가장 잘 안다”고 말한다. 마켓컬리는 2월께 독특한 상품을 앱에 올릴 예정이다. ‘허머스’(병아리콩, 올리브유 등을 섞은 중동 향토음식), ‘규돈’(일본식 소고기덮밥) 등 반조리 식품, 세련된 디자인의 접시, 숟가락 등이 그것이다. ‘배민 프레시’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털·대기업도 푸드테크로 영역 확장

포털이나 아이티 선도 업체도 푸드테크에 주목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신선식품 직송 서비스에 이미 뛰어든 카카오와 네이버는 올해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파머 제주’는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상품을 서비스한다. ‘파파도터’의 귤과 귤말랭이, ‘만제김녕해녀마을’의 톳, 성게와 보말, ‘숨비소리’의 냉동하지 않은 고등어와 삼치, ‘한라산 청정촌’의 푸른콩 간장과 된장 등이 주요 상품이다. 올해 제주 이외의 지역에서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의 ‘푸드윈도’에서는 전국 산지에서 재배한 신선한 식재료, ‘정선 수리취 인절미’, ‘전주 전통 피순대’, 하동의 재첩국 같은 팔도 명물 식품을 판매한다. ‘네이버 톡톡’ 서비스를 통해 생산자에게 직접 질문할 수도 있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신선식품 직송 및 배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에스케이(SK)플래닛은 유기농 신선식품 배송업체인 ‘헬로네이처’를 지난 12월13일 인수했다. 기존 유통채널인 ‘11번가’와 오케이(OK)캐시백 서비스 등과 연계할 방침이다.

까다로운 내 입맛, 맞춤 레시피가 갑니다

요리 초보자에게 인기가 많은 조리법 제공 앱 해먹남녀는 ‘좋아요’ 누르기, 팔로하기 등 페이스북과 비슷한, 사용자와의 소통이 강점이다. 지난 12월말 기준 누적 조리법 3828개, 가입자 100만명이 넘은 해먹남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들의 취향을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맞춤 추천’을 한다. 이용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맞춤 조리법 받아본다. 단맛을 좋아하는 사용자에게는 설탕이 좀 더 들어간, 매운맛을 선호하는 사용자에게는 고춧가루 양이 늘어난 조리법이 추천되는 식이다. 가구 구성 요소, 예컨대 자녀 유무, 가족 수 등에 맞는 조리법도 제공된다.

올해는 더 자세한 식재료 정보, 구매처별로 가격 비교 등의 콘텐츠가 제공될 예정이다. 새우볶음밥의 조리법뿐만 아니라 새우 가격이 가장 싼 구매처 정보도 동시에 제공되는 것이다. 지난 12월말엔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한식 조리법 앱 ‘미식남녀’가 중국에 진출했다. 조리법은 중국어로 서비스된다.

2014년 12월 리뉴얼한 씨제이(CJ)제일제당의 앱 ‘씨제이 더 키친’은 위치기반, 날씨 정보 서비스 등과 연계해 추천 요리와 조리법을 제공한다. 내가 서 있는 지역에 비가 오고 기온이 떨어지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우동이 추천요리로 앱에 뜬다. 기념일을 설정해도 맞춤 조리법이 제공된다.

조리법 제공 앱인 ‘만개의 레시피’, ‘이밥차’ 등도 인기가 꾸준하다.

유명 맛집 추천도, 쿠폰도 모바일로

레스토랑 예약에 앞서 어떤 식당을 고를까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위치기반 모바일지갑 ‘얍’이 인기다. 식당 가이드북 <블루리본 서베이>의 맛집 정보, ‘핫 플레이스’ 추천, ‘백종원의 3대 천왕 맛집’ 등 방송을 탄 맛집까지 정보가 다채롭다. 앱 사용자가 있는 지역의 주변 식당도 검색해 추천하고 각종 할인 쿠폰도 뜬다.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업체인 ‘포잉’과 네이버 식당 예약 서비스도 관심을 끌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책과 결합한 앱도 지난 12월말 등장했다. <블루북>은 레스토랑을 포함한 서울의 123개의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소개하는 책과 앱인데, 관련 앱을 실행하려면 이 책에 적힌 코드를 입력해야만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책이 제공하는 1300만원 상당의 할인 쿠폰을 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고급 한우식당 ‘한육감’, ‘태번38’, ‘스시미토’ 등의 고급 레스토랑의 쿠폰이 즐비하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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